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저예산 제작방식과 저항성으로 대중문화의 거품빼기가 요구되던 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화의 대안으로 자리잡았던 독립문화 진영에서 “이제 인디문화에도 거품빼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0년대 이후 영역별로 활성화되어 독립영화, 독립만화, 인디음반, 대안미술 등 각 분야에서 문화생산자들과 마니아층이 형성되었고 사회적 관심과 생산의 기본적인 토대들이 마련되고 있는 시점에서 독립문화 예술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디레이블 기획자 정희균씨는 “인디음반 산업은 파산지경에 이르렀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98년부터 인디 음반을 제작해온 그는 수십 장의 음반을 냈지만 이중 3000장 이상 판매된 음반은 겨우 3∼4개에 그치고 200∼300장으로 끝난 앨범도 많다. 음반사 설립이 자유로워지면서 속속 문을 열었던 독립음반사가 지금은 거의 다 없어졌고, 인디음악 붐을 타고 생겼던 홍대 앞의 클럽들도 98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잘 나가는’ 클럽으로 언론에도 뻔질나게 소개됐던 ‘롤링 스톤즈’의 경우 평일에 10∼20명, 주말엔 50∼60명의 손님이 찾아올 뿐이어서 김영만 사장은 클럽 문을 닫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씨는 인디음악에 대한 대중매체의 소극적인 자세와 음반 산업구조의 부조리함이 이런 현상을 낳았다고 말한다. “대중매체가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는 한 인디앨범 판매는 힘들 수밖에 없다. ‘현찰 거래’ ‘반품 불가’의 관행이 지배하는 음반 유통구조에서 인디음반은 소매상들에 부담으로 작용해 주문을 기피하게 만든다.”
역시 홍대 앞에 자리하고 있는 대안공간 ‘루프’ 역시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운영진들 사이에 ‘언제까지 버티어낼 수 있을까’하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비영리 전시공간인 이곳은 카페를 겸하면서 작품을 보고 나갈 때 후원함에 성의껏 돈을 넣도록 하고 있는데, 한 달에 5만원도 채 안될 때가 많다. 돈을 못 내 전기와 전화가 끊기는 일도 잦다. ‘인디정신을 추구하는 작가들과 대중이 만나 문화를 만들고 즐기는 곳’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영화 쪽은 어떨까. 한국영화에 대한 지원책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부문에 비해선 여건이 좋은 편이지만, 독립영화인들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은 “단편영화,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영화를 만들기도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지만 이런 영화를 보는 관객층은 전혀 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매달 열고 있는 영화제의 평균 관객수는 200∼300명.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대규모 행사는 관객들로 넘쳐나지만 퀴어영화제, 인권영화제 등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여전히 뜸하다. 독립영화에 대해선 아직도 대부분이 잘 모르거나, ‘재미없는 영화’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독립영화협회는 워크숍이나 영화캠프, 책자 발간 등을 통해 관객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영화를 안정적으로 상영하고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생각이다. 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조영각씨는 “개별 영화에 대한 제작비 지원보다는 먼저 영화문화를 풍부하게 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간 땅 밑에서 꾸준히 달려오던 독립문화는 이제 거리로 나와 ‘대중과의 소통’을 고민하고 대중 속으로 달려가려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모아진 것이 올해로 3회째를 맞아 대학로에서 펼쳐진 독립예술제. 그동안 기성문화공간에서 소외되었던 독립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의 공간을 만들어 대중과 만났다. 이런 축제를 통해 매스미디어에 의한 문화에 익숙한 대중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받았고, 독립문화 진영은 장르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보다 풍요로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축제를 기획했던 다양한 독립문화 영역의 문화생산자들은 그 후 토론회, 세미나 등을 통해 독립문화 내부에서의 장기적인 전망과 제도적, 정책적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11월22일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독립문화인들은 독립문화 활성화를 위한 기금 마련과 독립문화센터의 설립을 한목소리로 제안했다. 문화평론가 이동연씨는 “독립문화의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작업공간과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최소한의 지원을 의미한다. 독립문화의 저변이 튼튼해지면 1만명의 후원회원들이 1년에 1만원씩 내서 그 돈으로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한다.
