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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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동체 국토 종단기 ‘책으로’

  •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입력2003-05-14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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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심동체 국토 종단기  ‘책으로’
    “종단여행만 함께한 게 아닙니다. 평생을 아내와 더불어 걸어왔죠.”

    국토 종단기 ‘내려가는 길은 아름답다’를 펴낸 이원상씨(65·강원 춘천시)에게 이 책의 의미는 각별하다. 지난해 부인 함은옥씨(61)의 회갑을 기념해 4월17일부터 5월12일까지 전남 해남에서 춘천까지 함께 걸었던 소중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 아름다운 산하를 평생의 동지인 부인과 동행했기에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넉넉해졌다. 계획을 털어놨을 때 부인 함씨는 선선히 동의했다. 막내딸이 여섯 살이 되면서부터 항상 둘이서 등산을 다녀서 부부에게 걷는다는 것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었던 것. 오히려 부부의 건강을 걱정하는 세 딸과 사위들의 반대가 심했다. 평지를 걷는 게 뭐가 힘들겠냐며 훌쩍 길을 나섰지만 국토 종단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작은 농촌을 가도 푸근한 황톳길은 찾을 수가 없고 딱딱한 아스팔트길이 이어져 있어 다리에 부담을 많이 줬기 때문.

    “차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편하긴 하겠지만 정작 사람을 위한 길은 많이 사라졌더군요.”

    그래도 여전히 남아 있는, 나그네를 향한 시골 인심은 여행에서 얻은 큰 선물. 재워주고 먹여주던 따뜻한 맘은 지친 발걸음을 북돋우는 고마운 힘이 됐다. 종단 이후 서로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는 이씨 부부는 이제 조그만 소망을 함께 키우게 됐다. 통일이 되면 부모님의 고향인 평북 강계까지 종단여행을 하기로 한 것. “어깨를 맞대고 걸으면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냐구요? 허허, 아무리 해도 모자란 게 부부의 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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