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연애도 부정한 행위인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은 유보상태다. 법적으로 부정한 행위라는 개념이 성기의 삽입을 뜻하는 ‘간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이 기준에 따르면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있지만, 실제 사이버 연애는 사실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성관계 없이 사이버 연애를 했다고 해도 ‘바람을 피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새로운 판례가 나왔다.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문종식 판사(형사 2단독)는 지난 7월18일, 인터넷 사이트에 남편(A씨)이 동호회 내 여성(C씨)과 바람을 피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C씨에게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상자 기사 참조). 검찰의 기소 이유는 “B씨가 2000년 6월 인터넷 이혼상담 사이트에 남편 A씨와 상대여성 C씨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없는데도, 인터넷에 ‘사이버 연애는 부정한 행위인지’라는 제목으로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것이 허위사실이며 명예훼손이다”는 것.
그러나 문종식 판사는 “피고인(B씨)이 인터넷 상담을 하면서 상대의 실명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바람이라는 표현은 국어사전적 의미로 이성에 마음이 끌려 들뜬 상태다”며 “이 사건에서 글 및 대화가 이루어진 주체나 상대방, 전후 상황, 장면이나 문맥으로 감안할 때 피고인(B씨)이 적시한 ‘바람을 피웠다’는 표현이 반드시 상대방과 성교관계를 가졌다는 뜻으로 썼다고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허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명예훼손 여부보다 ‘바람’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로 관심을 끌었다. 판사는 이번 선고에서 사전적 의미의 광의의 바람을 적용했지만 현실에서는 ‘바람’을 간통과 같은 협의의 의미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잡지 ‘이프’(2000년 여름호)에 실린 간통 특집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에서 각종 외도에 대한 세속적인 해석을 들어보자. 사랑: 가끔 보는 사람끼리 가능한 감정의 교류. 로맨스: 주관적으로야 안 들킨 불법한 사랑이지만 객관적으로는? 바람: 들킨 로맨스. 간통: 바람의 법적인 정의나 불법한 섹스. 단 부적절한 성기의 결합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죄. 여기서도 바람과 간통을 같은 것으로 보며 다만 탄로났을 때 법적으로 해결했는지, 인간적으로 해결했는지의 차이가 있다. 로맨스와 바람, 간통은 별개가 아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간통으로 낙인찍히기 전까지의 ‘바람’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다. 그런데 이번 판결처럼 ‘성관계가 없어도 이성에 마음이 끌려 들뜬 상태’를 모두 바람으로 간주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당장 이혼소송 등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거라고 말한다.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의 양정자 원장은 단순 바람을 ‘부정한 행위’로 보기 어려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조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법률적으로 부정한 행위라고 한다. 그러나 키스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정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는가 하면, 밤마다 계속 전화를 걸어 부인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면 부정한 행위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 심지어 여관에서 잤다고 해서 무조건 간통으로 몰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함께 여관에 들어가면 당연히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간주했지만, 요즘은 벗고 누워 있는 현장을 포착해도 장본인들이 잠깐 쉬고 있을 뿐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끝까지 부인하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간통죄를 입증하기 위해 휴지통부터 뒤지라는 말이 있다. 콘돔을 사용해 질 검사를 해도 정액이 나오지 않으면 콘돔이 중요한 증거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급증하는 사이버 연애라는 새로운 애정행각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위의 사건에서 피고인측(아내 B씨)의 변론을 맡은 이균부 변호사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위해 법적으로 바람을 이성에 마음이 끌려 들뜬 상태로 규정하긴 했지만, 이것이 곧 이혼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혼 전문의 이모 변호사도 “옛 애인을 잊지 못해 신혼여행 때부터 신부를 구박한 남편에 대해 부정한 행위를 적용하지 못하고 아내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판결했다”면서 사이버 연애를 포함해 정신적 바람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 논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쨌든 이번 판결에 대해 일단 남성 쪽에서 적지 않은 불만이 터져 나온다. “TV 보다가 ‘저 여자 예쁜데’라고 말하는 것도 바람인가요” “여자 나오는 술집 가면 모두 바람 피우는 거네요” “술 먹다 2차 가도 걸리네.” 남성들이 이 판결에 볼멘소리하는 것은 지금까지 사회 통념상 바람(성관계를 포함한)은 남성에게 상당히 관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은연중에 바람 피우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이제 와서 잠시 이성에게 마음이 끌리는 ‘산들바람’까지도 바람으로 규정한다면 바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을 “혼인 후 정조의 의무가 심각하게 흔들리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종”으로 봐야 한다는 게 가장 합리적인 해석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에세이집 ‘아담을 아느냐’에서 대개의 사람은 바람에 흔들린다고 했다. 산들바람에 가벼운 나들이를 하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고 광풍에 휘말려 아주 날아가 버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또 바람을 가려움증에 비유하기도 했다. “가려운 데는 긁어야 낫지, 그대로 둔다고 그냥 가라앉지 않는다. 그냥 두면 더 가려운 것도 가려움증의 속성이고 보면 이대로 가라앉을 리가 없다.” 문제는 참다 너무 세게 긁으면 피가 날 수도 있다는 것. 이제 우리는 가려움증 자체를 문제삼을 게 아니라 어떻게 서로의 등을 긁어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문종식 판사(형사 2단독)는 지난 7월18일, 인터넷 사이트에 남편(A씨)이 동호회 내 여성(C씨)과 바람을 피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C씨에게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상자 기사 참조). 검찰의 기소 이유는 “B씨가 2000년 6월 인터넷 이혼상담 사이트에 남편 A씨와 상대여성 C씨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없는데도, 인터넷에 ‘사이버 연애는 부정한 행위인지’라는 제목으로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것이 허위사실이며 명예훼손이다”는 것.
