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를 강의실에서 빼내기 위해 교수에게 낙태하러 가니 아기 아빠 좀 보내달라고 둘러대는 그녀, 호수 물이 얼마나 깊은지 궁금하다고 남자를 물에 빠뜨리는 그녀, 발이 아프다며 자신의 하이힐과 남자의 운동화를 바꿔 신는 그녀, 남자가 반항의 기색을 보이면 “주글래(죽을래)”하며 주먹을 날리는 그녀…. 아무리 예뻐도 이런 여자랑은 같이 못 다닌다고? 그런데 ‘그녀’가 전지현이라면? 술에 취한 그녀의 뒷바라지로 온몸이 땀에 젖어도 그저 즐겁지 않을까.
지난 7월20일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20)이 맡은 ‘그녀’라는 캐릭터는 ‘예측불허’에 ‘통제불능’ 그 자체다. 상식 밖의 황당한 행동을 거침없이 저질러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여자. 터프하지만 귀엽고, 엽기적이지만 사랑스러운 ‘그녀’를 통해 전지현은 지금까지와 또 다른 매력을 한껏 내뿜는다.
“영화 속 ‘그녀’는 요즘 젊은 여자들의 특징을 한데 모아놓은 캐릭터예요. 실제의 저와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대학생이니까 ‘그녀’의 생각과 행동에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물론 ‘그녀’처럼 터프하진 않지만요.”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재작년 PC통신 유머란에 연재하면서 신세대들에게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단행본으로도 출간한 김호식의 동명소설에서 출발했다. 개성 강한 ‘그녀’와 별 야심 없이 순진한 ‘그’의 만남을 통해 요즘 20대들의 사랑 풍속도를 경쾌한 감각으로 그리는 이 영화에서 전지현은 물 만난 고기처럼 어느 때보다 생기에 찬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왜 진작 이런 역을 맡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사실 사람들은 일찍부터 스크린을 통해 전지현의 이런 ‘엽기발랄’한 모습을 보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CF를 통해 우리 뇌리에 강하게 인식한 전지현의 이미지는 섹시하고도 도발적인 분위기에, 굴곡 있는 몸매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묘한 눈빛으로 남성은 물론 여성들까지 단박에 매료시키는 관능의 화신이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전작 ‘화이트 발렌타인’과 ‘시월애’ 등의 영화에서 보여준 건 의외로 밋밋하고 얌전한 여성상이었다.
“CF에서의 이미지를 영화에까지 그대로 가져오고 싶지 않았어요. ‘화이트 발렌타인’은 처음 하는 연기라 충분히 소화를 못했죠. ‘시월애’를 선택했을 때 사람들은 제가 어려서 영화의 애잔한 정서를 표현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아주 특별한 사랑이야기란 점이 맘에 들었어요.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영화를 배우고 느끼게 한 작품들이에요.”
자신의 출연작에 대해 하나같이 애정을 표현하는 전지현은 신작 ‘엽기적인 그녀’에 대해서는 더 깊은 감정을 드러낸다. “이상해요.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은 없었는데…. 이제야 작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요. 정말 배우가 되는 건지….”
개봉 전 열린 시사회장에 곽재용 감독, 차태현 등과 함께 나란히 참석한 전지현은 수수한 블라우스 차림에 화장기 없는 맨 얼굴 그대로였다. 긴 생머리를 하나로 단정히 묶은 그녀의 모습에서 CF 속 화려한 이미지를 찾기란 힘들었다. 몇 년 전 전지현과 차태현이 출연한 인기 드라마 ‘해피 투게더’를 끝내고 열린 쫑파티장에서도 그녀를 본 기억이 있다. 출연자들 모두 하나같이 화려하게 차려 입고 떠들썩하게 오가는 자리에서 전지현은 헐렁한 남방과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나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 주세요.” 시사회장에서 전지현은 이렇게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객석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영화를 보면 개성이 톡톡 튀는 ‘그녀’가 그대로 전지현인 듯 느껴지지만 실제의 전지현은 많이 다르다. 몇 년째 N세대를 대변하는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지만 사실은 평범하고 조용한 다수의 신세대들과 가깝다고 할까. 성격이 까탈스럽지도 않고, 조용조용 말하고, 영화 보는 것 외에는 별 취미도 없다.
“바쁘긴 하지만 학교(동국대 연극영화과 2년)도 열심히 나가려고 노력해요.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도 큰 공부라고 생각하거든요. 외국어를 잘하고 싶은데,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네요.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해 시간 나면 비디오 보고 책보면서 지내요.”
스스로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전지현은 본인의 연기에 몇 점쯤 주겠느냐는 질문에 “아이, 빵점이죠, 뭐”라며 부끄러워한다.
“전 정말 좋은 배우가 되고 싶지만, 제대로 된 배우가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라 생각하고 영화든, CF든 그저 열심히 하려고 해요.”
어린 나이에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스타지만 전지현은 그 나이 또래의 순수함과 밝은 심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서울 강남의 중산층 가정에서 막내로 태어나 구김살없이 곱게 자란 탓일까. “CF를 통해 굳어진 이미지가 있지만 전 앞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장이모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장지이처럼 순박한 모습에서부터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 같은 강한 모습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 함께 공감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린 모습과 달리 슬쩍 내비치는 욕심이 만만치 않다.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고,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꾸고 준비한 것도 아니지만 전지현은 이제 자신이 가야 할 길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았다고 했다.
“일을 하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슴 두근거리고, 촬영장에서 밤을 꼬박 새는 일들이 참 좋아요. 너무 일찍 유명해져 한동안 얼떨했지만 이제 확실한 나를 찾은 것 같아요.”
