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재경부의 여의도 분점(?)’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동안 논란을 거듭했던 금융감독조직 개편문제가 결국 공무원 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의 감독정책 기능 강화와 금융감독원의 검사기능 국한이라는 모양새로 결론지어지면서 금감원 주변에서는 이런 자조적 농담이 나오고 있다.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김영재 금감원 부원장보와 장래찬 전 국장 등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금융감독 조직 개편문제는 사안의 본질과는 관계없이 결국 재경부가 금감위에 넘겨주었던 금융감독 기능을 되찾아가는 형국으로 종결되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구재경원에서 겨우 분리했던 금융감독 기능을 다시 재경부가 되찾아감으로써 앞으로 재경부가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벌써부터 우려한다.
문제는 재경부가 금융감독 기능을 행사하면 정부의 정책 목적에 따라 은행 감독 기능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합법적 관치 금융의 통로를 열어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한보사태 등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관치금융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여-야 합의를 통해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것이 97년 12월. 당시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해 금감원을 설립한 지 3년여 만에 금감원이 단순 검사기능을 가진 금감위 하부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6일 금융감독체제 효율화 방안에 관한 재경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금감위와 금감원을 합쳐 포괄적 금융감독체제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현행 체제를 유지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 금감위의 금감원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위해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는 애초 개편논의 시작단계에서 기획예산처 주관으로 금융감독조직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내놓았던 결론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기획예산처가 주도해 만들어진 태스크포스팀에서는 ①금감위와 금감원 통합 방안 ②금감위와 금감원 완전 분리 방안 ③현행 체계 유지 및 운영 시스템 개편 방안 ④금감원의 공무원 조직화 방안 등 4개안을 제시했으며, 공청회 과정 등을 거쳐 이중 ①안을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 거론한 바 있다. 태스크포스팀을 이끌던 한림대 윤석헌 교수도 이 방안을 지지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아래 상자 인터뷰 참조).
그러나 재경부가 확정한 방안은 이중 ③안에 가까운 것이다. 재경부는 현행 제도가 시행된 지 2~3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운영’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감원이 ‘전 직원 사표 제출’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경부가 조사 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증선위 산하에 공무원 조직으로 조사국을 만들어 금감원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려는 데에 있다.
재경부 최종안은 금감위나 증선위의 기능 강화를 위한 기구 증설이나 인력 증원은 최소화한다고 밝혔지만, 금감원 주변에서는 결국 조사 부서가 만들어지면 재경부 공무원들의 몫, 그것도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순환보직의 통로로 활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재경부 국장급 인사에 따라 금감원 부원장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금감위조차 재경부의 2중대로 전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는 금감위가 출범한 후 그동안 금감위 산하 공무원이 애초 10명에서 현재 무려 61명까지 늘어난 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갈 만한 일이다.
97년 말 금감위 내의 공무원은 위원회 운영에 필수적인 10명 수준의 실무 인력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서너 차례의 대통령령 개정 작업을 거쳐 현재까지 1실 2국 9개과에 61명으로까지 늘어났다.
특히 99년 말에는 금감위 구조개혁기획단을 해체하면서 재경부 공무원들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자 이전까지 없던 별도의 담당관 제도를 두어 20여 명을 금감위에 잔류시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금감위와 금감원의 업무 중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헌재 위원장 시절 금감위-금감원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MOU 위반 신고 센터’까지 만들어지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선위 산하에 별도의 조사기구를 두면 결국 이마저 공무원 조직으로 채워져 감독의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 뻔하다는 것이 금감원 내부의 시각. 이러한 논란이 잇따르자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등은 이 조사기구를 금감원 조사 인력으로 구성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였으나 법적 검토가 뒤따라야만 하는 상황인데다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강문수 박사는 “가장 먼저 금융감독기관 통합을 이룬 노르웨이나 핀란드의 경우를 보더라도 (우리처럼) 감독위원회 밑에 별도의 사무국을 두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이번 개편안은 정치적 중립성과 금융감독의 전문성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 직원의 사표를 받아놓은 금감원 노동조합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을 ‘트로이의 목마’라고 비난하며,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양대 김대식 교수(경영학)의 비판은 신랄하기까지 하다.
“97년 금융감독기구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의 기본 정신은 관치금융을 척결하고 미래지향적 금융감독 체제를 만드는 것이었음에도 이번 개편안은 재경부의 금융감독기능 재탈환으로밖에 볼 수 없다. 97년 이후 몇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금감위는 이미 자기 조직이나 직제 개편을 전혀 할 수 없는 조직으로 변해 버렸다. 현재도 금감원 인사 요인이 생길 경우 재경부 인사와 묶어서 해야 하는 판이다. 결국 공무원 자리 늘리기만 성공한 셈이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경영학)도 “조사국이나 사무국의 하위 부서가 비대화하면 민간 비상임위원들도 허수아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뱀이 돼지를 삼키는 것을 보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금융감독조직혁신위원회에 참여했던 학계 인사는 “금융시장이 급속하게 개방화하는 추세에서 새로운 금융기법을 우리 감독당국이 얼마나 따라갈 수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를 앞에 놓고도, 금융감독기구의 전문성 강화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결국 밥그릇싸움으로 흐르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과거 우리 경제관료들은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무모하게 동원한 적도 있고, 정치권의 대출 청탁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면서 금융기관을 정부 정책의 하수인으로 만드는 데 앞장선 적도 있다. 모두 재경부 또는 재경원이 금융감독 기능을 겸임하면서 감독기능을 정책 수단화했을 때 일어난 일들이다. 또 이는 한결같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금융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이제 재경부가 금융감독 기능을 다시 갖고 가면서 ‘공룡화’의 첫 단추를 낀다면 어떻게 될까.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 비싼 수업료를 물고서야 얻었던 금융위기의 교훈을 ‘없었던 일’로 돌리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이제는 여론의 압력밖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김영재 금감원 부원장보와 장래찬 전 국장 등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금융감독 조직 개편문제는 사안의 본질과는 관계없이 결국 재경부가 금감위에 넘겨주었던 금융감독 기능을 되찾아가는 형국으로 종결되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구재경원에서 겨우 분리했던 금융감독 기능을 다시 재경부가 되찾아감으로써 앞으로 재경부가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벌써부터 우려한다.