그러나 문종식 판사는 “피고인(B씨)이 인터넷 상담을 하면서 상대의 실명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바람이라는 표현은 국어사전적 의미로 이성에 마음이 끌려 들뜬 상태다”며 “이 사건에서 글 및 대화가 이루어진 주체나 상대방, 전후 상황, 장면이나 문맥으로 감안할 때 피고인(B씨)이 적시한 ‘바람을 피웠다’는 표현이 반드시 상대방과 성교관계를 가졌다는 뜻으로 썼다고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허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명예훼손 여부보다 ‘바람’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로 관심을 끌었다. 판사는 이번 선고에서 사전적 의미의 광의의 바람을 적용했지만 현실에서는 ‘바람’을 간통과 같은 협의의 의미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잡지 ‘이프’(2000년 여름호)에 실린 간통 특집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에서 각종 외도에 대한 세속적인 해석을 들어보자. 사랑: 가끔 보는 사람끼리 가능한 감정의 교류. 로맨스: 주관적으로야 안 들킨 불법한 사랑이지만 객관적으로는? 바람: 들킨 로맨스. 간통: 바람의 법적인 정의나 불법한 섹스. 단 부적절한 성기의 결합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죄. 여기서도 바람과 간통을 같은 것으로 보며 다만 탄로났을 때 법적으로 해결했는지, 인간적으로 해결했는지의 차이가 있다. 로맨스와 바람, 간통은 별개가 아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간통으로 낙인찍히기 전까지의 ‘바람’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다. 그런데 이번 판결처럼 ‘성관계가 없어도 이성에 마음이 끌려 들뜬 상태’를 모두 바람으로 간주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당장 이혼소송 등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거라고 말한다.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의 양정자 원장은 단순 바람을 ‘부정한 행위’로 보기 어려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조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법률적으로 부정한 행위라고 한다. 그러나 키스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정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는가 하면, 밤마다 계속 전화를 걸어 부인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면 부정한 행위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 심지어 여관에서 잤다고 해서 무조건 간통으로 몰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함께 여관에 들어가면 당연히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간주했지만, 요즘은 벗고 누워 있는 현장을 포착해도 장본인들이 잠깐 쉬고 있을 뿐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끝까지 부인하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간통죄를 입증하기 위해 휴지통부터 뒤지라는 말이 있다. 콘돔을 사용해 질 검사를 해도 정액이 나오지 않으면 콘돔이 중요한 증거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급증하는 사이버 연애라는 새로운 애정행각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위의 사건에서 피고인측(아내 B씨)의 변론을 맡은 이균부 변호사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위해 법적으로 바람을 이성에 마음이 끌려 들뜬 상태로 규정하긴 했지만, 이것이 곧 이혼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혼 전문의 이모 변호사도 “옛 애인을 잊지 못해 신혼여행 때부터 신부를 구박한 남편에 대해 부정한 행위를 적용하지 못하고 아내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판결했다”면서 사이버 연애를 포함해 정신적 바람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 논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쨌든 이번 판결에 대해 일단 남성 쪽에서 적지 않은 불만이 터져 나온다. “TV 보다가 ‘저 여자 예쁜데’라고 말하는 것도 바람인가요” “여자 나오는 술집 가면 모두 바람 피우는 거네요” “술 먹다 2차 가도 걸리네.” 남성들이 이 판결에 볼멘소리하는 것은 지금까지 사회 통념상 바람(성관계를 포함한)은 남성에게 상당히 관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은연중에 바람 피우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이제 와서 잠시 이성에게 마음이 끌리는 ‘산들바람’까지도 바람으로 규정한다면 바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을 “혼인 후 정조의 의무가 심각하게 흔들리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종”으로 봐야 한다는 게 가장 합리적인 해석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에세이집 ‘아담을 아느냐’에서 대개의 사람은 바람에 흔들린다고 했다. 산들바람에 가벼운 나들이를 하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고 광풍에 휘말려 아주 날아가 버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또 바람을 가려움증에 비유하기도 했다. “가려운 데는 긁어야 낫지, 그대로 둔다고 그냥 가라앉지 않는다. 그냥 두면 더 가려운 것도 가려움증의 속성이고 보면 이대로 가라앉을 리가 없다.” 문제는 참다 너무 세게 긁으면 피가 날 수도 있다는 것. 이제 우리는 가려움증 자체를 문제삼을 게 아니라 어떻게 서로의 등을 긁어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