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말라, 봐서는 안된다고 뜯어 말리면 ‘도대체 내용이 뭔데?’ 하고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인가. 두 차례에 걸쳐 등급보류 판정을 받음으로써 개봉이 무기한 연기된 영화 ‘거짓말’의 불법 유통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불법 제조된 CD롬과 비디오가 수천 카피씩 암시장에서 돌아다니는가 하면 최근엔 인터넷에까지 업그로드되어 네티즌들이 너도 나도 다운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 구입선을 확보하고 최저 수천원에서 수만원을 지불해야 살 수 있는 CD롬이나 비디오와 달리 인터넷은 주소만 알면 누구나 공짜로 다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게 쪼갠 상태로 올려진 전체 파일을 모두 다운받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인터넷 전용선이 갖춰진 컴퓨터를 이용할 경우 두세 시간 정도. 웬만한 컴퓨터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쉽사리 인터넷을 검색해 파일을 찾아내서 개인 컴퓨터에 다운받을 수 있다.
“2, 3시간이면 다운 끝”
그래서 이미 통신 상에는 인터넷을 통해 ‘거짓말’을 보았다는 네티즌들의 감상문이 적잖게 눈에 띄고 있다. ‘거짓말’ 제작사 신씨네측에서는 “정확한 유통수량은 파악할 수 없는 상태지만 대학가의 절반 이상 학생이 보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거짓말’은 화면 하단에 영문자막이 들어 있으며, 화질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 그래서 ‘영화제에 출품한 것을 캠코더로 찍었다’ ‘편집이 완료되지 않은 버전이 유출된 것이다’ 등의 갖가지 소문이 돌고 있으며, 인터넷에도 편집형태가 다른 여러 가지 버전이 올라있다는 얘기도 있다.
비단 ‘거짓말’뿐 아니라 많은 신작 영화들이 개봉되기 전에 비디오나 인터넷을 통해 불법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필름은 비디오 제작 즉시 영화관에서 개봉되기 때문에 불법 유통으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 비해 상영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거짓말’의 경우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제작사 신씨네측의 얘기다.
“러닝타임 두 시간의 원작이 마구 편집돼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대개 노출이 심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모은 것이죠. 원작의 작품성이 심하게 훼손된 필름이 음란물 사이트에서 포르노들과 함께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작품이 등급을 판정받고 영화관에서 상영돼야 경제적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는 형편입니다.” 신씨네 기획실 문환이씨의 얘기다.
영화사측 주장대로 ‘원작을 심하게 손상시킨’ 편집본만 본 탓인지 인터넷 버전 ‘거짓말’을 감상한 네티즌들의 영화평은 그다지 긍정적인 편이 아니다. ‘실망했다’ ‘포르노다’ 등의 비판적인 견해가 대부분.
신씨네측은 더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12월2일 경찰청에 증거자료를 제출하며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에 ‘거짓말’의 조속한 등급판정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빨간 마후라’ 사건 때나 ‘O양 비디오’ 사건 때도 그랬듯, 불법 CD롬이나 비디오는 제작자를 추적해 처벌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인터넷은 업로드시킨 사람을 추적하거나 다운받는 사람을 제재할 아무런 수단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유통을 저지한다는 게 불가능한 형편이다. 인터넷 때문에 영화사측이나 미성년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두고두고 골머리를 앓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