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가 혼란스럽다면 그 나라의 음악이 조화롭지 못할 것이다’라는 중국 격언이 있다. 오늘날 어수선한 우리사회를 보면 이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클래식 음악이나 대중음악이나할것없이 각 장르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예술 그 자체보다는 돈벌이와 외형 부풀리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순수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일관성 없는 정부의 문화정책과 인색한 문화예산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음악계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2월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정치용이 지휘하는 서울시 교향악단의 제600회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한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평가하는 예술분야 가운데 음악에서의 오케스트라만큼 외형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단체는 없을 것이다.
600회 정기연주회를 가진 서울시 교향악단은 광복 이후 모든 것이 부족했던 척박한 음악 풍토 속에서 태어나 5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른 우리 교향악 운동의 산 역사다. 공교롭게도 32년 만의 대폭설이 내린 이날, 어렵사리 세종문화회관을 찾은 관객들은 서울시와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의 연주에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향측에 따르면 아직까지 서울시민들의 서울시향에 대한 인지도는 10% 안팎이라고 한다. 또한 서울시향은 96년부터 99년 상반기까지 상임지휘자가 없는 가운데 연주력 저하문제로 고민해 왔다. 더욱이 IMF사태로 인해 공연사업비마저 감소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99년 7월 세종문화회관이 재단법인으로 바뀌면서 서울시향도 민간시대의 새로운 문을 열게 되었지만, 노사문제로 인한 갈등은 시민과 함께 음악적인 즐거움을 나누어야 할 예술단체가 시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불행을 초래했다.
현재 단장 겸 지휘자인 정치용씨는 99년 이후 어쩌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노조와 비노조로 나뉜 단원들의 화합을 위해 많은 고심을 했다고 한다. 밤을 새워가며 대화한 적이 많았다는 그는, 이날 연주회 전 인터뷰에서 “음악적인 훈련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단원들의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었죠. ‘올바른 예술인의 길을 가자, 서울시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오케스트라가 되자’고 단원들을 설득했습니다”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전했다.
그간 노사갈등의 쟁점이 됐던 문제들이 해결되고 안정을 찾으면서 서울시향은 비로소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마크 에름레르의 취임과 맞물려 서울시향은 신상준씨를 악장으로 영입하게 되는데 서울시향의 음악을 다듬고 단원들을 이끌어갈 좋은 계기가 됐다. 신상준씨는 서울시향의 초창기인 1955년부터 59년까지 첼로 단원으로 활약했던 신주연씨의 아들로 2대째 서울시향에 몸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향은 아직 갈 길이 바쁘다. 우선 상임지휘자 에름레르는 서울시향을 음악적으로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한 듯하다. 단원들은 상임지휘자가 연주 후 바로 출국하지 말고 좀더 오래 국내에 머물면서 열의를 가지고 교향악단을 조련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러시아 작곡가 위주의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말러나 브루크너와 같은 교향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곡가의 곡으로 프로그램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왜냐하면 서울시향은 이러한 곡들을 충분히 연주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600회 정기연주회가 끝난 뒤 음악평론가 문일근씨는 “지난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좋지만 적어도 서울시향 600회 기념연주라면, 웬만한 연주회에서는 접하기 힘든 대곡을 충실히 연습한 다음 청중에게 들려주었더라면 더 의미 있는 무대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덧붙여 완벽한 사운드보다는 청중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연주회는 45년 고려교향악단의 창단무대에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의 1악장을 시작으로 56년 제1회 소년소녀협주회 출신의 피아니스트 이경숙의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협연, 서울시향 관악 앙상블의 팝스콘서트 레퍼토리, 시향이 초연한 강준일의 사물놀이협주곡 ‘마당’ 등이 함께 연주됐다.
기획의도는 좋았지만 55년 교향악단의 역사를 음악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선 78년 세종문화회관의 완공 이후 한 번의 보수공사도 하지 않은 음향판이 문제가 됐다. 오케스트라 전용홀이 아닌 다목적으로 지어진 거대한 홀에서 완벽한 사운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하더라도 현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음향은 잔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메마르기 짝이 없다. 이날 연주에서도 금관군과 팀파니는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소리가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청중은 서울시향의 음악을 들으러 오는 것이다. 연주가 아무리 좋아도 그 소리를 제대로 청중에게 들려줄 수 없다면 서울시향의 연주회는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 분명하다.
올해 서울시향의 전체 예산 30억원 가운데 순수 공연기획 예산은 5%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국내 교향악단 대부분이 이와 비슷한 실정이지만 이러한 예산을 가지고 제대로 된 기획공연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교향악단의 기획을 담당하는 스태프가 3명뿐인 것도 문제다. 가까운 동남아 오케스트라만 하더라도 단원의 20% 이상의 스태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또 서울시향을 외국에 소개할 만한 변변한 홍보 책자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의 연주회를 담은 음악자료의 정리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서울시향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99년 7월 부임한 이종덕 세종문화회관 총감독은 서울시향이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교향악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극장의 중심으로서 시향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선 서울시향을 독립법인화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도록 하고, 후원회 중심으로 기금을 조성해 2011년경에는 5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대극장의 음향은 조속히 예산을 마련해 음향판을 교체할 계획입니다.”
