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SUV(Sports Utility Vehicle)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눈에도 강인해 보이는 탄탄한 몸체, 지형에 관계없이 달릴 수 있는 4륜 구동 등은 SUV만의 매력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이 차의 시장점유율이 20~30%대로 급증했다고 한다.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10년 후 SUV를 가장 널리 사용하는 차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SUV가 기존의 승용차보다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산길이라도 단숨에 달려나갈 듯 튼튼해 보이는 외형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SUV의 안전성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결함이 있다. 특히 시원한 시야를 확보하는 SUV의 높은 운전석은 적잖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바로 롤오버(roll over)의 문제다. 롤오버는 커브길에서 통제력을 잃은 차체가 옆으로 구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SUV는 롤오버에 대해 놀라울 만큼 무방비 상태이다.
‘디스커버리’지 최신호는 ‘물리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SUV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기에는 부적절한 차량’이라는 요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미국의 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의 통계 역시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1999년의 통계에 따르면 SUV의 사고로 사망한 사람 중 60% 이상이 롤오버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다른 종류의 차량에서 나타나는 23%에 비하면 거의 3배꼴인 셈이다.
물리학의 몇 가지 기본 공식을 안다면 SUV가 왜 위험한지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우선 학창시절 배웠던 관성의 법칙(뉴턴의 제1 운동법칙)을 한번 떠올려보자. ‘모든 물체는 자신의 운동상태를 보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법칙은 도로를 달리는 차에 그대로 적용된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차에서 갑작스레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체는 앞으로 쏠린다. 반대로 급히 가속 페달을 밟으면 뒤로 쏠린다. 일상에서 날마다 겪는 이 현상이 관성이다.
만약 급가속이나 급제동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어떻게 될까? 차체는 앞이나 뒤로 급속히 쏠리다 못해 공중제비를 돌면서 데굴데굴 굴러갈 것이다. 차는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가 충분히 넓기 때문에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매우 드물다. 반면, 옆으로 구르는 일은 상대적으로 흔하다. 고속 주행중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차체의 방향을 바꾸면 역시 관성의 법칙으로 인해 차체의 하중이 바깥쪽 타이어에 걸린다. 하중의 일부가 안쪽 타이어에 남아 있는 경우라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하중의 전부가 바깥쪽 타이어에 걸린 경우에는 자동차가 아니라 두 바퀴 차, 즉 자전거를 타고 있는 셈이 된다. 이 상태에서 바람이나 웅덩이, 도로의 가장자리 등에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차는 옆으로 굴러버린다.
이 부분에 SUV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다른 차종에 비해 키가 큰(즉 무게중심이 높은) SUV는 상대적으로 옆으로 구를 확률이 커진다. 박스를 옆으로 뉘었을 때보다 세웠을 때 더 쉽게 쓰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롤오버가 일어날 확률은 간단한 수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앞바퀴 간의 거리를 반으로 나누고, 이 값을 차체 무게중심의 높이로 나눈 값을 정적안정도(static stability factor)라고 한다. 이 값이 작을수록 차가 옆으로 구를 확률은 높아진다. 차종이 다르다고 해도 앞바퀴 간의 거리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결국 무게중심의 높이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앞바퀴 간의 거리가 149cm, 무게중심의 높이가 70cm인 SUV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안정도의 값은 1.06 (149/)이다. 앞바퀴 간의 거리가 157cm이고, 무게중심의 높이가 55cm인 일반 승용차의 안정도 값은 1.43 (157/)이다. 정적안정도 1.06인 SUV는 롤오버할 확률이 37%이고, 1.43인 승용차는 10.6 %이다. SUV의 차체 높이가 약 15cm 높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정적안정도는 복잡한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하며, 롤 오버의 주된 원인으로 운전습관과 날씨 등을 꼽는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이 애써 외면하는 분명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SUV의 높은 차체가 운전자들로 하여금 무리한 속력을 내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그럼, 차체의 높이와 속도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시속 수백 km로 날아가는 항공기에서 창 밖을 바라보면 지표면이 기어가는 것처럼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도로에 바짝 붙어 있는 경주용 차량에서는 시속 50~60km로 달릴 때조차도 지표면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처럼 느낀다. 운전석의 높낮이가 시각적인 느낌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운전석이 승용차보다 약 50cm 정도 더 위쪽에 있는 SUV를 시속 100km로 몰 때의 체감속도와 승용차를 시속 65km로 몰 때의 체감속도가 거의 같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때문에 SUV의 운전자들은 일반 승용차보다 더 빠른 속도에서 급속한 방향 전환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롤오버의 확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점이 있다. 일단 차가 옆으로 구르기 시작하면 SUV의 천장은 일반 승용차보다 더 쉽게 부서진다. 또 한번 물리 시간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회전운동을 하는 물체는 무게중심을 지나는 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일반 승용차는 천장의 모퉁이와 바퀴가 모두 회전운동의 원주상(가상의 튜브 표면)에 위치하기 때문에 비교적 부드럽게 구른다. 그러나 SUV의 천장은 이보다 10~15 cm 정도 더 높다. 따라서 차가 옆으로 구르기 시작하면 천장의 모서리는 계속해서 땅과 심하게 충돌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롤오버에서 승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SUV의 바퀴 간 거리를 더 벌리고, 무게중심은 낮추며 천장의 소재와 구조를 더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포드 사는 롤오버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자사의 주력 SUV인 익스플로러의 바퀴 간 거리를 벌리고, 운전석과 조수석의 측면 에어백이 부풀어 있는 시간을 6초로 늘린 새로운 모델을 2002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SUV의 운전자들은 높아진 운전석과 시원스레 뚫린 시야가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얻어졌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SUV가 기존의 승용차보다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산길이라도 단숨에 달려나갈 듯 튼튼해 보이는 외형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SUV의 안전성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결함이 있다. 특히 시원한 시야를 확보하는 SUV의 높은 운전석은 적잖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바로 롤오버(roll over)의 문제다. 롤오버는 커브길에서 통제력을 잃은 차체가 옆으로 구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SUV는 롤오버에 대해 놀라울 만큼 무방비 상태이다.