그저 어린 스타인 줄만 알았는데, 제법 의젓함을 느낀다.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지만 전지현은 우리 영화계에서 전도연 심은하 등 간판 여배우들의 뒤를 이을 확실한 기대주로 인정 받는다. 다양한 이미지 연출이 가능한 마스크와 나이답지 않게 신비한 매력을 겸비한 건 분명 그녀만의 장점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전지현의 ‘댄스 실력’뿐 아니라 진솔하고 뛰어난 연기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까.
지난 7월20일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20)이 맡은 ‘그녀’라는 캐릭터는 ‘예측불허’에 ‘통제불능’ 그 자체다. 상식 밖의 황당한 행동을 거침없이 저질러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여자. 터프하지만 귀엽고, 엽기적이지만 사랑스러운 ‘그녀’를 통해 전지현은 지금까지와 또 다른 매력을 한껏 내뿜는다.
“영화 속 ‘그녀’는 요즘 젊은 여자들의 특징을 한데 모아놓은 캐릭터예요. 실제의 저와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대학생이니까 ‘그녀’의 생각과 행동에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물론 ‘그녀’처럼 터프하진 않지만요.”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재작년 PC통신 유머란에 연재하면서 신세대들에게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단행본으로도 출간한 김호식의 동명소설에서 출발했다. 개성 강한 ‘그녀’와 별 야심 없이 순진한 ‘그’의 만남을 통해 요즘 20대들의 사랑 풍속도를 경쾌한 감각으로 그리는 이 영화에서 전지현은 물 만난 고기처럼 어느 때보다 생기에 찬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왜 진작 이런 역을 맡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사실 사람들은 일찍부터 스크린을 통해 전지현의 이런 ‘엽기발랄’한 모습을 보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CF를 통해 우리 뇌리에 강하게 인식한 전지현의 이미지는 섹시하고도 도발적인 분위기에, 굴곡 있는 몸매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묘한 눈빛으로 남성은 물론 여성들까지 단박에 매료시키는 관능의 화신이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전작 ‘화이트 발렌타인’과 ‘시월애’ 등의 영화에서 보여준 건 의외로 밋밋하고 얌전한 여성상이었다.
“CF에서의 이미지를 영화에까지 그대로 가져오고 싶지 않았어요. ‘화이트 발렌타인’은 처음 하는 연기라 충분히 소화를 못했죠. ‘시월애’를 선택했을 때 사람들은 제가 어려서 영화의 애잔한 정서를 표현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아주 특별한 사랑이야기란 점이 맘에 들었어요.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영화를 배우고 느끼게 한 작품들이에요.”
자신의 출연작에 대해 하나같이 애정을 표현하는 전지현은 신작 ‘엽기적인 그녀’에 대해서는 더 깊은 감정을 드러낸다. “이상해요.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은 없었는데…. 이제야 작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요. 정말 배우가 되는 건지….”
개봉 전 열린 시사회장에 곽재용 감독, 차태현 등과 함께 나란히 참석한 전지현은 수수한 블라우스 차림에 화장기 없는 맨 얼굴 그대로였다. 긴 생머리를 하나로 단정히 묶은 그녀의 모습에서 CF 속 화려한 이미지를 찾기란 힘들었다. 몇 년 전 전지현과 차태현이 출연한 인기 드라마 ‘해피 투게더’를 끝내고 열린 쫑파티장에서도 그녀를 본 기억이 있다. 출연자들 모두 하나같이 화려하게 차려 입고 떠들썩하게 오가는 자리에서 전지현은 헐렁한 남방과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나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 주세요.” 시사회장에서 전지현은 이렇게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객석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영화를 보면 개성이 톡톡 튀는 ‘그녀’가 그대로 전지현인 듯 느껴지지만 실제의 전지현은 많이 다르다. 몇 년째 N세대를 대변하는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지만 사실은 평범하고 조용한 다수의 신세대들과 가깝다고 할까. 성격이 까탈스럽지도 않고, 조용조용 말하고, 영화 보는 것 외에는 별 취미도 없다.
“바쁘긴 하지만 학교(동국대 연극영화과 2년)도 열심히 나가려고 노력해요.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도 큰 공부라고 생각하거든요. 외국어를 잘하고 싶은데,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네요.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해 시간 나면 비디오 보고 책보면서 지내요.”
스스로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전지현은 본인의 연기에 몇 점쯤 주겠느냐는 질문에 “아이, 빵점이죠, 뭐”라며 부끄러워한다.
“전 정말 좋은 배우가 되고 싶지만, 제대로 된 배우가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라 생각하고 영화든, CF든 그저 열심히 하려고 해요.”
어린 나이에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스타지만 전지현은 그 나이 또래의 순수함과 밝은 심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서울 강남의 중산층 가정에서 막내로 태어나 구김살없이 곱게 자란 탓일까. “CF를 통해 굳어진 이미지가 있지만 전 앞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장이모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장지이처럼 순박한 모습에서부터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 같은 강한 모습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 함께 공감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린 모습과 달리 슬쩍 내비치는 욕심이 만만치 않다.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고,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꾸고 준비한 것도 아니지만 전지현은 이제 자신이 가야 할 길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았다고 했다.
“일을 하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슴 두근거리고, 촬영장에서 밤을 꼬박 새는 일들이 참 좋아요. 너무 일찍 유명해져 한동안 얼떨했지만 이제 확실한 나를 찾은 것 같아요.”
그저 어린 스타인 줄만 알았는데, 제법 의젓함을 느낀다.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지만 전지현은 우리 영화계에서 전도연 심은하 등 간판 여배우들의 뒤를 이을 확실한 기대주로 인정 받는다. 다양한 이미지 연출이 가능한 마스크와 나이답지 않게 신비한 매력을 겸비한 건 분명 그녀만의 장점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전지현의 ‘댄스 실력’뿐 아니라 진솔하고 뛰어난 연기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