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주식투자를 하다 ‘상장폐지’를 겪었다. 3000만 원이 일순간 30만 원이 됐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부장은 “상장폐지를 당하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한동안 주식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이 인생을 바꿨다. 어느 개인투자자의 매매일지였다. 지난날 무식하게 주식투자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 증권사에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염 부장은 “개인투자자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 매일 정보를 캐고 다니다 보니 ‘증시 명탐정’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를 좋게 봐줘 ‘염블리’라 부르기도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염블리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애정은 뜨겁다. 1월 20일 발간한 책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은 한 달도 되지 않아 10만 부가 팔렸다. 2월 5일 서울 영등포구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만난 염 부장은 “남의 말만 듣고 주식을 사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다”며 인터뷰의 포문을 열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부장. [박해윤 기자]
“기계적 주가 인상 주의해라”
전자공시를 보면 좋다지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이해가 쉽지 않다.“공시자료에 담긴 정보가 워낙 많아 ‘무엇부터 봐야 하나’ 어려워하는 분이 꽤 있다. 처음부터 전자공시를 보는 걸 권하진 않는다. 이해가 안 되는데 억지로 보면 흥미만 떨어진다. 애널리스트가 쓴 증권사 리포트를 보며 기업분석을 시작하길 권한다. 홈페이지에 리포트를 무료로 공개하는 증권사가 많다. 요즘은 구글에 검색해도 보고서가 나온다.”
매일 리포트가 쏟아진다. 좋은 리포트를 고르는 팁이 있나.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면 일단 읽어라. 단, 주의할 점이 있다.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많이 오르면 별다른 요인이 없어도 투자 의견을 유지하기 위해 목표주가를 올린다. 가령 애널리스트가 A사의 목표가를 1만 원으로 상정했다고 하자. 이후 주가가 9000원까지 오르면 애널리스트는 목표가를 기계적으로 올린다. 목표가와 현재 가격의 차이가 10% 안쪽이 되면 투자 의견이 ‘중립’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단순히 매수 의견을 유지하기 위해 목표가를 상향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반대로 목표주가가 의미 있게 상승하는 건 어떤 경우인가.
“애널리스트가 실적 전망을 상향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정 회사의 예상 수익을 1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높여 잡으며 목표주가를 상향했다면 주식을 매수할 요인이 커진다. 애널리스트가 신사업의 전망을 좋게 보고 이를 근거로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애널리스트가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사업에 착수한다’면서 ‘이는 성장산업이기 때문에 목표주가를 올리겠다’는 논리를 펼쳤다면 주목해야 한다. 기계적으로 목표주가를 올리는 경우와 근거를 들면서 올리는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목표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단순히 주가가 빠져 목표주가를 낮춘 것이라면 오히려 매수하는 게 좋다. 하지만 특정 사업의 부진 등을 이유로 들며 목표주가를 낮췄다면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주식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매일 30개가량의 증권사 리포트를 본다는 그는 “꾸준히 증권사 리포트를 보다 보면 ‘기업 스토리’를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염 부장의 말이다.
“가령 LG생활건강에 대한 리포트를 10년간 봤다면 기업 스토리 파악이 가능하다. 사업 내용이 급변할 경우를 저절로 알 수 있다는 뜻이다. 해당 기업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톤 변화’도 리포트를 꾸준히 봐야 알 수 있다. 그래야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주가가 부진하다’ 등의 표현이 나타나는 시점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알아야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사업보고서는 이후에 확인하면 되나.
“증권사 보고서를 보고도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전자공시를 통해 사업보고서를 확인하면 좋다. 사업보고서에는 양질의 정보가 많다. 가령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가 바라보는 반도체 및 스마트폰 시장의 전망이 나온다. 회사의 시장 전망은 정말 고급 정보다. 사업보고서를 확인했는데도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 IR 담당자에게 전화해 물어보라.”
염 부장은 “증권사 리포트나 전자공시가 창이라면 재무제표는 방패다. 전자를 통해 수익을 챙겨야 하고, 후자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년간 매출액 꾸준히 증가한 기업 매수해야
1월 6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돌파했다. [동아DB]
“주식 매매를 위해 회계사가 될 필요는 없다. 주식 매매를 위한 재무제표 분석은 5분 만에 끝낼 수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기업을 검색해보라. 해당 기업에 대한 증권 페이지가 보일 것이다. 하단부에 기업실적분석 표가 있다. 두 가지만 보면 된다. 첫째, 최근 4년간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했는지 여부다. 기본적으로 회사는 매출액이 매해 증가해야 한다. 둘째, 영업이익이 증가 추세인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적자가 나는 기업은 매수하지 마라.”
매수를 앞두고 차트를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차트를 보는 건 기술적 분석에 해당한다. 기업공시와 별개로 매매 타이밍을 잡기 위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업도 일주일 동안 주가가 올랐다면 주식 매수가 꺼려지지 않나. 다만 정보 공개가 확산되면서 차트가 주는 효용도 떨어졌다. 차트는 후순위다. 증권사 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확인해 주식 매수를 결정했다면 그다음에 차트를 봐야 한다.”
차트는 어떤 식으로 봐야 하나.
“월별 주가 움직임을 나타내는 월봉을 봐야 한다. 보고서 내용이 좋았는데 월봉마저 하락 추세라면 해당 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반대로 상승세라면 조정이 올 때까지 매수 시점을 조율하는 것도 방법이다. 헤드 앤드 숄더 패턴(주가 차트가 머리와 어깨 형태를 그리는 패턴. 주가 하락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등을 알아서 나쁠 건 없다. 이전보다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다만 차트에 몰입해선 안 된다.”
“요란한 곳 가지 마라”
주식투자는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데이터는 기본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에서는 ‘1+1=2’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했는데 좋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결코 나쁘지 않다. 중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고 온라인 매출도 증가했다. 본업은 잘하고 있는데 희망퇴직으로 비용이 발생해 적자가 난 것이다. 본업이 잘되고 있으니 전망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애널리스트도 상상력을 발휘해 리포트를 쓴다. 기업의 미래를 상상해보며 투자하라.”
올해는 어떻게 전망하나. 추천 종목이 있나.
“요란한 곳에 가지 마라. 누구나 관심을 갖는 종목은 피해야 한다. 지난해 2차 전지와 전기차 관련 회사가 전망이 좋았다. 해당 종목이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식상한 종목일수록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다. 이런 때일수록 ‘못난이 종목’을 찾아봐야 한다. 관심을 덜 받아 저평가된 종목 말이다.”
못난이 종목에는 어떤 것이 있나.
“요즘 정유주가 좋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소가 원유를 대체하는 추세라 답이 없다고 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신재생에너지를 좋아해 더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에스오일과 미국 엑슨모빌 두 정유 기업이 적자를 봤다. 하지만 원유를 당장 안 쓸 수는 없다. 수소로 대체된다지만 10년은 사용할 거다. 그런데 주가는 당장 망할 것처럼 빠졌다. 여기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최근 유가가 오르는 점도 호재다.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면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어 유가가 더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해달라(웃음).
“은행 역시 정유업과 상황이 비슷하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최근 정부가 ‘배당을 줄여라’ ‘이익을 환수해라’며 은행에 참견을 하니 주주들도 싫어한다. 하나 둘 주식을 정리하고 떠나고 있다. 상황이 이 이상 나빠질 수는 없다. 나올 수 있는 모든 악재가 다 나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잃을 게 없는 회사다. 금융주를 매수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금융주는 금리 인상 수혜주다. 하반기에 금리가 오르면 바로 반응이 올 거라고 본다. 금리 인상을 노리고 투자해볼 만하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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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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