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1월 11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음의 집’이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이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다”면서도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내 비판자와 내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받고, ‘처단’ 대상으로 공격받았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모든 것을 흑백 양자택일로 몰아가는 양극 정치는 다양성 시대에 대처할 수 없다”며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신당 창당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탈당 이낙연 “2년 동안 ‘수박’으로 모멸받아”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과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정의당 류호정 의원(오른쪽부터)이 1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뉴스1]
이낙연 전 대표는 1월 9일 양 대표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양당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주저앉겠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시골에 가면 펌프로 물을 뿜어내지 않나. 맑은 물을 얻으려면 허드렛물을 부어야 한다. 나더러 허드렛물 노릇을 하라는 뜻으로 알고 나왔다. 맑은 물은 이준석, 금태섭, 류호정에게 들으라”고도 말했다. 자신이 ‘허드렛물’로서 뒷받침하면서 제3지대 주요 주자들과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축사 후 기자들과 만나 “협력 방식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드러나겠지만 협력해야 하다는 원칙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위원장은 축사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여의도 사투리를 대체할 다른 방언으로 서초동 사투리를 용납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앞으로 받아들일 언어가 있다면 과학기술계, 젊은 세대 이야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 명의 문법을 쓰겠다”는 발언을 저격하는 동시에, 과학기술 패권 국가를 천명한 양 대표와의 공감대를 드러낸 것이다.
‘원칙과 상식’ 3인방 “기득권 내려놓은 모두와 연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3지대의 파급 효과가 직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박빙인 가운데 무당파 유권자의 비율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18∼20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 비율은 32%로 국민의힘(30%)이나 민주당 지지율(29%)보다 높게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1월 8~9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월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국민의힘(37.3%)과 민주당(36.7%)에 이어 제3지대의 이준석 신당(7.8%)과 이낙연 신당(3.9%), 정의당(1.6%), 양향자 신당(1.0%), 금태섭 신당(0.8%)을 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제3지대 주자들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동시에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또한 여론을 의식한 결과다.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 의뢰로 지난해 12월 26~27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총선에서 여야 모두 심판받아야 한다는 ‘동시 심판론’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2%에 달했다. ‘정권 심판론’을 지지한다는 응답(52%)과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 심판론’(48%)보다는 적지만 무시 못 할 여론이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총선 지역구 투표에서 지지할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35% 중 상당수가 국민의힘, 민주당이 아닌 제3세력을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다만 총선을 3개월 앞둔 상황에서 제3지대 연대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나오지 않은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연대 방법으로는 여러 신당이 합당해 1개 기호로 총선을 치르거나, 지역구에 공동후보를 내고 비례대표는 개별 선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개혁신당’ 당원이 4만6000명(1월 11일 오전 기준)을 넘기며 세를 과시하는 이준석 위원장, 5선 의원에 국무총리·여당 대표를 지낸 경륜과 호남 지지 기반을 갖춘 이낙연 전 대표 등 주요 주자가 어떻게 연대를 이끌어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신당 세력들은 저마다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이은 ‘기호 3번’을 받겠노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현재 원내 제3당인 정의당(6석)의 현역의원 수만 넘기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투표용지 순번 3번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제3지대가 이합집산 끝에 분열하거나, 느슨한 틀의 선거 연대에 그칠 경우 총선에서 파괴력이 예상보다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 공천 탈락자 제3지대 유입되면 상황 바뀔 수도”
민주당 비이재명(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의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왼쪽부터)이 1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을 선언했다. [뉴스1]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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