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테크노가 홍익대 앞의 클럽들을 점령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TV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광고, 코미디 프로그램에까지 테크노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열기에도 불구하고 테크노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테크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비디오 가게에서 영화 ‘트레인스포팅’을 빌려보는 것이다. ‘트레인스포팅’은 우리 나라에 음반을 통해 테크노를 대중적으로 소개한 영화일 뿐 아니라 테크노의 정신을 담은 영화다.
‘테크노@kr’엔 최신곡 줄줄이
또다른 테크노 영화 음반으로 ‘케미컬 제너레이션’(테크노에는 흔히 약물이 동반한다)이 있다. ‘트레인스포팅’에서는 ‘언더 월드’의 ‘본 슬리피’(Born Slippy)처럼 이미 ‘뜬’ 곡들을 통해 테크노에 익숙해졌다면 ‘케미컬 제너레이션’에서는 ‘케미컬 브러더스’의 ‘리브 홈’(Leave Home)처럼 온몸을 두드리는 듯한 테크노 넘버에 빠져볼 수 있다.
테크노 초보에게는 이정현의 ‘Let′s go to My Star’와 DJ 달파란(본명 강기영)이 프로듀서를 맡은 강산에의 ‘하루 아침’도 추천할 만하다. 이정현의 앨범은 힙합에서 트로트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섞여 있지만 테크노와 친해지기에 손색이 없으며, 강산에의 앨범은 ‘쾌지나 칭칭나네’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곡들을 ‘신토불이’ 테크노로 리믹스한 것이다.
우리 나라의 선구적 테크노 뮤지션으로 꼽히는 DJ 달파란의 ‘휘파람 별’, 신해철이 영국에 유학하면서 제작한 ‘크롬’도 마니아들의 인기를 모은 앨범이다. ‘휘파람 별’에는 ‘관광버스 뽕짝’의 원조로 꼽히는 이박사가 샘플링돼 있는데 반복되는 ‘휘파람을 불며 가자’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다.
라이선스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테크노 마니아들로부터 명반으로 꼽히는 앨범으로는 언더 월드의 ‘보쿠 피시’(‘많은 물고기’)와 다프트 펑크의 ‘홈워크’, 프로디지의 ‘Music for the Jilted Generation’ 케미컬 브러더스의 ‘서렌더’ 등이 있다. 12분이 넘는 대곡 ‘컵스’로 시작하는 ‘보쿠 피시’는 ‘상대적으로’ 서정적인 멜로디 덕분에 낙관적인 환상에 젖게 한다.
독보적인 프랑스 테크노 뮤지션으로 꼽히는 다프트 펑크의 ‘홈워크’는 각종 소음과 전자 음, 70년대 디스코와 펑크 리듬을 절묘하게 결합한 테크노. 반면 록과 브레이크 비트(빠른 힙합 리듬)를 결합한 프로디지의 앨범은 과격하고 드라이하면서도 현란한 리듬이 산산이 부서져내려 몸에 꽂힌다. 아버지 때문에 강제로 음악공부를 했다는 리어 하울렛, 마약 판매상이었던 키스 플린트 등 4명의 멤버로 이뤄진 ‘프로디지’는 가장 성공한 테크노밴드 중 하나로 ‘Music…’은 전세계적으로 10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테크노의 원조인 디트로이트 사운드의 대가인 ‘모비’의 ‘I Like To Score’는 ‘007’ 등 영화음악만을 모은 것으로 테크노의 또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앨범. 최근에 나온 것 중에 꼭 들어보아야 할 테크노 음반이 ‘테크노@kr’다. 하이텔 테크노 동호회 ‘21세기 그루브’가 기획에 참여한 이 앨범에는 ‘데이 트리퍼’ ‘프랙탈’ 등 현재 활동중인 국내 테크노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도움말, 테크노 기획 ‘펌프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