서울시향은 서울시민의 오케스트라다. 시민이 음악을 들으러 오지 않는 서울시향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단원들은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훌륭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시민들도 좀더 많은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의 예산을 책정하는 서울시 관계자들 중에서 과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음향상태를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서울시향의 연주회를 유료티켓으로 관람하는 서울시 의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서울시도 말로만 지원을 약속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나라의 수준으로는 예산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재정자립을 하고 있는 교향악단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문화상품은 기본적으로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보는 것이며 그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600회 정기연주회를 가진 서울시 교향악단은 광복 이후 모든 것이 부족했던 척박한 음악 풍토 속에서 태어나 5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른 우리 교향악 운동의 산 역사다. 공교롭게도 32년 만의 대폭설이 내린 이날, 어렵사리 세종문화회관을 찾은 관객들은 서울시와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의 연주에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향측에 따르면 아직까지 서울시민들의 서울시향에 대한 인지도는 10% 안팎이라고 한다. 또한 서울시향은 96년부터 99년 상반기까지 상임지휘자가 없는 가운데 연주력 저하문제로 고민해 왔다. 더욱이 IMF사태로 인해 공연사업비마저 감소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99년 7월 세종문화회관이 재단법인으로 바뀌면서 서울시향도 민간시대의 새로운 문을 열게 되었지만, 노사문제로 인한 갈등은 시민과 함께 음악적인 즐거움을 나누어야 할 예술단체가 시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불행을 초래했다.
현재 단장 겸 지휘자인 정치용씨는 99년 이후 어쩌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노조와 비노조로 나뉜 단원들의 화합을 위해 많은 고심을 했다고 한다. 밤을 새워가며 대화한 적이 많았다는 그는, 이날 연주회 전 인터뷰에서 “음악적인 훈련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단원들의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었죠. ‘올바른 예술인의 길을 가자, 서울시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오케스트라가 되자’고 단원들을 설득했습니다”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전했다.
그간 노사갈등의 쟁점이 됐던 문제들이 해결되고 안정을 찾으면서 서울시향은 비로소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마크 에름레르의 취임과 맞물려 서울시향은 신상준씨를 악장으로 영입하게 되는데 서울시향의 음악을 다듬고 단원들을 이끌어갈 좋은 계기가 됐다. 신상준씨는 서울시향의 초창기인 1955년부터 59년까지 첼로 단원으로 활약했던 신주연씨의 아들로 2대째 서울시향에 몸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향은 아직 갈 길이 바쁘다. 우선 상임지휘자 에름레르는 서울시향을 음악적으로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한 듯하다. 단원들은 상임지휘자가 연주 후 바로 출국하지 말고 좀더 오래 국내에 머물면서 열의를 가지고 교향악단을 조련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러시아 작곡가 위주의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말러나 브루크너와 같은 교향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곡가의 곡으로 프로그램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왜냐하면 서울시향은 이러한 곡들을 충분히 연주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600회 정기연주회가 끝난 뒤 음악평론가 문일근씨는 “지난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좋지만 적어도 서울시향 600회 기념연주라면, 웬만한 연주회에서는 접하기 힘든 대곡을 충실히 연습한 다음 청중에게 들려주었더라면 더 의미 있는 무대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덧붙여 완벽한 사운드보다는 청중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연주회는 45년 고려교향악단의 창단무대에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의 1악장을 시작으로 56년 제1회 소년소녀협주회 출신의 피아니스트 이경숙의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협연, 서울시향 관악 앙상블의 팝스콘서트 레퍼토리, 시향이 초연한 강준일의 사물놀이협주곡 ‘마당’ 등이 함께 연주됐다.
기획의도는 좋았지만 55년 교향악단의 역사를 음악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선 78년 세종문화회관의 완공 이후 한 번의 보수공사도 하지 않은 음향판이 문제가 됐다. 오케스트라 전용홀이 아닌 다목적으로 지어진 거대한 홀에서 완벽한 사운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하더라도 현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음향은 잔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메마르기 짝이 없다. 이날 연주에서도 금관군과 팀파니는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소리가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청중은 서울시향의 음악을 들으러 오는 것이다. 연주가 아무리 좋아도 그 소리를 제대로 청중에게 들려줄 수 없다면 서울시향의 연주회는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 분명하다.
올해 서울시향의 전체 예산 30억원 가운데 순수 공연기획 예산은 5%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국내 교향악단 대부분이 이와 비슷한 실정이지만 이러한 예산을 가지고 제대로 된 기획공연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교향악단의 기획을 담당하는 스태프가 3명뿐인 것도 문제다. 가까운 동남아 오케스트라만 하더라도 단원의 20% 이상의 스태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또 서울시향을 외국에 소개할 만한 변변한 홍보 책자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의 연주회를 담은 음악자료의 정리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서울시향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99년 7월 부임한 이종덕 세종문화회관 총감독은 서울시향이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교향악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극장의 중심으로서 시향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선 서울시향을 독립법인화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도록 하고, 후원회 중심으로 기금을 조성해 2011년경에는 5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대극장의 음향은 조속히 예산을 마련해 음향판을 교체할 계획입니다.”
서울시향은 서울시민의 오케스트라다. 시민이 음악을 들으러 오지 않는 서울시향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단원들은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훌륭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시민들도 좀더 많은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의 예산을 책정하는 서울시 관계자들 중에서 과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음향상태를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서울시향의 연주회를 유료티켓으로 관람하는 서울시 의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서울시도 말로만 지원을 약속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나라의 수준으로는 예산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재정자립을 하고 있는 교향악단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문화상품은 기본적으로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보는 것이며 그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