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지난해에 크게 유행했던 이 광고 카피는 ‘사랑은 오직 하나이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믿음을 뒤집으며 신세대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얻었다.
휴대폰, 노트북,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로 대변되는 모바일(Mobile) 시대는 현대인을 한 곳에 머무르는 인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간으로 바꿔놓았다. 질 들뢰즈나 펠릭스 가타리의 말처럼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는 정착사회에서 신유목사회로 이행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손이 자유로운 배낭을 메고 한 손엔 휴대전화, 또 한 손엔 뚜껑 달린 종이 커피 컵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도 이런 변화를 실감한다. 종이 커피 컵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이들은 커피를 ‘마신다’기보다는 ‘홀짝이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바삐 오간다.
스타벅스 99년 첫 상륙
“점잖지 못하게 어디 길거리로 먹을 걸 갖고 나와?”라고 혀를 차는 어른들이 아직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커피는 거리에서 즐기는 음료가 되었다. 채광 좋고 의자 푹신한 카페에서 서너 시간씩 앉아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던 카페의 풍경은, 원두커피를 테이크 아웃(Take-Out)해 마시는 ‘스탠딩족(族)’이 북적거리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 이화여대 앞 스타벅스. 3층까지 마련된 좌석은 친구나 연인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혼자 와서 시험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 노트북을 켜놓고 웹 서핑을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직장인으로 꽉 차 있다. 1층 판매대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름의 커피와, 커피에 들어가는 부재료를 선택한다. “카페 라떼 쇼트(short-적은 용량) 하나, 디카페인, 저지방 우유, 거품은 많이 내주세요”하는 식이다. 어느새 커피의 방정식은 커피±프림±설탕에서 에스프레소±스팀밀크±시럽±생크림으로 바뀌었다.
매장에서 만난 이선정씨(이화여대 대학원생)는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다는 점 뿐 아니라 다양한 커피를 골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자주 찾는다”고 말한다. 커피 하나도 자신에게 꼭 맞는 것을 고집하는 신세대들에게 스타벅스는 걸어다니면서 즐길 수 있거나, 입맛에 맞추어 먹을 수 있는 고급커피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맥 라이언이 매일 아침 들러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던 곳이 바로 ‘스타벅스’. 스타벅스 커피가 미국인들 일상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한 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이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우리의 커피문화도 바뀌어가고 있다.
커피라고 하면 자판기 커피와 ‘헤이즐넛’ 류의 향커피가 전부인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에스프레소의 강렬한 맛과 향은 말할 수 없는 ‘매혹’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하얀 바탕에 초록색 로고가 선명한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들고 거리에 나온 사람은 ‘나는 최고의 품질을 찾는 고상한 사람’이거나 뉴욕 스타일의 여피족(도시적 감수성의 전문가 집단)이라는 느낌마저 갖게 된다. 커피 한 잔이 선사하는 ‘자랑스러움’. 이것 역시 스타벅스가 창출한 새로운 커피문화다. 사람들은 한 잔의 커피 이전에 한 잔의 이미지를 산다. 스타벅스는 이미지를 파는 것이다.
‘변화에 민감하고 수용 속도가 빠른 패션 리더들이 모이는 곳.’ 스타벅스가 이화여대 앞을 한국 진출 1호점(99년)으로 선정한 이유다. 그 후 스타벅스는 대학로 강남역 명동 압구정동을 거쳐 삼성동 아셈 빌딩과 여의도에까지 진출했다. 스타벅스의 개점 지형도는 젊은이들 문화의 중심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최근에는 복합영화관이 밀집한 곳에 스타벅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어 영상문화에 열광하는 신세대들을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 미국 여행 때 가는 곳마다 스타벅스가 있어 신기했는데, 우리나라에 생겨서 반가웠어요. 제가 속한 인터넷 동호회에서도 종종 ‘스타벅스 번개’를 칠 정도로 마니아들이 꽤 있어요.” 직장인 신은정씨(25)의 말처럼 스타벅스는 이제 신세대 문화의 한 기호로 자리를 잡았다.
