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그룹 회장 타계 직후인 98년 9월1일 출범한 SK그룹의 ‘손길승 그룹 회장-최태원 SK㈜ 회장’ 체제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최태원 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손길승 그룹 회장과는 잘 맞는 콤비고 그동안 그룹 사업도 잘 돼 불만이 없다”면서 “손길승 회장도 불만이 없다면 ‘손길승-최태원’ 체제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동거’ 여부는 여전히 재계 관계자들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현재로선 최태원 회장의 언급대로 ‘손길승-최태원 체제’는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체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없다. 어디까지나 과도기적 체제라고 보고 있는 것.
SK씨앤씨, 계열사 매출액이 85~90%
‘손길승-최태원 체제’가 출범한 지 2년6개월. SK는 그동안 최태원 회장이 명실상부하게 그룹을 ‘장악’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 왔다. 재계 관계자들은 “SK는 지난해 말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SK㈜에 대한 최회장의 지배권 확립과 유승렬 SK㈜ 사장,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등 최회장 측근들을 전진배치하는 임원 인사를 통해 이 작업을 사실상 완료, 최태원 회장에 대한 그룹 경영권 상속 작업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고 있다.
현재 SK㈜는 SK그룹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SK텔레콤과 SK글로벌, SK해운 등의 최대 주주로 각각 18.48%와 39.6%, 34.4%의 지분을 갖고 있다. SK㈜에 대한 지배권만 확립하면 SK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지난해 말 시스템 통합 업체 SK씨앤씨가 SK㈜의 전환사채 1400억원에 대한 전환 청구권을 행사, 단번에 SK㈜ 지분 8.6%를 확보했다. 이로써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는 SK씨앤씨를 통해 SK㈜의 사실상 최대 주주로 떠올랐고, 지분상으로도 그룹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이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소액주주뿐 아니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등이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권 확립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과정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재용씨의 경영권 승계 방법과 유사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이들의 문제제기는 두고두고 최회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재용씨는 삼성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비상장사 에버랜드 지분을 대량 취득함으로써 삼성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했고, 이 과정에 참여연대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
참여연대 등이 반발하는 이유는 그룹 지주회사로 떠오른 SK씨앤씨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부당 지원 의혹 때문. SK텔레콤 등 다른 계열사 이익을 씨앤씨에 부당하게 유출해 SK씨앤씨를 우량회사로 키운 다음 SK씨앤씨가 SK그룹 지주회사인 SK㈜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지배권을 확보한 것은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기 때문에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게 참여연대의 입장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계열사간 부당 지원은 우량 계열사의 이익을 다른 계열사로 유출, 우량 계열사 소액 다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정 경쟁을 해치는 행위다.
사실 SK씨앤씨와 SK그룹 다른 계열사간 거래는 엄청난 규모여서 부당 지원 의혹을 일으킬 만한 소지를 안고 있다. SK씨앤씨의 99, 2000년 매출액 9360억원 가운데 SK텔레콤 등 계열사 매출액은 85~90%. 국내의 다른 시스템 통합 업체 역시 계열사 거래 비중이 높긴 하지만 평균 50%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물론 계열사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씨앤씨측은 계열사 전산업무를 맡고 있는 시스템 통합업체의 성격상 내부거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정보시스템 서비스료 책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SK씨앤씨 전신인 대한텔레콤은 SK텔레콤으로부터 막대한 부당 지원을 받은 사실이 97년 말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당시 공정위가 적발한 내용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고가로 장비를 매입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대한텔레콤에 막대한 이익을 넘겨주었다. 대한텔레콤 영업이익이 94년 6400만원에서 96년 137억원 이상으로 폭증한 것도 이런 지원에 힘입은 결과였던 셈이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 일가는 98년 SK텔레콤 주총을 앞두고 SK텔레콤과 대한텔레콤의 내부거래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SK텔레콤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대한텔레콤 주식 30만주를 무상으로 SK텔레콤에 증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부당 지원이 계속된다는 의혹이 제기돼 참여연대가 지난해 10월 공정위에 시정명령 이행 실태 점검을 촉구하기도 했다. 참여연대가 여전히 SK씨앤씨에 대한 부당 지원이 계속된다는 의혹을 갖는 근거는 98년 말 SK씨앤씨와 SK그룹 12개 계열사간에 체결된 정보시스템 서비스 제공 계약. 당시 SK텔레콤과 SK씨앤씨간 계약에 따라 SK텔레콤이 정보시스템 서비스 계약 만료 시점인 2009년까지 SK씨앤씨에 지급할 총 서비스료는 1조원 정도. 나머지 계열사들까지 합하면 2조원에 이른다. 97년 854억원, 98년 1274억원에 불과하던 SK씨앤씨 매출액이 99년 3660억원, 지난해 5700억원으로 급증한 것도 이런 계약 때문.
