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독자들을 위해 박경리의 ‘토지’와 김주영의 ‘객주’ 개정판이 나란히 나왔다.
박경리의 ‘토지’(전 21권)는 최참판댁 윤씨 부인에서부터 아들(최치수), 손녀(최서희), 증손자(윤국·환국)에 이르는 4대를 중심축으로 양반, 농민, 목수, 포수, 노비, 천민 등 다양한 신분과 계층의 인물 700여명이 등장하는 말 그대로 대하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은 1879년부터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해방까지이며, 무대는 경남 하동군 평사리에서 북간도, 진주, 서울, 중국 대륙을 넘나든다.
‘토지’는 1969년 ‘현대문학’에서 연재를 시작해 94년 집필 시작 25년 만에 완간됐다. 단행본 출판에서도 73년 삼성출판사부터 지식산업사, 솔, 나남으로 적을 바꾸며 완간, 절판, 재출간을 반복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나남에서 ‘토지’를 재출간하며 활자 크기를 키우고 본문 중 낱말풀이를 싣는 등 새로운 편집을 선보인 바 있으나, 이번 이룸에서 펴낸 ‘청소년 토지’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층을 겨냥해 분량을 크게 줄였다. 이 작업은 연세대 최유찬 교수가 틀을 잡고, ‘토지’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상진씨가 최초의 각 판본들을 비교해가며 구성한 내용을 박경리씨가 감수한 합작품.
청소년판 토지의 목적은 하나, 완독의 권유다. 분량에 질려 완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참작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압축했다. 또 동양화가 김옥재씨의 삽화를 곁들이고 역사적 배경과 주요 등장인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권말부록 형식으로 넣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토지’를 독파하게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평론가 장석주씨는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에서 “이 대하소설이 개항, 의병항쟁, 동학운동, 독립운동 등 한국 근대인의 파란과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식·정호웅씨는 ‘서부 경남 방언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과 풍속을 탁월하게 재현’한 점과 ‘군더더기 없는 정갈하고 담백한 문체’를 높이 평가했다. 영화나 드라마로만 ‘토지’를 접한 사람들에게 청소년판 토지는 원작을 읽을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김주영의 ‘객주’는 1981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초판을 내기 시작해 84년 9권으로 완간됐다.
‘객주’는 19세기 말, 조선시대 후기 보부상의 삶을 통해 조선 후기 상업 자본의 형성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한 사회소설이다. ‘객주’는 한 명의 영웅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방식의 소설이 아니다. 천봉삼, 조성준, 길소개, 매월이, 월이, 선돌이, 조소사, 이용익, 유필호, 김보현, 민영익 등 다양한 인물이 모두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1880년(고종 17년) 광주 송파장의 이름난 쇠살쭈(소의 흥정을 붙이는 사람)였던 조성준이 토호 김학준에게 아내와 재산을 빼앗기자 복수를 위해 천봉삼, 쇠돌이와 작반하는 ‘숙초행로(宿草行露)’로 소설의 장구한 역사는 시작된다.
‘객주’는 다양한 등장인물만큼이나 내용이 복잡해서 줄거리가 쉽게 모아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자 독자를 괴롭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올해 문이당이 개정판 ‘객주’를 펴내면서 9권 외에 별책부록 ‘객주 재미나게 읽기’를 펴낸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씨가 책임 편집한 이 책에는 주요 등장인물 소개와 각 권별 줄거리 요약, 저자와의 방담, 평론가들(김치수, 김주연, 박철화)의 작품해설, 가나다 순으로 편집한 ‘객주’ 낱말사전까지 포함돼 있다. 또 본문 편집에서 각 쪽마다 생소한 낱말의 뜻풀이를 넣고, 한글세대 독자들을 위해 어려운 한자성어를 풀어 썼다. 21세기 독자에게 다가서기 위해 변신을 시도한 ‘토지’와 ‘객주’. 신세대들이 두 대하소설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청소년 토지(전 12권)/ 박경리 지음/ 이룸 펴냄/ 각 권 190쪽 안팎/ 각 권 8000원
객주(전 9권)/ 김주영 지음/ 문이당 펴냄/ 각 권 320쪽 안팎/ 각 권 9000원
박경리의 ‘토지’(전 21권)는 최참판댁 윤씨 부인에서부터 아들(최치수), 손녀(최서희), 증손자(윤국·환국)에 이르는 4대를 중심축으로 양반, 농민, 목수, 포수, 노비, 천민 등 다양한 신분과 계층의 인물 700여명이 등장하는 말 그대로 대하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은 1879년부터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해방까지이며, 무대는 경남 하동군 평사리에서 북간도, 진주, 서울, 중국 대륙을 넘나든다.