문화평론가 이동연씨는 “미국에서는 서민적 문화인 스타벅스가 우리에겐 고급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신다는 데서 벗어나 기호로써, 문화로써 즐기는 현상이 대두된 것이다. 또한 다소 은밀하고 1 대 1 만남을 의미하던 카페 문화가 개방적이고 속도감 있는 스탠딩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서민들의 레스토랑이거나 여행 중 길가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는 용도로 마련된 각종 패스트푸드 음식점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고급 음식점으로 취급받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에 온 미국인들은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이런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몇 백 평씩이나 자리잡고 있는 광경에 매우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싸구려 음식점’이 한국 땅에서 고급으로 둔갑한 이유를 그들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렇거나 말거나 ‘커피의 재료는 물론 종이컵에서부터 휴지까지 몽땅 미국 본사에서 공급하는’ 스타벅스 류의 커피 전문점은 계속 늘어간다. 커피의 다양성, 커피 한 잔이라도 선택해서 마시는 소비자의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던 자판기 커피문화는, 소비성향이 커진 90년대 이후부터 원두커피 문화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커피 전문가들은 “우리도 곧 미국이나 일본처럼 향커피가 사라지고 아메리카 스타일이 유럽식으로 변하면서 커피의 고급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에스프레소 전문점들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돼 가고 있는 것은 이런 예측이 틀린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두산이 스위스 네슬레사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시험 운영중인 ‘카페 네스카페’, 롯데리아가 미국 자바와 손잡고 선보이는 ‘자바커피’, 동서물산이 일본 커피전문업체 가베관으로부터 들여오는 ‘카페 고히관’(가칭),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새가프레도’, ㈜썬앳푸드에서 운영하는 ‘카푸치노 익스프레스’, 토종 브랜드인 대상그룹의 ‘로즈버드’ ‘할리스’ 등이 모두 테이크 아웃을 기본으로 하는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들이다. 아예 매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창을 통해 원하는 커피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한 소규모의 에스프레소 바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 ‘카비’(핀란드어로 ‘커피’라는 뜻) 역시 테이크 아웃을 위주로 하는 에스프레소 바. 점심시간에 바깥으로 나온 직장인들이 길게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하고, 근처 분수대에 삼삼오오 서거나 앉아서 커피와 봄기운을 즐기는 광경이 눈에 띈다. ‘카비’ 사장 유정림씨는 “처음엔 자판기 커피도 있는데 굳이 이렇게 비싼 커피를 마시려고 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고 말한다. 커피를 기다리던 한 여성 직장인은 “커피를 좋아하는데 회사에선 모카나 카푸치노 같은 커피를 마실 수 없어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말한다.
‘변화’와 ‘유연성’을 특징으로 하는 스타벅스식 테이크 아웃 커피는 다방의 촌티 나는 한가함이나 청담동 언덕에 자리잡은 고급 카페의 나른한 유한(有閑)을 모두 거부한다. 80년대 레스토랑 문화와 90년대의 카페 문화는 이제 신인류의 테이크 아웃식 에스프레소 바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여가문화의 도래다.
휴대폰, 노트북,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로 대변되는 모바일(Mobile) 시대는 현대인을 한 곳에 머무르는 인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간으로 바꿔놓았다. 질 들뢰즈나 펠릭스 가타리의 말처럼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는 정착사회에서 신유목사회로 이행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손이 자유로운 배낭을 메고 한 손엔 휴대전화, 또 한 손엔 뚜껑 달린 종이 커피 컵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도 이런 변화를 실감한다. 종이 커피 컵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이들은 커피를 ‘마신다’기보다는 ‘홀짝이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바삐 오간다.
스타벅스 99년 첫 상륙
“점잖지 못하게 어디 길거리로 먹을 걸 갖고 나와?”라고 혀를 차는 어른들이 아직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커피는 거리에서 즐기는 음료가 되었다. 채광 좋고 의자 푹신한 카페에서 서너 시간씩 앉아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던 카페의 풍경은, 원두커피를 테이크 아웃(Take-Out)해 마시는 ‘스탠딩족(族)’이 북적거리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 이화여대 앞 스타벅스. 3층까지 마련된 좌석은 친구나 연인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혼자 와서 시험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 노트북을 켜놓고 웹 서핑을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직장인으로 꽉 차 있다. 1층 판매대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름의 커피와, 커피에 들어가는 부재료를 선택한다. “카페 라떼 쇼트(short-적은 용량) 하나, 디카페인, 저지방 우유, 거품은 많이 내주세요”하는 식이다. 어느새 커피의 방정식은 커피±프림±설탕에서 에스프레소±스팀밀크±시럽±생크림으로 바뀌었다.
매장에서 만난 이선정씨(이화여대 대학원생)는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다는 점 뿐 아니라 다양한 커피를 골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자주 찾는다”고 말한다. 커피 하나도 자신에게 꼭 맞는 것을 고집하는 신세대들에게 스타벅스는 걸어다니면서 즐길 수 있거나, 입맛에 맞추어 먹을 수 있는 고급커피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맥 라이언이 매일 아침 들러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던 곳이 바로 ‘스타벅스’. 스타벅스 커피가 미국인들 일상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한 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이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우리의 커피문화도 바뀌어가고 있다.