문제는 SK텔레콤의 경우 SK씨앤씨와 계약 당시 SK텔레콤 경영진이 약속한 전제 조건을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 SK텔레콤 이사회는 당시 SK씨앤씨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 SK씨앤씨가 휼렛패커드(HP) 등 외국의 정보통신(IT) 전문업체와 1년 이내에 합작 계약을 체결한다는 전제 하에 SK텔레콤과 SK씨앤씨간 계약을 승인했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측은 합작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거래를 취소하기로 약속했다.
SK텔레콤 사외이사인 남상구 교수(고려대 경영학과)는 “SK씨앤씨측이 IBM, HP 등 외국의 전문 IT 업체와 합작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전제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으니 SK텔레콤과 SK씨앤씨간 계약의 유효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이 문제를 회사측에 계속 제기해 왔으나 충분한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상태라는 것.
이 문제는 3월에 열리는 주총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선 SK그룹측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SK그룹이 그동안 SK텔레콤에 대한 지분율을 높여왔기 때문. 물론 1월12일 SK㈜와 SK글로벌이 SK텔레콤 보유 지분 7.21%와 7.29%를 투자자문 회사 ‘시그넘9’에 매각함으로써 그룹 지분이 34.1%에서 19.6%로 줄어들긴 했지만 SK그룹의 SK텔레콤 지배력은 문제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SK측은 SK텔레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올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3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남상구 교수와 김대식 교수(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를 재선임해 달라는 참여연대측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게 SK텔레콤측 입장이긴 하다. 그러나 설사 이들이 재선임된다 해도 다른 사외이사들이 SK텔레콤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SK그룹의 의지는 관철될 수밖에 없는 것.
그렇다고 최태원 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도덕성 시비까지 해소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경영권을 승계받은 것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최회장의 이미지는 상당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그동안 SK㈜ 회장으로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회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현재로선 최태원 회장의 언급대로 ‘손길승-최태원 체제’는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체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없다. 어디까지나 과도기적 체제라고 보고 있는 것.
SK씨앤씨, 계열사 매출액이 85~90%
‘손길승-최태원 체제’가 출범한 지 2년6개월. SK는 그동안 최태원 회장이 명실상부하게 그룹을 ‘장악’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 왔다. 재계 관계자들은 “SK는 지난해 말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SK㈜에 대한 최회장의 지배권 확립과 유승렬 SK㈜ 사장,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등 최회장 측근들을 전진배치하는 임원 인사를 통해 이 작업을 사실상 완료, 최태원 회장에 대한 그룹 경영권 상속 작업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고 있다.
현재 SK㈜는 SK그룹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SK텔레콤과 SK글로벌, SK해운 등의 최대 주주로 각각 18.48%와 39.6%, 34.4%의 지분을 갖고 있다. SK㈜에 대한 지배권만 확립하면 SK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지난해 말 시스템 통합 업체 SK씨앤씨가 SK㈜의 전환사채 1400억원에 대한 전환 청구권을 행사, 단번에 SK㈜ 지분 8.6%를 확보했다. 이로써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는 SK씨앤씨를 통해 SK㈜의 사실상 최대 주주로 떠올랐고, 지분상으로도 그룹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이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소액주주뿐 아니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등이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권 확립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과정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재용씨의 경영권 승계 방법과 유사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이들의 문제제기는 두고두고 최회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재용씨는 삼성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비상장사 에버랜드 지분을 대량 취득함으로써 삼성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했고, 이 과정에 참여연대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
참여연대 등이 반발하는 이유는 그룹 지주회사로 떠오른 SK씨앤씨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부당 지원 의혹 때문. SK텔레콤 등 다른 계열사 이익을 씨앤씨에 부당하게 유출해 SK씨앤씨를 우량회사로 키운 다음 SK씨앤씨가 SK그룹 지주회사인 SK㈜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지배권을 확보한 것은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기 때문에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게 참여연대의 입장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계열사간 부당 지원은 우량 계열사의 이익을 다른 계열사로 유출, 우량 계열사 소액 다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정 경쟁을 해치는 행위다.
