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한국사회 변혁의 일익을 담당했던 운동권 대학생들. 흔히 ‘386세대’의 대표주자로 표현되곤 했던 이들의 최근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학을 졸업한 뒤 10여년이 흐른 지금, 이들이 세 갈래로 갈려 21세기 한국을 이끌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직접 정치권에 들어가 개혁을 이루겠다는 정계진출파, 정보통신혁명의 대열에 합류한 벤처파, 지난 10년간 눈부신 성장을 보인 시민운동파가 그것이다.
우선 정계진출파로는 80년대 후반 운동권을 이끌던 전대협 세대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87년을 전후해 각 대학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이들이 대거 4·13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것. 민주당에서는 서울에 이인영 전고려대총학생회장 겸 전대협 1기의장(36·구로갑), 우상호 전연세대총학생회장(37·서대문갑), 임종석 전한양대총학생회장 겸 전대협의장(34·성동), 허인회 전고려대총학생회장(37·동대문을), 김윤태 전고려대총학생회장(35·마포갑)이, 인천계양에서는 송영길 전연세대총학생회장(36)이 공천을 받아 금배지에 도전하고 있다. 이중 송영길씨는 지난해 5월 인천계양-강화갑 재선거에 출마해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민주당 청년위원장을 맡은 오영식 전고려대총학생회장(35)은 비례대표 후보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에서는 서울에 오경훈 전서울대총학생회장(36·양천을), 고진화 전성균관대총학생회장(37·영등포갑), 정태근 전연세대총학생회장(36·성북갑)이 공천을 받았다. 또 총학생회장 출신은 아니지만 서울대 전체수석, 학생운동으로 정학, 사시 수석으로 이름이 알려진 원희룡변호사(36·양천갑)와 역시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박종운씨(39·부천오정)도 출마한다.
이념적으로는 ‘진보’로 분류되는 이들은 “정치권 물갈이를 통해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두 번째 흐름은 벤처파. 지난해부터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벤처 바람에 합류한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적지 않다. “벤처기업의 운영스타일과 운동스타일이 비슷한 대목이 적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은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
남파 간첩 이선실이 주도한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지난 92년 구속됐던 황인욱씨(35)는 인문학 벤처기업 ㈜네트로폴리스의 대표다. 황씨의 사업 아이템은 인문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국내 첫 사이버 인문대학 ‘네튜니’(www.netuni.net). 3월1일 인문사회과학 관련 13개 강좌로 문을 열었다. 도합 8년간을 감옥 안에서 보냈던 그지만 지난 98년 8·15특사로 석방된 뒤 컴퓨터 학원에 다니며 디지털혁명의 흐름을 따라잡았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여러가지고, 디지털 시대일수록 문명적 패러다임에 대해 철학적 역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그가 벤처기업가로 변신한 이유. 메트로폴리스에는 90년 보안사에서 근무하다가 민간인 사찰 실태를 폭로해 충격파를 던졌던 윤석양씨(35)도 참여하고 있다. “한때 기계문명의 범람에 거부감을 느껴 러다이트 운동이나 생태주의 운동을 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어 참여했다”고 윤씨는 말한다.
지난 91년 주사파 이론가였던 ‘강철’ 김영환씨와 밀입북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됐다가 사상전향으로 풀려났던 조유식씨(35)도 발빠르게 디지털 혁명에 적응한 케이스. 그는 국내 최대의 인터넷서점 ‘알라딘’을 운영중이다.
동네 슈퍼들과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결합, 소매유통혁명을 지향한다는 인터넷 상거래 업체 알짜마트닷컴에는 연세대 운동권 출신인 정성원(36) 최영곤씨(36) 등이 참여하고 있다. “21세기 신산업에 대해 배워보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 나름대로 프로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최씨는 “정치판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철상 ㈜바이어블코리아대표(33·서울대)는 9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및 전대협 부의장 출신, 미문화원 사건으로 복역한 전력이 있는 장영승 ‘나눔기술’사장(37·서울대)은 실리콘밸리에도 법인이 진출해 있는 벤처기업가다. 그는 전력 때문에 미국정부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분류돼 캐나다로 가서 업무회의를 해야 하는 신세다. 매킨토시 시장 장악을 꿈꾸는 ㈜이네트시스템 이진영사장(32)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86학번. 이비즈홀딩스 고명철사장(38)은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출신이다. 인터넷 쇼핑몰 구축용 머천트 서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 이네트 정보통신 박규헌사장(37)은 위장취업 경력을 가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출신. CD롬 제작사인 아리수미디어 이건범사장(37)은 90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투옥된 적이 있는 서울대 운동권 출신이다.
