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성대 검진이 필수적이다.
이씨 자신도 목소리가 항상 쉬어 있고 조금만 목에 힘을 주어도 목소리가 갈라져 평소 우려해왔던 게 사실. 학교에서 이씨의 별명이 ‘박경림 선생님’인 것도 특이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이씨의 진단 결과는 ‘성대결절’. 하루 5시간 넘게 큰 소리로 말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가장 흔한 병이다. 성대결절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음성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목에 힘을 잔뜩 주어 높은 톤의 소리를 내는 경우 발생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성대결절은 교사나 강사, 텔레마케터, 목사, 가수, 상업 종사자 등 직업상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일반인 중에서도 노래방 등에서 자주 과도하게 음성을 사용하는 사람, 크게 소리 지르며 노는 어린이나 잘못된 발성 습관을 가진 소아의 경우 흔히 볼 수 있다.
목 혹사 교사들에게 가장 흔한 병
정상 성대(왼쪽)와 성대 주변에 볼록하게 결절이 생긴 성대.
성대결절이 있는 경우엔 쉽게 목이 피로해지며 고음에서 음성의 분열과 중복음이 나타난다. 그러나 통증은 거의 없으며 음식물을 삼키는 데에도 큰 지장이 없다. 심지어는 허스키한 목소리를 매력적으로 느껴 별다른 검사나 치료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쉰 목소리가 2∼3주 이상 지속될 때, 쉰 목소리와 함께 통증이 동반될 때, 객혈을 할 때, 침을 삼키기 어려울 때,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오거나 심하게 목소리가 변하는 증상이 며칠 동안 지속될 때, 조금만 말을 많이 해도 쉽게 목이 쉬고 아플 때에는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소리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고 성대결절을 치료하려면 성대에 있는 장해를 제거하는 게 우선이지만 발성훈련도 그만큼 중요하다. 근본적으로 올바른 성대 사용법을 모르면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없다.
‘허스키’ 어린이 지속적 관찰 필요
이처럼 성대결절은 증상에 따른 보존적 치료와 발성훈련으로 대부분 증상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 같은 치료 후에도 좋아지지 않을 때는 수술을 통해 결절을 제거해야 한다. 특히 직업적으로 목을 혹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발성지도만으로 옛 목소리를 회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능하다면 이런 사람들은 우선 수술로 결절을 제거해 성대를 정상상태로 환원시킨 뒤 발성훈련을 통해 앞으로의 결절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 성대수술은 전신마취 후 내시경을 후두에 삽입해 수술현미경으로 성대를 20∼40배 정도로 확대해 관찰하면서 시술한다. 수술 후 약 3∼4주까지 가능한 한 성대를 사용하지 말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소아 성대결절의 경우 환자 자신이 음성장해라는 병적 인식이 결여되어 있어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변성기에 쉽게 낫는다는 특징이 있다. 어린이의 성대결절 치료를 위해서는 바른 발성법을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기적으로 후두를 관찰해 목소리의 악화를 예방해야 한다. 자연치유를 기대하며 변성기까지 기다려보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
목소리가 심하게 쉬어 있어 학교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수술의 안정성이 확보된 후두미세수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초등학교 3학년 이후 재발이 적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학동기 어린이에게 침묵요법을 강요할 경우 정신발달에 지장을 주고,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충분한 배려가 필요하다. 활동적인 아이에게 금지사항만 강조하면 성격이 비뚤어질 수도 있는 것.
성대결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대를 혹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장시간 소리를 지르지 않도록 하며, 특히 흡연을 삼가는 것이 좋다. 부득이 항상 큰 소리를 내야 하는 경우 적절한 발성법이 중요하다. 발성훈련을 받은 성악가나 가수들은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성대 근육의 긴장이 훨씬 덜하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