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KT 법무실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용복 변호사에 대해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국정농단 특검팀 함께 근무한 윤석열·한동훈·이용복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왼쪽)과 서울 강남구 포스코 사옥. [뉴시스, 동아DB]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기업들이 검찰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데 이전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 KT에는 이 법무실장 외에도 검찰 출신이 잇달아 영입됐다. 신임 감사실장(전무)에는 ‘특수통 검사’ 출신인 추의정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임명됐다. 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와 대검찰청 반부패부 검찰연구관으로 근무하며 기업·금융범죄 수사 실력을 인정받았다. 2021~2022년에는 방송통신위원회 법률자문관으로 파견돼 KT의 주된 사업인 통신 분야를 경험했다. KT는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상무)에 허태원 법무법인 아인 대표 겸 변호사를 영입했다. 허 실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부산지검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 검찰 출신의 KT행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KT는 서울북부지검장을 지낸 안상돈 변호사를 법무실장으로 영입했고, 같은 해 준법경영 협의체인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위원장에 대전고검장, 광주고검장 출신의 김희관 변호사를 영입한 바 있다.
KT의 검찰 출신 인사 영입을 놓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지난해 김영섭 대표이사 취임 후 강화된 준법경영 기조에 따른 인사라는 것이다. 둘째는 구현모 전 대표이사 체제 때 발생한 각종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시각도 있다. KT는 계열사 시설관리를 일부 하청업체에 몰아줬다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 KT 관계자는 1월 1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검찰 출신 인사를 영입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법조계에서 인정받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으며, 향후 공정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컴플라이언스 강화에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스1]
尹 또는 측근 연수원 동기 영입한 포스코홀딩스
재계의 검찰 출신 인사 선호는 비단 특정 기업만의 일은 아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3월 박하영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를 법무팀 상무로 영입했다. 법무팀장(부사장)은 2022년 포스코홀딩스로 자리를 옮긴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출신의 김영종 변호사다. 같은 해 김강욱 전 대전고검장이 포스코의 법무 및 대외협력 담당 고문(사장급)에 위촉되기도 했다. 이들 법조인은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인사와 인연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김영종 법무팀장은 윤 대통령과 사법시험 33회,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등을 지냈다.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진행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에 청탁 전화를 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질문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김강욱 고문은 2007년 11월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수사·감찰본부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바 있다. 박하영 상무는 최근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과 사법시험 41회, 사법연수원 31기 동기다.포스코홀딩스의 검찰 출신 영입을 놓고 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로 알려진 최정우 회장의 관계 개선 의지가 담겼다는 시각도 있었다. 최근 최 회장의 3연임이 무산된 가운데 포스코그룹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후보군을 22명으로 좁혔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중대재해 및 공정거래 등 이슈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해 검찰 출신을 영입했다는 입장이다.
검사 출신의 잇따른 기업행에 대해 한 법조인은 “영입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검사 시절 특별수사나 기획 면에서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이라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만약 기업이 속된 말로 ‘대관(對官) 로비스트’가 필요하면 대형 로펌을 티 안 나게 활용하지,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관을 직접 영입할 필요는 없다. 윤 대통령 스타일을 보면 선후배가 있다고 해서 불법을 저지른 기업을 때릴 걸 안 때리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검사뿐 아니라 검찰 수사관 출신도 재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히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 근무 경력이 있는 수사관들이 정보 수집력이 뛰어나 주된 영입 대상이라고 한다. 검사 출신 변호사에 비해 ‘몸값’은 낮아도 전직 베테랑 검찰 수사관으로서 기업의 대관 업무를 맡아 활약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검찰 출신 인사의 기업행 자체에 법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 공직윤리시스템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직 검사 37명을 포함한 법무부·검찰 공무원 77명이 취업심사를 받았다.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는 대개 90% 안팎 통과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력 있는 법조인 영입했을 뿐” 재계 하소연도
재계에서는 정권 눈치를 본 ‘코드인사’라고 지적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실력 있는 법조인을 영입해야 기업도 준법경영을 할 수 있는데, 단지 검찰 출신이 합류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전관(前官)으로서 기업 안팎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검사로서 노하우와 실력을 합법적으로 활용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법조인 같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려면 상당 기간 설득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최근에는 법적·도의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사회의 부정적 기류 탓에 일단 고사하는 이가 적잖다”고 말했다.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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