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미술품이나 조각이 어울릴 법한 서울 인사동 화랑에 난데없이 쌀포대가 등장했다. 쌀포대뿐만이 아니라 전시장 중앙에는 쌀로 빚어 만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도 눈에 띄었고, 다른 한쪽에는 왕겨를 붙여 만든 사람 키만한 동물 형상도 자리잡았다. ‘쌀’을 소재로 한 이날 전시회의 제목은 ‘우리 쌀 최고예요. 맞습니다. 맛高요∼.’ 이 전시회를 주최한 사람이 바로 풍년농산 나준순 사장(48)이다. 나사장은 국내 최초로 이온수공법을 이용해 냉각저장용 ‘5℃ 이온쌀’을 개발해낸 벤처농업인이다. 나사장이 쌀을 모티브로 하는 이런 전시회를 마련한 것도 2004년 쌀시장 개방 협상을 앞두고 우리 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1980년대 부산에서 풍년농산을 창립해 성공한 농업인 대열에 선 나사장이 전시회에 투입된 쌀의 절반 이상을 댔고 젊은 미술인들이 동참해 밤새워가며 쌀을 빚고 깎고 칠하는 작업을 벌였다. 전시장 중간 중간에는 쌀로 빚어 만든 여인상이‘米’s world 眞 Korea’라고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서 있기도 했다. 쌀에 관한 모든 것을 예술로 표현해낸 것이다. 5월13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려 많은 농업인들의 발길을 불러모았던 이 전시회를 주최한 ‘농업인 나준순’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했다.
“시장 개방을 탓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 농민들도 뭔가 열심히 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정부에도 미국에도 요구할 건 당당히 요구하자는 거죠.”
“시장 개방을 탓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 농민들도 뭔가 열심히 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정부에도 미국에도 요구할 건 당당히 요구하자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