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모래사막으로 유명한 나미비아는 아프리카 남서부에 있는 국가다. 국토 면적은 82만4292㎢로 한국의 8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260만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명이 나미브 사막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국토 대부분이 사막 지대이며, 대서양 연안 해안선이 1489㎞에 달한다. 독일 식민지(1890~1914)였던 나미비아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후인 1915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식민통치를 받다가 1990년 독립했다. 나미비아에는 다이아몬드·금·은·구리·우라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786달러(약 660만 원)다. 아프리카에서 경제적으로 괜찮은 국가에 속하지만 소수인 백인과 다수인 흑인 간 빈부격차 문제가 심하다.
나미비아는 그동안 붉은 모래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자연 풍광 때문에 각국 관광객의 버킷리스트에 올랐다. 그런데 나미비아가 접한 대서양 심해에 원유와 천연가스가 대량 매장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국적 메이저 석유 기업들이 주목하는 국가로 탈바꿈했다. 원유 탐사·채굴·회수부터 파이프라인이나 탱커에 의한 수송, 정제, 판매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힘을 가진 프랑스 토탈에너지, 영국과 네덜란드가 합작한 셸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미비아 심해에서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정이 발견된 것은 2022년 3월이다. 당시 토탈에너지는 나미비아 심해인 오렌지 분지에서 탐사 가치가 있는 유정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탐사 작업이 진행됐고, 시추 결과 상당한 양의 고품질 경질유가 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유정이 확인됐다. 이후 셸과 토탈에너지 등 메이저 석유 기업이 앞다퉈 나미비아로 달려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인 셸과 토탈에너지가 나미비아 심해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셸은 최근 나미비아 정부로부터 10곳을 추가 시추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으며, 토탈에너지도 나미비아 원유 탐사에 3억 달러(약 4140억 원)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 전문 자문업체 우드맥킨지는 “나미비아 인근 해저에 30억 배럴 이상의 석유가 매장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견된 유전 가운데 8번째로 큰 규모이자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많은 매장량이다. FT는 “유전 규모가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훨씬 작지만, 나미비아는 주요 석유 생산국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와엘 사완 셸 최고경영자(CEO)는 “나미비아는 환상적인 기회의 땅”이라 말했고, 패트릭 푸얀 토탈에너지 대표도 “우리는 당분간 나미비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에너지 전문가들은 나미비아 심해 유정에서 원유 추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30년부터 원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심해 유전 개발 바람이 지구촌 곳곳에서 불고 있다. 국제 에너지 컨설팅 기업 웰리전의 파블로 메디나 대표는 “장기적인 원유 생산, 채산성 상승, 거대한 유전 확보 잠재성, 낮은 탄소 배출 등으로 심해 유전 개발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유전 탐사기업 슐룸베르거에 따르면 메이저 기업은 그동안 고비용-고리스크 문제로 심해 시추를 회피해왔다. 미국 셰일오일 개발 열풍과 채산성 문제 등으로 그간 시들했던 심해 유전 개발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엑슨모빌이 남미 가이아나 심해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한 것이 메이저 석유 기업들이 심해 유전 개발에 다시 나서는 계기가 됐다. 21세기 최대 심해 유전인 가이아나 심해 유전은 엑슨모빌이 7년간 탐사 끝에 2015년 가이아나에서 석유 시추에 성공하며 본격화됐다. 가이아나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유를 생산·수출하기 시작했고, 현재 하루 4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확인된 석유 매장량도 110억 배럴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2010년대까지 남미 최빈국이던 농업국가 가이아나는 유전 개발로 단숨에 신흥 산유국이 됐다. 지난 5년간 GDP가 5배 증가하는 등 경제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이아나는 2027년까지 추가 심해 유전 개발을 통해 카타르에 맞먹는 수준인 하루 120만 배럴을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메이저 석유 기업들은 나미비아와 가이아나를 비롯해 세네갈, 남아공, 미국 멕시코만, 캐나다 베이 뒤 노르(Bay du Nord), 아르헨티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심해에서 유전 개발을 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 정부는 지난해 환경 관련 우려에도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며 북해에 새로운 심해 유전 개발을 승인했다. 영국 정부가 허가한 곳은 북해 셰틀랜드 제도에서 서쪽으로 130㎞ 떨어진 로즈유전이다. 이곳은 영국 최대 미개발 유전으로, 원유 매장량이 5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6년께 원유 생산이 시작될 전망이며, 2030년까지 영국 전체 산유량의 8%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미국 정부는 알래스카 심해 유전 개발을 허가했다. 러시아 정부 역시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해 심해를 무대로 석유와 가스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심해 유전 개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채산성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약 9만6700~11만 원)를 유지할 경우 메이저 석유 기업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심해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6년 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심해 유전에서 원유를 퍼 올리는 비용을 배럴당 30~35달러(약 4만1000~4만8000원)로 본다. 개발비용을 충족할뿐더러,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심해 유전은 셰일오일에 비해 장기간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 통상 유전 운영 기간을 30년이라고 볼 때 5~6년은 개발과 시설투자에 소모되지만, 나머지 25년은 순수 이익 구간이다. 이외에도 지구온난화 원인이 되는 탄소 배출이 적다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 심해 유전에서 원유를 채굴하면 탄소 배출량이 셰일오일보다 배럴당 평균 2㎏ 적다. 각국이 기후변화를 막고자 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만큼 심해 유전 개발의 이점은 적잖다.