문제는 재경부가 금융감독 기능을 행사하면 정부의 정책 목적에 따라 은행 감독 기능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합법적 관치 금융의 통로를 열어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한보사태 등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관치금융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여-야 합의를 통해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것이 97년 12월. 당시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해 금감원을 설립한 지 3년여 만에 금감원이 단순 검사기능을 가진 금감위 하부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6일 금융감독체제 효율화 방안에 관한 재경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금감위와 금감원을 합쳐 포괄적 금융감독체제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현행 체제를 유지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 금감위의 금감원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위해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는 애초 개편논의 시작단계에서 기획예산처 주관으로 금융감독조직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내놓았던 결론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기획예산처가 주도해 만들어진 태스크포스팀에서는 ①금감위와 금감원 통합 방안 ②금감위와 금감원 완전 분리 방안 ③현행 체계 유지 및 운영 시스템 개편 방안 ④금감원의 공무원 조직화 방안 등 4개안을 제시했으며, 공청회 과정 등을 거쳐 이중 ①안을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 거론한 바 있다. 태스크포스팀을 이끌던 한림대 윤석헌 교수도 이 방안을 지지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아래 상자 인터뷰 참조).
그러나 재경부가 확정한 방안은 이중 ③안에 가까운 것이다. 재경부는 현행 제도가 시행된 지 2~3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운영’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감원이 ‘전 직원 사표 제출’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경부가 조사 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증선위 산하에 공무원 조직으로 조사국을 만들어 금감원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려는 데에 있다.
재경부 최종안은 금감위나 증선위의 기능 강화를 위한 기구 증설이나 인력 증원은 최소화한다고 밝혔지만, 금감원 주변에서는 결국 조사 부서가 만들어지면 재경부 공무원들의 몫, 그것도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순환보직의 통로로 활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재경부 국장급 인사에 따라 금감원 부원장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금감위조차 재경부의 2중대로 전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는 금감위가 출범한 후 그동안 금감위 산하 공무원이 애초 10명에서 현재 무려 61명까지 늘어난 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갈 만한 일이다.
97년 말 금감위 내의 공무원은 위원회 운영에 필수적인 10명 수준의 실무 인력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서너 차례의 대통령령 개정 작업을 거쳐 현재까지 1실 2국 9개과에 61명으로까지 늘어났다.
특히 99년 말에는 금감위 구조개혁기획단을 해체하면서 재경부 공무원들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자 이전까지 없던 별도의 담당관 제도를 두어 20여 명을 금감위에 잔류시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금감위와 금감원의 업무 중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헌재 위원장 시절 금감위-금감원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MOU 위반 신고 센터’까지 만들어지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선위 산하에 별도의 조사기구를 두면 결국 이마저 공무원 조직으로 채워져 감독의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 뻔하다는 것이 금감원 내부의 시각. 이러한 논란이 잇따르자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등은 이 조사기구를 금감원 조사 인력으로 구성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였으나 법적 검토가 뒤따라야만 하는 상황인데다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강문수 박사는 “가장 먼저 금융감독기관 통합을 이룬 노르웨이나 핀란드의 경우를 보더라도 (우리처럼) 감독위원회 밑에 별도의 사무국을 두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이번 개편안은 정치적 중립성과 금융감독의 전문성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 직원의 사표를 받아놓은 금감원 노동조합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을 ‘트로이의 목마’라고 비난하며,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양대 김대식 교수(경영학)의 비판은 신랄하기까지 하다.
“97년 금융감독기구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의 기본 정신은 관치금융을 척결하고 미래지향적 금융감독 체제를 만드는 것이었음에도 이번 개편안은 재경부의 금융감독기능 재탈환으로밖에 볼 수 없다. 97년 이후 몇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금감위는 이미 자기 조직이나 직제 개편을 전혀 할 수 없는 조직으로 변해 버렸다. 현재도 금감원 인사 요인이 생길 경우 재경부 인사와 묶어서 해야 하는 판이다. 결국 공무원 자리 늘리기만 성공한 셈이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경영학)도 “조사국이나 사무국의 하위 부서가 비대화하면 민간 비상임위원들도 허수아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뱀이 돼지를 삼키는 것을 보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금융감독조직혁신위원회에 참여했던 학계 인사는 “금융시장이 급속하게 개방화하는 추세에서 새로운 금융기법을 우리 감독당국이 얼마나 따라갈 수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를 앞에 놓고도, 금융감독기구의 전문성 강화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결국 밥그릇싸움으로 흐르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과거 우리 경제관료들은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무모하게 동원한 적도 있고, 정치권의 대출 청탁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면서 금융기관을 정부 정책의 하수인으로 만드는 데 앞장선 적도 있다. 모두 재경부 또는 재경원이 금융감독 기능을 겸임하면서 감독기능을 정책 수단화했을 때 일어난 일들이다. 또 이는 한결같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금융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이제 재경부가 금융감독 기능을 다시 갖고 가면서 ‘공룡화’의 첫 단추를 낀다면 어떻게 될까.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 비싼 수업료를 물고서야 얻었던 금융위기의 교훈을 ‘없었던 일’로 돌리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이제는 여론의 압력밖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