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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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가입할까 말까”… 스위스의 고민

3월4일 찬반투표 앞두고 가입 찬성세력 급증… 국민 40% 이상 지지

  • < 이효숙/ 유럽문화정보센터 전문연구원 HYOSOOKLEE@chollian.net>

    입력2005-02-15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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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가입할까 말까”… 스위스의 고민
    영세중립국, 독재자들의 개인금고로 전락한 스위스 은행, 정밀시계, 알프스산맥 등은 모두 스위스를 상징한다. 완벽성과 폐쇄성을 고집하면서도 경제적으로 풍요하고 고용도 안정된 스위스. 그러나 스위스가 더 이상 초연하게 자신들의 성채를 굳게 닫고만 있을 수 없게 됐다. 3월4일 유럽연합 가입에 대한 찬반투표를 앞두고 두 갈래 길에 서 있는 것. 비슷한 문제로 투표를 했던 1992년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92년 12월6일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을 놓고 국민투표를 했을 때 스위스인들은 ‘노(No)!’라고 대답했다. 그것으로 스위스의 유럽연합 가입은 일단 유보됐다. 당시 유럽통합을 지지하는 일부 젊은이들은 격분해 투표 다음날 ‘12월7일 탄생’이라는 단체를 조직하기도 했다. 곧이어 위원회가 결성되고 이들은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10만명의 서명을 받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국민투표의 목표는 유럽연합 가입 여부를 국민들에게 묻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 가입을 찬성하는 사람이 40%를 넘는다고 한다. 불과 몇달 전까지 찬성하는 사람의 비율은 전체의 3분의 1정도에 불과했다.

    한편, 유럽연합 가입을 위해서는 국민의 찬성뿐만 아니라 여러 연방주(cantons)들의 찬성도 필요하다. 헌법 개정과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스위스는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다언어 국가다. 프랑스어를 쓰는 로망족은 친유럽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방은 반 유럽 성향이 강하다. 또 정부당국의 공식 스케줄에 의하면 유럽연합 가입은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도 아니다. 가입협상을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도 빨라야 2003년에나 착수될 전망이고 그것도 점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EU 가입할까 말까”… 스위스의 고민
    친유럽파와 반대파의 간극은 단순히 로망족과 게르만족의 대립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요인들에 기인한다. 대체적으로 친유럽파는 좌파성향을 띠는 젊은 도시계층이 많다. 현상유지파들은 자신들이 신봉하고 있는 ‘중립성’과 연방주들의 권한, 직접민주주의의 역할을 문제삼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그런데 유럽연합 가입에 대한 논의의 특징 중 하나는 경제-사회적인 구도에서의 동기가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스위스인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유럽연합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스위스 기업들이 이미 유럽연합 국가들 안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



    그러나 유럽연합 가입 지지자들의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 그들은 ‘미래의 유럽대륙의 관리에 참여하고 유럽의 미래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스위스’를 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럽연합 가입은 2002년 국민투표에 부칠 UN가입 문제와도 맥을 함께한다. 동-서 냉전이 종결됐고, 공동체적 안보 개념이 사라진 현 시점에서 중립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스위스인들은 자문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뿌리깊은 스위스인들의 자족과 자긍심이 상황에 의해 조금씩 약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폐쇄성은 역사가 깊다. 1515년 스위스는 국경만을 수호하겠다고 공포했다. 나폴레옹 전쟁과 2차대전 때도 스위스 군대가 국경을 넘은 적은 없다. 역사의 여러 장면들에서 항상 고립을 선택했던 스위스인들이 ‘세계화’의 구호 아래 벌어지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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