심해 유전 개발에 필요한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셰브런과 토탈에너지가 미국 멕시코만에서 진행 중인 심해 유전 개발 사업 ‘앵커’ 프로젝트에는 초고압 장치가 사용된다. 앵커 프로젝트는 미국 루이지애나 해안에서 225㎞ 떨어진 곳에서 진행하는 심해 유전 개발 사업이다. 이들 업체는 이곳에서 향후 30년간 하루 평균 7만5000배럴 원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바다에 떠 있는 정유 공장 격인 특수 선박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도 개발됐다. 이 선박은 길이 300m, 폭 60m, 높이 30m 규모로 축구장 3개를 합친 크기다. 하루 25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가능하고 200만 배럴 이상을 저장할 수 있다.
브라질도 국영 석유 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심해 유전 개발을 통해 세계 4위 산유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심해 유전 규모는 340만 배럴로, 세계 9위 수준인 브라질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2030년 53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브라질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 산유국에 등극하게 된다. 대서양 심해 유전 개발을 위해 대대적인 탐사와 시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페트로브라스는 2007년, 2008년 대서양 상투스만 심해에서 대규모 유전과 천연가스전을 각각 발견해 브라질을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은 바 있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 기업 리스타드에너지는 새로운 심해 유전 개발비용이 내년 사상 최고치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는 2027년 기존 심해 유전 개발과 신규 개발 투자 자금이 1307억 달러(약 180조6000억 원)에 달해 2023년에 비해 3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메이저 석유 기업과 각국 국영기업은 앞으로 심해 유전 개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국가의 변신
메이저 석유 기업 셸은 나미비아 심해에서 유전 탐사를 하고 있다. [셸 제공]
나미비아 심해에서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정이 발견된 것은 2022년 3월이다. 당시 토탈에너지는 나미비아 심해인 오렌지 분지에서 탐사 가치가 있는 유정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탐사 작업이 진행됐고, 시추 결과 상당한 양의 고품질 경질유가 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유정이 확인됐다. 이후 셸과 토탈에너지 등 메이저 석유 기업이 앞다퉈 나미비아로 달려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인 셸과 토탈에너지가 나미비아 심해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셸은 최근 나미비아 정부로부터 10곳을 추가 시추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으며, 토탈에너지도 나미비아 원유 탐사에 3억 달러(약 4140억 원)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 전문 자문업체 우드맥킨지는 “나미비아 인근 해저에 30억 배럴 이상의 석유가 매장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견된 유전 가운데 8번째로 큰 규모이자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많은 매장량이다. FT는 “유전 규모가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훨씬 작지만, 나미비아는 주요 석유 생산국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와엘 사완 셸 최고경영자(CEO)는 “나미비아는 환상적인 기회의 땅”이라 말했고, 패트릭 푸얀 토탈에너지 대표도 “우리는 당분간 나미비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에너지 전문가들은 나미비아 심해 유정에서 원유 추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30년부터 원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이아나가 바꾼 석유 개발 지형
미국 엑슨모빌이 가이아나 심해 유전 시추에 사용하는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엑슨모빌 제공]
엑슨모빌이 남미 가이아나 심해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한 것이 메이저 석유 기업들이 심해 유전 개발에 다시 나서는 계기가 됐다. 21세기 최대 심해 유전인 가이아나 심해 유전은 엑슨모빌이 7년간 탐사 끝에 2015년 가이아나에서 석유 시추에 성공하며 본격화됐다. 가이아나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유를 생산·수출하기 시작했고, 현재 하루 4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확인된 석유 매장량도 110억 배럴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2010년대까지 남미 최빈국이던 농업국가 가이아나는 유전 개발로 단숨에 신흥 산유국이 됐다. 