세 번째 흐름은 최근 힘을 얻고 있는 시민운동판에서 형성돼 있다. 시민운동의 비약적 발전에 이들 386운동권 출신의 ‘허리’ 역할이 큰 뒷받침이 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대표적인 면면을 살펴보면, 참여연대 김기식정책실장(34)은 서울대 인류학과 85학번으로 학생운동을 하다 일찌감치 노동현장으로 투신, 5년간 일한 ‘운동권’이다. 참여연대의 전신인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인 연합’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박원순 변호사와 조희연교수 등과 함께 이듬해 참여연대를 발족시키는데 처음부터 관여했다. 이태호 시민감시국장(33)은 최근 낙천낙선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총선시민연대 정책기획국장을 맡아 활약중. 서울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을 역임했고 도합 9년간 학생운동을 돌봤던 운동권이다.
경실련 출범 초기부터 활동, 경실련의 터줏대감이랄 수 있는 박병옥 경실련정책실장(39)은 고려대 사회학과 81학번. 문무대 109인 사건으로 제적된 뒤 84년 재입학했으며 대학에서는 한국기독학생회 총연맹 대학부 간사로 일했다.
지난해 경실련과 결별, 따로 인터넷 운동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을 만든 하승창사무처장(39)은 연세대 사회학과 80학번으로,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90년 삼민동맹 사건에 연루돼 2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장원 사무총장과 함께 녹색연합을 일궈낸 주인공인 김제남사무처장(37)도 덕성여대 83학번. 학생운동을 하다가 87년 졸업 뒤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나라사랑 청년회를 거친 운동권 출신. 이밖에도 많은 386운동권이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중이다.
각 분야에서 제 갈 길을 걸어가는 이들 386 ‘옛 동지’는 개인적으로 친분을 맺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고 서로의 활동에 도움을 주고받거나 심지어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가령 돈을 번 벤처기업가가 시민운동에 지원하는 경우도 있고, 벤처기업가가 직접 정계진출을 시도하는 일도 있다. 시민운동이 낙천낙선운동을 통해 결과적으로 정계진출을 하려는 386세대의 입지를 넓혀준 것도 큰 테두리에서는 비슷한 예.
정계진출파 대부분이 학생운동에서도 대중 앞에 나서는 역할을 맡은 총학생회장 출신, 즉 ‘화려한’ 운동권이었던데 반해 벤처업계나 시민운동권에는 물밑에서 활동하던 운동가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해온 사람들 사이에는 너도나도 정치권으로 몰려가는 정계진출파 386들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87년 연세대 총학생회에서 간부를 맡았던 정성원씨는 “이들이 정치 분야에서 개혁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재야에서 정치권으로 흡수된 사람들은 모두 기성정치권에 이용되고 흡수됐다는 점을 돌아보면 크게 우려되는 게 사실” 이라고 말한다.
“고생은 지하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더 했고 일도 더 많이 했다. 하다못해 감옥에 가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더 고생한다”고 말하는 황인욱씨는 “몇 년씩 옥살이를 하고 나와서 지금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후배들이, TV에 비치는 옛 총학생회장들의 모습을 보며 박탈감을 느낄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우선 정계진출파로는 80년대 후반 운동권을 이끌던 전대협 세대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87년을 전후해 각 대학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이들이 대거 4·13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것. 민주당에서는 서울에 이인영 전고려대총학생회장 겸 전대협 1기의장(36·구로갑), 우상호 전연세대총학생회장(37·서대문갑), 임종석 전한양대총학생회장 겸 전대협의장(34·성동), 허인회 전고려대총학생회장(37·동대문을), 김윤태 전고려대총학생회장(35·마포갑)이, 인천계양에서는 송영길 전연세대총학생회장(36)이 공천을 받아 금배지에 도전하고 있다. 이중 송영길씨는 지난해 5월 인천계양-강화갑 재선거에 출마해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민주당 청년위원장을 맡은 오영식 전고려대총학생회장(35)은 비례대표 후보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에서는 서울에 오경훈 전서울대총학생회장(36·양천을), 고진화 전성균관대총학생회장(37·영등포갑), 정태근 전연세대총학생회장(36·성북갑)이 공천을 받았다. 또 총학생회장 출신은 아니지만 서울대 전체수석, 학생운동으로 정학, 사시 수석으로 이름이 알려진 원희룡변호사(36·양천갑)와 역시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박종운씨(39·부천오정)도 출마한다.
이념적으로는 ‘진보’로 분류되는 이들은 “정치권 물갈이를 통해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두 번째 흐름은 벤처파. 지난해부터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벤처 바람에 합류한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적지 않다. “벤처기업의 운영스타일과 운동스타일이 비슷한 대목이 적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은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
남파 간첩 이선실이 주도한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지난 92년 구속됐던 황인욱씨(35)는 인문학 벤처기업 ㈜네트로폴리스의 대표다. 황씨의 사업 아이템은 인문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국내 첫 사이버 인문대학 ‘네튜니’(www.netuni.net). 3월1일 인문사회과학 관련 13개 강좌로 문을 열었다. 도합 8년간을 감옥 안에서 보냈던 그지만 지난 98년 8·15특사로 석방된 뒤 컴퓨터 학원에 다니며 디지털혁명의 흐름을 따라잡았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여러가지고, 디지털 시대일수록 문명적 패러다임에 대해 철학적 역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그가 벤처기업가로 변신한 이유. 메트로폴리스에는 90년 보안사에서 근무하다가 민간인 사찰 실태를 폭로해 충격파를 던졌던 윤석양씨(35)도 참여하고 있다. “한때 기계문명의 범람에 거부감을 느껴 러다이트 운동이나 생태주의 운동을 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어 참여했다”고 윤씨는 말한다.