사실 SK씨앤씨와 SK그룹 다른 계열사간 거래는 엄청난 규모여서 부당 지원 의혹을 일으킬 만한 소지를 안고 있다. SK씨앤씨의 99, 2000년 매출액 9360억원 가운데 SK텔레콤 등 계열사 매출액은 85~90%. 국내의 다른 시스템 통합 업체 역시 계열사 거래 비중이 높긴 하지만 평균 50%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물론 계열사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씨앤씨측은 계열사 전산업무를 맡고 있는 시스템 통합업체의 성격상 내부거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정보시스템 서비스료 책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SK씨앤씨 전신인 대한텔레콤은 SK텔레콤으로부터 막대한 부당 지원을 받은 사실이 97년 말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당시 공정위가 적발한 내용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고가로 장비를 매입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대한텔레콤에 막대한 이익을 넘겨주었다. 대한텔레콤 영업이익이 94년 6400만원에서 96년 137억원 이상으로 폭증한 것도 이런 지원에 힘입은 결과였던 셈이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 일가는 98년 SK텔레콤 주총을 앞두고 SK텔레콤과 대한텔레콤의 내부거래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SK텔레콤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대한텔레콤 주식 30만주를 무상으로 SK텔레콤에 증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부당 지원이 계속된다는 의혹이 제기돼 참여연대가 지난해 10월 공정위에 시정명령 이행 실태 점검을 촉구하기도 했다. 참여연대가 여전히 SK씨앤씨에 대한 부당 지원이 계속된다는 의혹을 갖는 근거는 98년 말 SK씨앤씨와 SK그룹 12개 계열사간에 체결된 정보시스템 서비스 제공 계약. 당시 SK텔레콤과 SK씨앤씨간 계약에 따라 SK텔레콤이 정보시스템 서비스 계약 만료 시점인 2009년까지 SK씨앤씨에 지급할 총 서비스료는 1조원 정도. 나머지 계열사들까지 합하면 2조원에 이른다. 97년 854억원, 98년 1274억원에 불과하던 SK씨앤씨 매출액이 99년 3660억원, 지난해 5700억원으로 급증한 것도 이런 계약 때문.
문제는 SK텔레콤의 경우 SK씨앤씨와 계약 당시 SK텔레콤 경영진이 약속한 전제 조건을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 SK텔레콤 이사회는 당시 SK씨앤씨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 SK씨앤씨가 휼렛패커드(HP) 등 외국의 정보통신(IT) 전문업체와 1년 이내에 합작 계약을 체결한다는 전제 하에 SK텔레콤과 SK씨앤씨간 계약을 승인했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측은 합작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거래를 취소하기로 약속했다.
SK텔레콤 사외이사인 남상구 교수(고려대 경영학과)는 “SK씨앤씨측이 IBM, HP 등 외국의 전문 IT 업체와 합작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전제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으니 SK텔레콤과 SK씨앤씨간 계약의 유효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이 문제를 회사측에 계속 제기해 왔으나 충분한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상태라는 것.
이 문제는 3월에 열리는 주총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선 SK그룹측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SK그룹이 그동안 SK텔레콤에 대한 지분율을 높여왔기 때문. 물론 1월12일 SK㈜와 SK글로벌이 SK텔레콤 보유 지분 7.21%와 7.29%를 투자자문 회사 ‘시그넘9’에 매각함으로써 그룹 지분이 34.1%에서 19.6%로 줄어들긴 했지만 SK그룹의 SK텔레콤 지배력은 문제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SK측은 SK텔레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올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3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남상구 교수와 김대식 교수(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를 재선임해 달라는 참여연대측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게 SK텔레콤측 입장이긴 하다. 그러나 설사 이들이 재선임된다 해도 다른 사외이사들이 SK텔레콤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SK그룹의 의지는 관철될 수밖에 없는 것.
그렇다고 최태원 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도덕성 시비까지 해소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경영권을 승계받은 것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최회장의 이미지는 상당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그동안 SK㈜ 회장으로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회장이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