지난 5년간 GDP가 5배 증가하는 등 경제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이아나는 2027년까지 추가 심해 유전 개발을 통해 카타르에 맞먹는 수준인 하루 120만 배럴을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메이저 석유 기업들은 나미비아와 가이아나를 비롯해 세네갈, 남아공, 미국 멕시코만, 캐나다 베이 뒤 노르(Bay du Nord), 아르헨티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심해에서 유전 개발을 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 정부는 지난해 환경 관련 우려에도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며 북해에 새로운 심해 유전 개발을 승인했다. 영국 정부가 허가한 곳은 북해 셰틀랜드 제도에서 서쪽으로 130㎞ 떨어진 로즈유전이다. 이곳은 영국 최대 미개발 유전으로, 원유 매장량이 5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6년께 원유 생산이 시작될 전망이며, 2030년까지 영국 전체 산유량의 8%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미국 정부는 알래스카 심해 유전 개발을 허가했다. 러시아 정부 역시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해 심해를 무대로 석유와 가스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심해 유전 개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채산성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약 9만6700~11만 원)를 유지할 경우 메이저 석유 기업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심해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6년 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심해 유전에서 원유를 퍼 올리는 비용을 배럴당 30~35달러(약 4만1000~4만8000원)로 본다. 개발비용을 충족할뿐더러,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심해 유전은 셰일오일에 비해 장기간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 통상 유전 운영 기간을 30년이라고 볼 때 5~6년은 개발과 시설투자에 소모되지만, 나머지 25년은 순수 이익 구간이다. 이외에도 지구온난화 원인이 되는 탄소 배출이 적다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 심해 유전에서 원유를 채굴하면 탄소 배출량이 셰일오일보다 배럴당 평균 2㎏ 적다. 각국이 기후변화를 막고자 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만큼 심해 유전 개발의 이점은 적잖다.
심해 유전 개발에 필요한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셰브런과 토탈에너지가 미국 멕시코만에서 진행 중인 심해 유전 개발 사업 ‘앵커’ 프로젝트에는 초고압 장치가 사용된다. 앵커 프로젝트는 미국 루이지애나 해안에서 225㎞ 떨어진 곳에서 진행하는 심해 유전 개발 사업이다. 이들 업체는 이곳에서 향후 30년간 하루 평균 7만5000배럴 원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바다에 떠 있는 정유 공장 격인 특수 선박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도 개발됐다. 이 선박은 길이 300m, 폭 60m, 높이 30m 규모로 축구장 3개를 합친 크기다. 하루 25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가능하고 200만 배럴 이상을 저장할 수 있다.
세계 4위 산유국 노리는 브라질
국제 메이저 석유 기업뿐 아니라 국영 에너지 회사들도 심해 유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국유(국영)기업 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CNOOC)는 3월 중국 최초로 심해 유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광둥성 주하이에 있는 주장커우 유역에서 심해 유전인 카이핑난 유전을 발견했다고 알렸다. 카이핑난 유전은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심해 원유 시추 설비를 활용해 발견한 최대 유전이다. 카이핑난 유전은 수심 532m에 자리 잡고 있다. 원유 매장량은 1억200만t으로 추정되며 하루 평균 생산량은 1000t 이상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남중국해는 물론, 동중국해와 서해 등에서도 원유·천연가스 탐사 및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브라질도 국영 석유 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심해 유전 개발을 통해 세계 4위 산유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심해 유전 규모는 340만 배럴로, 세계 9위 수준인 브라질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2030년 53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브라질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 산유국에 등극하게 된다. 대서양 심해 유전 개발을 위해 대대적인 탐사와 시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페트로브라스는 2007년, 2008년 대서양 상투스만 심해에서 대규모 유전과 천연가스전을 각각 발견해 브라질을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은 바 있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 기업 리스타드에너지는 새로운 심해 유전 개발비용이 내년 사상 최고치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는 2027년 기존 심해 유전 개발과 신규 개발 투자 자금이 1307억 달러(약 180조6000억 원)에 달해 2023년에 비해 3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메이저 석유 기업과 각국 국영기업은 앞으로 심해 유전 개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