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성들은 전통적으로 길을 걸을 때 애인을 절대 차도 쪽에 걷게 하지 않았다. 부인에게 인사할 때는 우아하게 손등에 입을 맞추며 예를 갖췄다. 하지만 68년 혁명 이후 페미니즘의 도래와 함께 이런 기품 있는 프랑스식 매너는 퇴출됐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대형 서점에 아예 에티켓 지침서 판매코너가 따로 개설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는 매년 10여 종의 관련 서적이 출간된다. 유럽의 대부호 로스차일드 가문의 나딘 드 로스차일드 남작부인이 최근 펴낸 ‘유혹하는 행복, 성공의 기법’은 15만 부나 팔렸다. 이는 1899년에 나온 스타프 남작부인의 ‘상류사회의 예법’ 이후 100년 만에 에티켓 지침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다. 또 2000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린 ‘프랑스 예의’라는 단체도 생겨나서, 국가적으로 ‘예의의 날’을 지정받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새삼스럽게 매너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고상한 옛 매너에 대한 막연한 향수 때문일까, 만연하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에티켓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돼서일까.
사실 중고등학교에서 매년 일어나는 25만 건의 폭력사건 중 40%가 무례한 언어에 의해 촉발됐다. 자크 랑 교육부장관은 최근 학교에 예의를 회복하기 위한 ‘학교폭력 대항 국가위원회’를 조직, 위로부터의 개혁을 시작했다.
“매너가 사회적 신분 지표” 인식
프랑스인들의 가치관을 조사한 한 앙케트의 결과를 보면, 교육에서 중요한 항목 중 3위에 오른 것이 ‘예절’이다. 놀랍게도 20년 전에는 이 항목이 6위에 불과했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25세에서 49세 사이의 프랑스 여성 중 80%가 밖에서 일한다), 이제는 아이들의 일상 생활습관을 지도하는 것까지 교사의 몫이 됐다. 초등학교 교사인 미셸은 교실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옆 반에 가서 분필을 가져오라고 심부름시킬 때, 학생에게 반드시 이렇게 일러둡니다. 먼저 인사하고, 사과하고,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회의 중추가 된 68년 이후 세대들은 혼란스럽다. 이제 와서 무엇이 예의고 무엇이 무례인지 경계조차 모호하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도 혼란을 가중했다. 이메일이나 팩스를 주고받을 때는 어떤 예의를 지켜야 하지? 휴대폰에 메시지를 남길 때는?
답답한 마음으로 서점에 달려가 에티켓 책을 산다. 하지만 책은 생선 나이프와 치즈 나이프를 노련하게 다루는 방법까지 실습해 주지는 못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에티켓 학교가 도처에 생겨나고 이곳에서 진행되는 이른바 BSAM(bonjour-sourire-au revoir-merci 안녕하십니까-미소-안녕히 계십시오-고맙습니다) 교육은 비싼 교육비에도 매너를 배우려는 성인들로 성황을 이룬다.
예를 들어 95년 문을 연 ‘마리 블랑슈 요리학교’에서는 700명의 성인들에게 매너교육을 실시중이다. 교육비는 1주일에 6500프랑(약 120만원)에 달한다. 수강생은 주로 기업에서 교육을 지원받는 중역들. 레스토랑에 가면 초대한 사람이 앞서서 들어가야 하고, 음식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역들이 무릎을 친다. 이들의 목표는 오로지 비즈니스 만찬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
매너 교육이 다시 부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매너가 사회적으로 신분을 가르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너를 다시 공부하는 프랑스인이 많아졌음에도 파리의 거리에서 이런 현상이 아직까지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다. 떼밀기, 거친 언행, 무관심이 여전하다. 하지만 조만간 프랑스 여성들은 다시 인도 안쪽에서 걷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2년 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대형 서점에 아예 에티켓 지침서 판매코너가 따로 개설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는 매년 10여 종의 관련 서적이 출간된다. 유럽의 대부호 로스차일드 가문의 나딘 드 로스차일드 남작부인이 최근 펴낸 ‘유혹하는 행복, 성공의 기법’은 15만 부나 팔렸다. 이는 1899년에 나온 스타프 남작부인의 ‘상류사회의 예법’ 이후 100년 만에 에티켓 지침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다. 또 2000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린 ‘프랑스 예의’라는 단체도 생겨나서, 국가적으로 ‘예의의 날’을 지정받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새삼스럽게 매너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고상한 옛 매너에 대한 막연한 향수 때문일까, 만연하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에티켓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돼서일까.
사실 중고등학교에서 매년 일어나는 25만 건의 폭력사건 중 40%가 무례한 언어에 의해 촉발됐다. 자크 랑 교육부장관은 최근 학교에 예의를 회복하기 위한 ‘학교폭력 대항 국가위원회’를 조직, 위로부터의 개혁을 시작했다.
“매너가 사회적 신분 지표” 인식
프랑스인들의 가치관을 조사한 한 앙케트의 결과를 보면, 교육에서 중요한 항목 중 3위에 오른 것이 ‘예절’이다. 놀랍게도 20년 전에는 이 항목이 6위에 불과했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25세에서 49세 사이의 프랑스 여성 중 80%가 밖에서 일한다), 이제는 아이들의 일상 생활습관을 지도하는 것까지 교사의 몫이 됐다. 초등학교 교사인 미셸은 교실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옆 반에 가서 분필을 가져오라고 심부름시킬 때, 학생에게 반드시 이렇게 일러둡니다. 먼저 인사하고, 사과하고,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회의 중추가 된 68년 이후 세대들은 혼란스럽다. 이제 와서 무엇이 예의고 무엇이 무례인지 경계조차 모호하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도 혼란을 가중했다. 이메일이나 팩스를 주고받을 때는 어떤 예의를 지켜야 하지? 휴대폰에 메시지를 남길 때는?
답답한 마음으로 서점에 달려가 에티켓 책을 산다. 하지만 책은 생선 나이프와 치즈 나이프를 노련하게 다루는 방법까지 실습해 주지는 못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에티켓 학교가 도처에 생겨나고 이곳에서 진행되는 이른바 BSAM(bonjour-sourire-au revoir-merci 안녕하십니까-미소-안녕히 계십시오-고맙습니다) 교육은 비싼 교육비에도 매너를 배우려는 성인들로 성황을 이룬다.
예를 들어 95년 문을 연 ‘마리 블랑슈 요리학교’에서는 700명의 성인들에게 매너교육을 실시중이다. 교육비는 1주일에 6500프랑(약 120만원)에 달한다. 수강생은 주로 기업에서 교육을 지원받는 중역들. 레스토랑에 가면 초대한 사람이 앞서서 들어가야 하고, 음식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역들이 무릎을 친다. 이들의 목표는 오로지 비즈니스 만찬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
매너 교육이 다시 부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매너가 사회적으로 신분을 가르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너를 다시 공부하는 프랑스인이 많아졌음에도 파리의 거리에서 이런 현상이 아직까지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다. 떼밀기, 거친 언행, 무관심이 여전하다. 하지만 조만간 프랑스 여성들은 다시 인도 안쪽에서 걷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