‘토지’는 1969년 ‘현대문학’에서 연재를 시작해 94년 집필 시작 25년 만에 완간됐다. 단행본 출판에서도 73년 삼성출판사부터 지식산업사, 솔, 나남으로 적을 바꾸며 완간, 절판, 재출간을 반복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나남에서 ‘토지’를 재출간하며 활자 크기를 키우고 본문 중 낱말풀이를 싣는 등 새로운 편집을 선보인 바 있으나, 이번 이룸에서 펴낸 ‘청소년 토지’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층을 겨냥해 분량을 크게 줄였다. 이 작업은 연세대 최유찬 교수가 틀을 잡고, ‘토지’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상진씨가 최초의 각 판본들을 비교해가며 구성한 내용을 박경리씨가 감수한 합작품.
청소년판 토지의 목적은 하나, 완독의 권유다. 분량에 질려 완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참작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압축했다. 또 동양화가 김옥재씨의 삽화를 곁들이고 역사적 배경과 주요 등장인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권말부록 형식으로 넣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토지’를 독파하게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평론가 장석주씨는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에서 “이 대하소설이 개항, 의병항쟁, 동학운동, 독립운동 등 한국 근대인의 파란과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식·정호웅씨는 ‘서부 경남 방언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과 풍속을 탁월하게 재현’한 점과 ‘군더더기 없는 정갈하고 담백한 문체’를 높이 평가했다. 영화나 드라마로만 ‘토지’를 접한 사람들에게 청소년판 토지는 원작을 읽을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김주영의 ‘객주’는 1981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초판을 내기 시작해 84년 9권으로 완간됐다.
‘객주’는 19세기 말, 조선시대 후기 보부상의 삶을 통해 조선 후기 상업 자본의 형성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한 사회소설이다. ‘객주’는 한 명의 영웅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방식의 소설이 아니다. 천봉삼, 조성준, 길소개, 매월이, 월이, 선돌이, 조소사, 이용익, 유필호, 김보현, 민영익 등 다양한 인물이 모두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1880년(고종 17년) 광주 송파장의 이름난 쇠살쭈(소의 흥정을 붙이는 사람)였던 조성준이 토호 김학준에게 아내와 재산을 빼앗기자 복수를 위해 천봉삼, 쇠돌이와 작반하는 ‘숙초행로(宿草行露)’로 소설의 장구한 역사는 시작된다.
‘객주’는 다양한 등장인물만큼이나 내용이 복잡해서 줄거리가 쉽게 모아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자 독자를 괴롭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올해 문이당이 개정판 ‘객주’를 펴내면서 9권 외에 별책부록 ‘객주 재미나게 읽기’를 펴낸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씨가 책임 편집한 이 책에는 주요 등장인물 소개와 각 권별 줄거리 요약, 저자와의 방담, 평론가들(김치수, 김주연, 박철화)의 작품해설, 가나다 순으로 편집한 ‘객주’ 낱말사전까지 포함돼 있다. 또 본문 편집에서 각 쪽마다 생소한 낱말의 뜻풀이를 넣고, 한글세대 독자들을 위해 어려운 한자성어를 풀어 썼다. 21세기 독자에게 다가서기 위해 변신을 시도한 ‘토지’와 ‘객주’. 신세대들이 두 대하소설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청소년 토지(전 12권)/ 박경리 지음/ 이룸 펴냄/ 각 권 190쪽 안팎/ 각 권 8000원
객주(전 9권)/ 김주영 지음/ 문이당 펴냄/ 각 권 320쪽 안팎/ 각 권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