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연극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를 귀기울여 들었던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가지였을 것이다. ‘소설은 판금되고 영화도 등급보류돼서 도대체 온전한 실체를 볼 수 없었던 작품을 드디어 접하게 됐다’라는 호기심 어린 기대가 그 하나요, ‘원작과 영화가 화제에 오르니까 이 기회를 잽싸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혹의 눈길이 그것이다.
정작 연극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각색-연출한 하재봉씨는 “평소 존경했던 장선우감독이 원작에서 이야기하려는 우리 사회의 지배-피지배 코드는 외면한 채 곧바로 유희로 들어간 점에 아쉬움을 느껴” 이 연극을 제작했다고 말한다.
과연 사회적 억압과 권위를 폭로하는 원작의 메시지를 살리겠다는 의도를 위해 연출자가 많은 부분 신경쓴 흔적이 극중에 역력히 드러난다. 연극은 ‘아버지의 권력’을 상징하는 군화발 소리로 시작돼, J가 Y와 섹스를 시도하려 할 때마다 J의 죽은 아버지 모습이 환영으로 등장해 공포스런 유년기의 기억을 일깨우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들을 학대한 아버지 때문에 J는 은연 중 사도 마조히즘에 탐닉하게 되고 변태적 성행위자가 되어 자기 모멸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런 J의 정신적 상흔을 모호하게 처리한 반면, 연극의 경우 이 점을 매우 의식한 듯 아주 ‘설명적으로’ 자세히 다루고 있는 편.
원작과 영화에서 논란이 된 ‘음란성’ 문제를 비켜가기 위해 연극에서는 성애 묘사의 많은 부분이 은유적으로 처리되는가 하면, 아예 여주인공 Y가 끝까지 ‘처녀’로 남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오히려 성애장면보다는 갈수록 파괴적인 흉기를 사용해 상대방을 구타하는 주인공들의 가학행위들이 더 ‘리얼하게’ 묘사돼 있다.
극의 진행이 J와 Y 두 사람에게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탓에 무대가 조금은 단조롭고, 장면전환을 오로지 암전에 의존하다 보니 암전이 지나치게 잦고도 길어져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게 다소 거슬리는 점. J역의 신인여배우 이지현의 발음이나 발성이 약간 불안정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극 후반으로 가면서 도발적이면서도 수줍은 소녀의 모습에서 광적인 새디스트로 드라마틱하게 변신하는 이지현의 연기력은 눈여겨볼 만하며, 20년의 탄탄한 무대경험을 지닌 J역의 오광록의 연기 역시 진지하다. 이 작품은 12월31일까지(12월1~8일 제외) 매일(월요일 제외) 4시30분과 7시30분에 홍익대 앞 씨어터제로 무대에 오른다.
문의 02-338-9240
정작 연극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각색-연출한 하재봉씨는 “평소 존경했던 장선우감독이 원작에서 이야기하려는 우리 사회의 지배-피지배 코드는 외면한 채 곧바로 유희로 들어간 점에 아쉬움을 느껴” 이 연극을 제작했다고 말한다.
과연 사회적 억압과 권위를 폭로하는 원작의 메시지를 살리겠다는 의도를 위해 연출자가 많은 부분 신경쓴 흔적이 극중에 역력히 드러난다. 연극은 ‘아버지의 권력’을 상징하는 군화발 소리로 시작돼, J가 Y와 섹스를 시도하려 할 때마다 J의 죽은 아버지 모습이 환영으로 등장해 공포스런 유년기의 기억을 일깨우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들을 학대한 아버지 때문에 J는 은연 중 사도 마조히즘에 탐닉하게 되고 변태적 성행위자가 되어 자기 모멸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런 J의 정신적 상흔을 모호하게 처리한 반면, 연극의 경우 이 점을 매우 의식한 듯 아주 ‘설명적으로’ 자세히 다루고 있는 편.
원작과 영화에서 논란이 된 ‘음란성’ 문제를 비켜가기 위해 연극에서는 성애 묘사의 많은 부분이 은유적으로 처리되는가 하면, 아예 여주인공 Y가 끝까지 ‘처녀’로 남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오히려 성애장면보다는 갈수록 파괴적인 흉기를 사용해 상대방을 구타하는 주인공들의 가학행위들이 더 ‘리얼하게’ 묘사돼 있다.
극의 진행이 J와 Y 두 사람에게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탓에 무대가 조금은 단조롭고, 장면전환을 오로지 암전에 의존하다 보니 암전이 지나치게 잦고도 길어져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게 다소 거슬리는 점. J역의 신인여배우 이지현의 발음이나 발성이 약간 불안정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극 후반으로 가면서 도발적이면서도 수줍은 소녀의 모습에서 광적인 새디스트로 드라마틱하게 변신하는 이지현의 연기력은 눈여겨볼 만하며, 20년의 탄탄한 무대경험을 지닌 J역의 오광록의 연기 역시 진지하다. 이 작품은 12월31일까지(12월1~8일 제외) 매일(월요일 제외) 4시30분과 7시30분에 홍익대 앞 씨어터제로 무대에 오른다.
문의 02-338-9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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