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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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방산 강국 달성하려면… ‘원팀’ 확대로 글로벌 안보 환경에 빠르게 대처해야

  • 한국항공우주산업 강구영 사장

    입력2024-09-09 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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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우주산업 강구영 사장.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한국항공우주산업 강구영 사장.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올해 7월 호주에서 실시한 대규모 다국적 연합공중훈련 ‘2024 피치 블랙(Pitch Black)에 참가한 필리핀 공군의 FA-50PH가 세계 유수의 전투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이번 훈련은 43년 역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 한국, 호주, 이탈리아, 프랑스, 필리핀 등 총 20개국의 주력 전투기 140대가 참가했다. 특히 F-22, F-35, F-15, F-16, 타이푼, 라팔, 그리펜, FA-50 등 최첨단 전투기들을 선보이며 각국 공군의 항공 전력을 자랑했다.

    필리핀은 이번 훈련에 처음으로 참가해 자국내 마라위 전투에서 실전 경험이 있는 FA-50PH의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필리핀 공군의 FA-50PH는 태국의 JAS-39 그리펜과의 도그파이트 훈련(근접공중전)에서 완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에 4대의 FA-50PH를 보내 훈련기간 동안 한 대의 항공기도 결함이 없이 운영함으로써 FA-50의 높은 신뢰성을 보여주었으며, 호주 상공에서 한국 공군의 F-15K와도 우정비행을 펼치며 한-필리핀 수교 75주년을 기념하고 전략적 안보 동맹 관계를 국제무대에 알리기도 했다. K-방산의 위상을 실감하게 하는 결과이자 방산 수출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사례다.

    지난해 우리나라 방산 업계는 수출 18조6000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세계 상위 10위 방산 수출국에 등극했다. 바야흐로 K-방산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산항공기 수출은 K-방산의 핵심 축으로 손꼽힌다. T-50 계열 항공기는 우리 공군을 비롯해 폴란드 48대, 인도네시아 22대, 말레이시아 18대, 필리핀 12대, 태국 14대, 이라크 24대 등 총 300여 대가 운용되고 있다. 헬기와 KF-21 까지 포함하면 국내외에서 계약 및 운용되고 있는 국산 항공기는 1000여 대에 달한다.

    한국군의 안정적인 운용에 따른 신뢰도 상승과 해외 수출시장 확대로 다양한 국가에서의 운용 레코드가 쌓이면서 다목적전투기 FA-50외에도 KF-21, 수리온, LAH 등 국산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T-50은 항공기 개발의 본고장이자 최대 500대로 예상되는 미국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어 미국사업의 성공과 KF-21, LAH의 양산과 수출이 맞물리면 국산항공기 3000대 시대는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불과 30여 년 전인 1990년대 만 해도 이 같은 성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해외 항공기에 전량 의지했던 한국이 수출국에는 항공기 운용 노하우와 기술을 전수하며, 명실상부 도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도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결과다. 영업사원 1호를 천명한 대통령실과 국방부, 방사청, 공군, 국가정보원 등 정부와 기업이 ‘one team’을 이뤄 만들어 낸 기적 같은 드라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세계무대의 현실은 녹록지만은 않다. 블록화ㆍ다극화로 세계정세 불안이 심화되고, 동유럽·중동에서 전면전 수준의 군사 충돌이 계속되면서 각국의 안보전략에서 방위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K- 방산에 대한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폴란드에서 대규모 K-방산 무기체계를 도입하면서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사수에 나서고 있다. 유럽 방산기업의 국가 지도자와 CEO들은 ‘유럽산 무기 구매가 우선이다’라며 유럽 각국에 노골적으로 유럽 무기체계 구매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의 ‘one team’전략은 더욱 견고해질 필요가 있다. 불안해지는 국제 안보 환경 속에서 국제정세를 분석하고 주요국의 안보 전략에 대한 정보 입수와 판단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또한 K-방산 성장에는 산업 육성과 더불어 기술 유출, 공급망 교란, 사이버 공격 등 방산 침해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기존 국방부와 방사청 등 방산 주무 부처와 방산기업의 노력과 함께 국정원, 안보실 등 외교 안보 기관의 역할이 더욱 확대돼야 하는 이유이다. 방산기업들도 단순히 이윤 추구를 넘어서, 정부의 안보 전략과 방위산업 육성정책에 맞춰 수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K-방산 수출이 산업적 가치를 넘어 고객국과의 전략적 안보 동맹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글로벌 안보 환경에 스마트하게 대처한다면 세계 4대 방산 강국을 향한 목표에 한층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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