‘디스커버리’지 최신호는 ‘물리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SUV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기에는 부적절한 차량’이라는 요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미국의 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의 통계 역시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1999년의 통계에 따르면 SUV의 사고로 사망한 사람 중 60% 이상이 롤오버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다른 종류의 차량에서 나타나는 23%에 비하면 거의 3배꼴인 셈이다.
물리학의 몇 가지 기본 공식을 안다면 SUV가 왜 위험한지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우선 학창시절 배웠던 관성의 법칙(뉴턴의 제1 운동법칙)을 한번 떠올려보자. ‘모든 물체는 자신의 운동상태를 보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법칙은 도로를 달리는 차에 그대로 적용된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차에서 갑작스레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체는 앞으로 쏠린다. 반대로 급히 가속 페달을 밟으면 뒤로 쏠린다. 일상에서 날마다 겪는 이 현상이 관성이다.
만약 급가속이나 급제동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어떻게 될까? 차체는 앞이나 뒤로 급속히 쏠리다 못해 공중제비를 돌면서 데굴데굴 굴러갈 것이다. 차는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가 충분히 넓기 때문에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매우 드물다. 반면, 옆으로 구르는 일은 상대적으로 흔하다. 고속 주행중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차체의 방향을 바꾸면 역시 관성의 법칙으로 인해 차체의 하중이 바깥쪽 타이어에 걸린다. 하중의 일부가 안쪽 타이어에 남아 있는 경우라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하중의 전부가 바깥쪽 타이어에 걸린 경우에는 자동차가 아니라 두 바퀴 차, 즉 자전거를 타고 있는 셈이 된다. 이 상태에서 바람이나 웅덩이, 도로의 가장자리 등에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차는 옆으로 굴러버린다.
이 부분에 SUV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다른 차종에 비해 키가 큰(즉 무게중심이 높은) SUV는 상대적으로 옆으로 구를 확률이 커진다. 박스를 옆으로 뉘었을 때보다 세웠을 때 더 쉽게 쓰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롤오버가 일어날 확률은 간단한 수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앞바퀴 간의 거리를 반으로 나누고, 이 값을 차체 무게중심의 높이로 나눈 값을 정적안정도(static stability factor)라고 한다. 이 값이 작을수록 차가 옆으로 구를 확률은 높아진다. 차종이 다르다고 해도 앞바퀴 간의 거리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결국 무게중심의 높이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앞바퀴 간의 거리가 149cm, 무게중심의 높이가 70cm인 SUV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안정도의 값은 1.06 (149/)이다. 앞바퀴 간의 거리가 157cm이고, 무게중심의 높이가 55cm인 일반 승용차의 안정도 값은 1.43 (157/)이다. 정적안정도 1.06인 SUV는 롤오버할 확률이 37%이고, 1.43인 승용차는 10.6 %이다. SUV의 차체 높이가 약 15cm 높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정적안정도는 복잡한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하며, 롤 오버의 주된 원인으로 운전습관과 날씨 등을 꼽는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이 애써 외면하는 분명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SUV의 높은 차체가 운전자들로 하여금 무리한 속력을 내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그럼, 차체의 높이와 속도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시속 수백 km로 날아가는 항공기에서 창 밖을 바라보면 지표면이 기어가는 것처럼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도로에 바짝 붙어 있는 경주용 차량에서는 시속 50~60km로 달릴 때조차도 지표면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처럼 느낀다. 운전석의 높낮이가 시각적인 느낌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운전석이 승용차보다 약 50cm 정도 더 위쪽에 있는 SUV를 시속 100km로 몰 때의 체감속도와 승용차를 시속 65km로 몰 때의 체감속도가 거의 같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때문에 SUV의 운전자들은 일반 승용차보다 더 빠른 속도에서 급속한 방향 전환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롤오버의 확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점이 있다. 일단 차가 옆으로 구르기 시작하면 SUV의 천장은 일반 승용차보다 더 쉽게 부서진다. 또 한번 물리 시간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회전운동을 하는 물체는 무게중심을 지나는 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일반 승용차는 천장의 모퉁이와 바퀴가 모두 회전운동의 원주상(가상의 튜브 표면)에 위치하기 때문에 비교적 부드럽게 구른다. 그러나 SUV의 천장은 이보다 10~15 cm 정도 더 높다. 따라서 차가 옆으로 구르기 시작하면 천장의 모서리는 계속해서 땅과 심하게 충돌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롤오버에서 승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SUV의 바퀴 간 거리를 더 벌리고, 무게중심은 낮추며 천장의 소재와 구조를 더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포드 사는 롤오버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자사의 주력 SUV인 익스플로러의 바퀴 간 거리를 벌리고, 운전석과 조수석의 측면 에어백이 부풀어 있는 시간을 6초로 늘린 새로운 모델을 2002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SUV의 운전자들은 높아진 운전석과 시원스레 뚫린 시야가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얻어졌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