지난 91년 주사파 이론가였던 ‘강철’ 김영환씨와 밀입북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됐다가 사상전향으로 풀려났던 조유식씨(35)도 발빠르게 디지털 혁명에 적응한 케이스. 그는 국내 최대의 인터넷서점 ‘알라딘’을 운영중이다.
동네 슈퍼들과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결합, 소매유통혁명을 지향한다는 인터넷 상거래 업체 알짜마트닷컴에는 연세대 운동권 출신인 정성원(36) 최영곤씨(36) 등이 참여하고 있다. “21세기 신산업에 대해 배워보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 나름대로 프로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최씨는 “정치판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철상 ㈜바이어블코리아대표(33·서울대)는 9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및 전대협 부의장 출신, 미문화원 사건으로 복역한 전력이 있는 장영승 ‘나눔기술’사장(37·서울대)은 실리콘밸리에도 법인이 진출해 있는 벤처기업가다. 그는 전력 때문에 미국정부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분류돼 캐나다로 가서 업무회의를 해야 하는 신세다. 매킨토시 시장 장악을 꿈꾸는 ㈜이네트시스템 이진영사장(32)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86학번. 이비즈홀딩스 고명철사장(38)은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출신이다. 인터넷 쇼핑몰 구축용 머천트 서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 이네트 정보통신 박규헌사장(37)은 위장취업 경력을 가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출신. CD롬 제작사인 아리수미디어 이건범사장(37)은 90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투옥된 적이 있는 서울대 운동권 출신이다.
세 번째 흐름은 최근 힘을 얻고 있는 시민운동판에서 형성돼 있다. 시민운동의 비약적 발전에 이들 386운동권 출신의 ‘허리’ 역할이 큰 뒷받침이 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대표적인 면면을 살펴보면, 참여연대 김기식정책실장(34)은 서울대 인류학과 85학번으로 학생운동을 하다 일찌감치 노동현장으로 투신, 5년간 일한 ‘운동권’이다. 참여연대의 전신인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인 연합’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박원순 변호사와 조희연교수 등과 함께 이듬해 참여연대를 발족시키는데 처음부터 관여했다. 이태호 시민감시국장(33)은 최근 낙천낙선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총선시민연대 정책기획국장을 맡아 활약중. 서울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을 역임했고 도합 9년간 학생운동을 돌봤던 운동권이다.
경실련 출범 초기부터 활동, 경실련의 터줏대감이랄 수 있는 박병옥 경실련정책실장(39)은 고려대 사회학과 81학번. 문무대 109인 사건으로 제적된 뒤 84년 재입학했으며 대학에서는 한국기독학생회 총연맹 대학부 간사로 일했다.
지난해 경실련과 결별, 따로 인터넷 운동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을 만든 하승창사무처장(39)은 연세대 사회학과 80학번으로,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90년 삼민동맹 사건에 연루돼 2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장원 사무총장과 함께 녹색연합을 일궈낸 주인공인 김제남사무처장(37)도 덕성여대 83학번. 학생운동을 하다가 87년 졸업 뒤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나라사랑 청년회를 거친 운동권 출신. 이밖에도 많은 386운동권이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중이다.
각 분야에서 제 갈 길을 걸어가는 이들 386 ‘옛 동지’는 개인적으로 친분을 맺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고 서로의 활동에 도움을 주고받거나 심지어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가령 돈을 번 벤처기업가가 시민운동에 지원하는 경우도 있고, 벤처기업가가 직접 정계진출을 시도하는 일도 있다. 시민운동이 낙천낙선운동을 통해 결과적으로 정계진출을 하려는 386세대의 입지를 넓혀준 것도 큰 테두리에서는 비슷한 예.
정계진출파 대부분이 학생운동에서도 대중 앞에 나서는 역할을 맡은 총학생회장 출신, 즉 ‘화려한’ 운동권이었던데 반해 벤처업계나 시민운동권에는 물밑에서 활동하던 운동가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해온 사람들 사이에는 너도나도 정치권으로 몰려가는 정계진출파 386들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87년 연세대 총학생회에서 간부를 맡았던 정성원씨는 “이들이 정치 분야에서 개혁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재야에서 정치권으로 흡수된 사람들은 모두 기성정치권에 이용되고 흡수됐다는 점을 돌아보면 크게 우려되는 게 사실” 이라고 말한다.
“고생은 지하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더 했고 일도 더 많이 했다. 하다못해 감옥에 가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더 고생한다”고 말하는 황인욱씨는 “몇 년씩 옥살이를 하고 나와서 지금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후배들이, TV에 비치는 옛 총학생회장들의 모습을 보며 박탈감을 느낄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