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하이 푸둥(浦東)구 한복판의 자연과학기술전람관 앞에서는 조그마한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푸둥구 인민정부 청사와 자연과학기술전람관 등으로 통하는 지하철 2호선 양까오난루역(楊高南路驛)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의 지상 높이를 낮추는 공사다.
그냥 놓아두더라도 미관상 아무런 지장이 없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낮추는 공사까지 벌이는 것을 보면 상하이가 이번 APEC 정상회담에 쏟는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푸둥 지역을 포함해 상하이 시내 곳곳에서는 APEC에 참여하는 각국 정상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아파트마다 대로변에 빨래를 널어놓아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건물들은 새롭게 페인트칠을 했고 안 그래도 인구 1인당 녹지 면적 10.66m2에 도시 전체의 32%가 나무로 덮여 있어 ‘공원 도시’라는 별명이 붙은 푸둥에는 공원을 새롭게 정비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베이징 시내도 세계인들을 맞을 준비에 공들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도로·환경 등 국제도시로서의 인프라를 갖추는 작업과 오염될 대로 오염된 베이징 시내의 공기를 맑게 되살리는 작업이 올림픽 개최권을 따놓은 시정부의 초미의 과제로 떠올랐다.
몇 년 전에 비하면 베이징 시내 대기오염의 주범인 배기가스 기준이 크게 강화되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 중국 정부는 지난해만 해도 약 180만 대에 이르는 차량을 교체하기 위해 지방 정부에 3억 위안(元)의 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다. 배기가스 표준도 ‘유럽1호’에서 더 강화된 ‘유럽2호’로 바꾸고 있다. 2005년까지는 모든 차량에 대해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금도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리는 노동자체육관 등 주요 지역에는 유럽2호만 출입을 허용하였다. 이른바 ‘빵차’라는 소형밴 택시도 배기가스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이미 2년 전 자취를 감췄다. 또 텐안먼(天安門)을 중심으로 하는 시내 중심부에는 천연가스로 운행하는 버스의 출입만 허용하였다. 현재 일선(一線)과 환선(環線)만 운행하는 베이징 시내 지하철을 5호선까지 추가 건설하는 계획도 일찌감치 내놓았다. 3년째 베이징 시내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리완칭씨(李萬慶)는 “올림픽 유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로 보수기간이 짧아진 것이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변화다”고 말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강국의 정상들이 모두 모이는 오는 10월의 APEC과 11월로 예정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그리고 2008년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은 이제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 싹을 틔운 개혁·개방 20년의 열매를 서방 지도자들을 향해 한꺼번에 선보이려는 듯한 분위기다.
중국은 이러한 대형 행사들을 계기로 이미 세계화 열차의 맨 앞칸을 차지하고 앉았다. 개방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개방의 ‘효익’(效益)을 만끽하려는 자신감으로 흘러 넘친다.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바이허진(白和金) 원장은 중국의 세계화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의 WTO 가입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경제의 세계화에 참여하겠다는 표현이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미 세계화는 필연적 추세이므로 여기에 동참하지 않고서는 낙후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건설과정을 보라. 완전한 사회주의야말로 개방성을 띤 체제다. 폐쇄적 시장경제는 진정한 경제체제로 볼 수 없다.” WTO 가입에 따른 중국 경제의 변화상을 알아보기 위해 광저우(廣州)시가 500개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WTO 가입 후 장기적으로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자가 무려 85%를 차지했다. 외자기업 유입에 따른 경쟁 격화에도 불구하고 취업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도 59%나 차지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 역시 WTO 가입 이후 실업증가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국무원발전연구중심(國務院發展硏究中心) 장샤오지(張小濟) 대외경제연구부장은 “제조업 부문을 서비스 부문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WTO에 가입하면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세 인하 등 WTO 가입 효과로 인한 산업 분야의 영향에 대해 베이징 시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베이징 시내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대형 전자마트인 하이룽 전자상가(海龍電子城)에서 만난 칭진컴퓨터(靑示令電腦)의 여유행씨(呂有行)는 “IBM이나 컴팩 등의 수입 컴퓨터는 대리점에서 사후관리가 부족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만큼 애프터 서비스가 좋은 중국 컴퓨터가 본격 시장 개방 이후에도 중국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WTO 가입으로 수입관세가 대폭 인하하면 중국 컴퓨터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외국산 컴퓨터가 중국의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물론 중국인은 13억 인구의 중국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개방의 문을 열어 젖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반대로 WTO가 중국을 필요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거시경제연구원 바이허진 원장은 “GDP 세계 7위, 무역량 세계 9위인 국가가 WTO에 가입하지 않으면 WTO가 명실상부한 세계경제기구로서 기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WTO 가입을 계기로 손질해야 하는 경제 관련 법률이 줄잡아 2000개쯤 되는 것으로 추산하였다. 그만큼 WTO 가입은 중국 개혁·개방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쓰는 일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지금 중국은 2008년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대적인 인민 의식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대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올림픽 정신과 관련해서도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중국인은 경제 발전이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는 근본 목적이 아니라 올림픽 개최의 부산물일 뿐이라고 말한다. 체육시설과 도시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올림픽과 WTO 가입 등을 계기로 인민의 의식을 세계화 시대의 그것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WTO 가입과 같은 외부적 충격은 반드시 무언가를 변화시켜 내는 내부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찌 보면 ‘경쟁이 곧 효율’이라는, 중국의 경제체제와는 반대편에 있는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에 접목시키는 것인지 모른다.