아직 우리 사회의 문화산업적 기반과 제도적인 부분들은 계속적인 독립문화의 확산과 발전을 지원해내기는 역부족이다. 대중예술의 힘은 다수에게 사랑받는 주류 상업예술과 그것을 견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인디예술이 공존할 때 비로소 강해진다. 이제 막 싹을 틔운 독립문화를 거대한 나무로 키우기 위해 이들은 전투적으로 몸을 던지며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인디레이블 기획자 정희균씨는 “인디음반 산업은 파산지경에 이르렀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98년부터 인디 음반을 제작해온 그는 수십 장의 음반을 냈지만 이중 3000장 이상 판매된 음반은 겨우 3∼4개에 그치고 200∼300장으로 끝난 앨범도 많다. 음반사 설립이 자유로워지면서 속속 문을 열었던 독립음반사가 지금은 거의 다 없어졌고, 인디음악 붐을 타고 생겼던 홍대 앞의 클럽들도 98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잘 나가는’ 클럽으로 언론에도 뻔질나게 소개됐던 ‘롤링 스톤즈’의 경우 평일에 10∼20명, 주말엔 50∼60명의 손님이 찾아올 뿐이어서 김영만 사장은 클럽 문을 닫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씨는 인디음악에 대한 대중매체의 소극적인 자세와 음반 산업구조의 부조리함이 이런 현상을 낳았다고 말한다. “대중매체가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는 한 인디앨범 판매는 힘들 수밖에 없다. ‘현찰 거래’ ‘반품 불가’의 관행이 지배하는 음반 유통구조에서 인디음반은 소매상들에 부담으로 작용해 주문을 기피하게 만든다.”
역시 홍대 앞에 자리하고 있는 대안공간 ‘루프’ 역시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운영진들 사이에 ‘언제까지 버티어낼 수 있을까’하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비영리 전시공간인 이곳은 카페를 겸하면서 작품을 보고 나갈 때 후원함에 성의껏 돈을 넣도록 하고 있는데, 한 달에 5만원도 채 안될 때가 많다. 돈을 못 내 전기와 전화가 끊기는 일도 잦다. ‘인디정신을 추구하는 작가들과 대중이 만나 문화를 만들고 즐기는 곳’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영화 쪽은 어떨까. 한국영화에 대한 지원책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부문에 비해선 여건이 좋은 편이지만, 독립영화인들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은 “단편영화,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영화를 만들기도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지만 이런 영화를 보는 관객층은 전혀 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매달 열고 있는 영화제의 평균 관객수는 200∼300명.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대규모 행사는 관객들로 넘쳐나지만 퀴어영화제, 인권영화제 등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여전히 뜸하다. 독립영화에 대해선 아직도 대부분이 잘 모르거나, ‘재미없는 영화’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독립영화협회는 워크숍이나 영화캠프, 책자 발간 등을 통해 관객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영화를 안정적으로 상영하고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생각이다. 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조영각씨는 “개별 영화에 대한 제작비 지원보다는 먼저 영화문화를 풍부하게 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간 땅 밑에서 꾸준히 달려오던 독립문화는 이제 거리로 나와 ‘대중과의 소통’을 고민하고 대중 속으로 달려가려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모아진 것이 올해로 3회째를 맞아 대학로에서 펼쳐진 독립예술제. 그동안 기성문화공간에서 소외되었던 독립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의 공간을 만들어 대중과 만났다. 이런 축제를 통해 매스미디어에 의한 문화에 익숙한 대중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받았고, 독립문화 진영은 장르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보다 풍요로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축제를 기획했던 다양한 독립문화 영역의 문화생산자들은 그 후 토론회, 세미나 등을 통해 독립문화 내부에서의 장기적인 전망과 제도적, 정책적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11월22일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독립문화인들은 독립문화 활성화를 위한 기금 마련과 독립문화센터의 설립을 한목소리로 제안했다. 문화평론가 이동연씨는 “독립문화의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작업공간과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최소한의 지원을 의미한다. 독립문화의 저변이 튼튼해지면 1만명의 후원회원들이 1년에 1만원씩 내서 그 돈으로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한다.
아직 우리 사회의 문화산업적 기반과 제도적인 부분들은 계속적인 독립문화의 확산과 발전을 지원해내기는 역부족이다. 대중예술의 힘은 다수에게 사랑받는 주류 상업예술과 그것을 견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인디예술이 공존할 때 비로소 강해진다. 이제 막 싹을 틔운 독립문화를 거대한 나무로 키우기 위해 이들은 전투적으로 몸을 던지며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