커피라고 하면 자판기 커피와 ‘헤이즐넛’ 류의 향커피가 전부인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에스프레소의 강렬한 맛과 향은 말할 수 없는 ‘매혹’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하얀 바탕에 초록색 로고가 선명한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들고 거리에 나온 사람은 ‘나는 최고의 품질을 찾는 고상한 사람’이거나 뉴욕 스타일의 여피족(도시적 감수성의 전문가 집단)이라는 느낌마저 갖게 된다. 커피 한 잔이 선사하는 ‘자랑스러움’. 이것 역시 스타벅스가 창출한 새로운 커피문화다. 사람들은 한 잔의 커피 이전에 한 잔의 이미지를 산다. 스타벅스는 이미지를 파는 것이다.
‘변화에 민감하고 수용 속도가 빠른 패션 리더들이 모이는 곳.’ 스타벅스가 이화여대 앞을 한국 진출 1호점(99년)으로 선정한 이유다. 그 후 스타벅스는 대학로 강남역 명동 압구정동을 거쳐 삼성동 아셈 빌딩과 여의도에까지 진출했다. 스타벅스의 개점 지형도는 젊은이들 문화의 중심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최근에는 복합영화관이 밀집한 곳에 스타벅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어 영상문화에 열광하는 신세대들을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 미국 여행 때 가는 곳마다 스타벅스가 있어 신기했는데, 우리나라에 생겨서 반가웠어요. 제가 속한 인터넷 동호회에서도 종종 ‘스타벅스 번개’를 칠 정도로 마니아들이 꽤 있어요.” 직장인 신은정씨(25)의 말처럼 스타벅스는 이제 신세대 문화의 한 기호로 자리를 잡았다.
문화평론가 이동연씨는 “미국에서는 서민적 문화인 스타벅스가 우리에겐 고급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신다는 데서 벗어나 기호로써, 문화로써 즐기는 현상이 대두된 것이다. 또한 다소 은밀하고 1 대 1 만남을 의미하던 카페 문화가 개방적이고 속도감 있는 스탠딩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서민들의 레스토랑이거나 여행 중 길가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는 용도로 마련된 각종 패스트푸드 음식점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고급 음식점으로 취급받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에 온 미국인들은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이런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몇 백 평씩이나 자리잡고 있는 광경에 매우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싸구려 음식점’이 한국 땅에서 고급으로 둔갑한 이유를 그들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렇거나 말거나 ‘커피의 재료는 물론 종이컵에서부터 휴지까지 몽땅 미국 본사에서 공급하는’ 스타벅스 류의 커피 전문점은 계속 늘어간다. 커피의 다양성, 커피 한 잔이라도 선택해서 마시는 소비자의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던 자판기 커피문화는, 소비성향이 커진 90년대 이후부터 원두커피 문화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커피 전문가들은 “우리도 곧 미국이나 일본처럼 향커피가 사라지고 아메리카 스타일이 유럽식으로 변하면서 커피의 고급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에스프레소 전문점들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돼 가고 있는 것은 이런 예측이 틀린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두산이 스위스 네슬레사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시험 운영중인 ‘카페 네스카페’, 롯데리아가 미국 자바와 손잡고 선보이는 ‘자바커피’, 동서물산이 일본 커피전문업체 가베관으로부터 들여오는 ‘카페 고히관’(가칭),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새가프레도’, ㈜썬앳푸드에서 운영하는 ‘카푸치노 익스프레스’, 토종 브랜드인 대상그룹의 ‘로즈버드’ ‘할리스’ 등이 모두 테이크 아웃을 기본으로 하는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들이다. 아예 매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창을 통해 원하는 커피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한 소규모의 에스프레소 바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 ‘카비’(핀란드어로 ‘커피’라는 뜻) 역시 테이크 아웃을 위주로 하는 에스프레소 바. 점심시간에 바깥으로 나온 직장인들이 길게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하고, 근처 분수대에 삼삼오오 서거나 앉아서 커피와 봄기운을 즐기는 광경이 눈에 띈다. ‘카비’ 사장 유정림씨는 “처음엔 자판기 커피도 있는데 굳이 이렇게 비싼 커피를 마시려고 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고 말한다. 커피를 기다리던 한 여성 직장인은 “커피를 좋아하는데 회사에선 모카나 카푸치노 같은 커피를 마실 수 없어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말한다.
‘변화’와 ‘유연성’을 특징으로 하는 스타벅스식 테이크 아웃 커피는 다방의 촌티 나는 한가함이나 청담동 언덕에 자리잡은 고급 카페의 나른한 유한(有閑)을 모두 거부한다. 80년대 레스토랑 문화와 90년대의 카페 문화는 이제 신인류의 테이크 아웃식 에스프레소 바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여가문화의 도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