개혁·개방 20년.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최근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둘러싼 정체성 논쟁과 열강들 사이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신냉전 구도로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중국의 13억 인민에게 올림픽의 영광과 WTO가 표방하는 자유무역정신은 ‘변해야 산다’는 준엄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변하였을 때 그들은 이미 ‘1등 국가’의 자리에 올라서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놓아두더라도 미관상 아무런 지장이 없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낮추는 공사까지 벌이는 것을 보면 상하이가 이번 APEC 정상회담에 쏟는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푸둥 지역을 포함해 상하이 시내 곳곳에서는 APEC에 참여하는 각국 정상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아파트마다 대로변에 빨래를 널어놓아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건물들은 새롭게 페인트칠을 했고 안 그래도 인구 1인당 녹지 면적 10.66m2에 도시 전체의 32%가 나무로 덮여 있어 ‘공원 도시’라는 별명이 붙은 푸둥에는 공원을 새롭게 정비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베이징 시내도 세계인들을 맞을 준비에 공들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도로·환경 등 국제도시로서의 인프라를 갖추는 작업과 오염될 대로 오염된 베이징 시내의 공기를 맑게 되살리는 작업이 올림픽 개최권을 따놓은 시정부의 초미의 과제로 떠올랐다.
몇 년 전에 비하면 베이징 시내 대기오염의 주범인 배기가스 기준이 크게 강화되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 중국 정부는 지난해만 해도 약 180만 대에 이르는 차량을 교체하기 위해 지방 정부에 3억 위안(元)의 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다. 배기가스 표준도 ‘유럽1호’에서 더 강화된 ‘유럽2호’로 바꾸고 있다. 2005년까지는 모든 차량에 대해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금도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리는 노동자체육관 등 주요 지역에는 유럽2호만 출입을 허용하였다. 이른바 ‘빵차’라는 소형밴 택시도 배기가스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이미 2년 전 자취를 감췄다. 또 텐안먼(天安門)을 중심으로 하는 시내 중심부에는 천연가스로 운행하는 버스의 출입만 허용하였다. 현재 일선(一線)과 환선(環線)만 운행하는 베이징 시내 지하철을 5호선까지 추가 건설하는 계획도 일찌감치 내놓았다. 3년째 베이징 시내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리완칭씨(李萬慶)는 “올림픽 유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로 보수기간이 짧아진 것이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변화다”고 말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강국의 정상들이 모두 모이는 오는 10월의 APEC과 11월로 예정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그리고 2008년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은 이제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 싹을 틔운 개혁·개방 20년의 열매를 서방 지도자들을 향해 한꺼번에 선보이려는 듯한 분위기다.
중국은 이러한 대형 행사들을 계기로 이미 세계화 열차의 맨 앞칸을 차지하고 앉았다. 개방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개방의 ‘효익’(效益)을 만끽하려는 자신감으로 흘러 넘친다.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바이허진(白和金) 원장은 중국의 세계화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의 WTO 가입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경제의 세계화에 참여하겠다는 표현이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미 세계화는 필연적 추세이므로 여기에 동참하지 않고서는 낙후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건설과정을 보라. 완전한 사회주의야말로 개방성을 띤 체제다. 폐쇄적 시장경제는 진정한 경제체제로 볼 수 없다.” WTO 가입에 따른 중국 경제의 변화상을 알아보기 위해 광저우(廣州)시가 500개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WTO 가입 후 장기적으로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자가 무려 85%를 차지했다. 외자기업 유입에 따른 경쟁 격화에도 불구하고 취업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도 59%나 차지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 역시 WTO 가입 이후 실업증가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국무원발전연구중심(國務院發展硏究中心) 장샤오지(張小濟) 대외경제연구부장은 “제조업 부문을 서비스 부문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WTO에 가입하면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세 인하 등 WTO 가입 효과로 인한 산업 분야의 영향에 대해 베이징 시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베이징 시내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대형 전자마트인 하이룽 전자상가(海龍電子城)에서 만난 칭진컴퓨터(靑示令電腦)의 여유행씨(呂有行)는 “IBM이나 컴팩 등의 수입 컴퓨터는 대리점에서 사후관리가 부족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만큼 애프터 서비스가 좋은 중국 컴퓨터가 본격 시장 개방 이후에도 중국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WTO 가입으로 수입관세가 대폭 인하하면 중국 컴퓨터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외국산 컴퓨터가 중국의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물론 중국인은 13억 인구의 중국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개방의 문을 열어 젖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반대로 WTO가 중국을 필요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거시경제연구원 바이허진 원장은 “GDP 세계 7위, 무역량 세계 9위인 국가가 WTO에 가입하지 않으면 WTO가 명실상부한 세계경제기구로서 기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WTO 가입을 계기로 손질해야 하는 경제 관련 법률이 줄잡아 2000개쯤 되는 것으로 추산하였다. 그만큼 WTO 가입은 중국 개혁·개방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쓰는 일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지금 중국은 2008년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대적인 인민 의식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대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올림픽 정신과 관련해서도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중국인은 경제 발전이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는 근본 목적이 아니라 올림픽 개최의 부산물일 뿐이라고 말한다. 체육시설과 도시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올림픽과 WTO 가입 등을 계기로 인민의 의식을 세계화 시대의 그것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WTO 가입과 같은 외부적 충격은 반드시 무언가를 변화시켜 내는 내부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찌 보면 ‘경쟁이 곧 효율’이라는, 중국의 경제체제와는 반대편에 있는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에 접목시키는 것인지 모른다.
개혁·개방 20년.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최근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둘러싼 정체성 논쟁과 열강들 사이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신냉전 구도로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중국의 13억 인민에게 올림픽의 영광과 WTO가 표방하는 자유무역정신은 ‘변해야 산다’는 준엄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변하였을 때 그들은 이미 ‘1등 국가’의 자리에 올라서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