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와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와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사진 제공 · 안현모]
영대 음, 우리 뭔가 잘 통하는 것 같을 때마다 현모님이 쓰시는 단어가 있어요. ‘핵소름!’
현모 그래서 제목을 ‘핵소름’으로 하자는 건가요? 영어로 ‘nuclear goosebumps’, 줄여서 NG!
영대 좋은데?
현모 아니면 안현모, 김영대의 앞뒤 글자 따서 ‘안대토크’.
영대 아, 그건 진짜 안~대. 공감이나 통한다라는 느낌이 필요할 것 같아서 생각해본 게 있어요. 일단 ‘ditto’.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동감한다는 말 대신 하는 단어잖아요. 별로예요?
현모 네….
영대 현모님이 좀 단호하세요.
현모 공감, 잘 통함, 이런 내용이 들어가는 건 좋아요. 왜냐하면 이 코너가 뭔가를 깊이 있게 분석하거나 통렬하게 비판하는 코너가 아니라, 주거니 받거니 편하게 떠드는 거였으면 하거든요. 뭐랄까, 우리 둘이만 잘 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읽는 독자도 같이 대화에 참여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면 좋겠는데….
영대 공감이라는 느낌을 주는 영어 단어라면 ‘empathy’는 어때요? 혹은 ‘resonance’.
현모 ㅎㅎㅎ
영대 또 별로구나. 알겠어요. 차라리 그냥 ‘Can we talk?’ 이런 느낌 어떤가요. 우리 이야기 나눠볼까? 이런 느낌으로요. ‘Shall we dance?’ 같은 거죠. 실은 제가 그 영화도 무척 좋아해서.
현모 엇! ‘Shall we talk’ 좋다. 그런데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요?
영대 지금 찾아보니 예전에 무슨 책 제목이었다고 하네요.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이기도 했고요.
현모 오케이, 그럼 패스! 어쨌든 그런 느낌은 좋아요. 우리가 무슨 제목을 정하려고 이렇게 자기들끼리 궁리하는지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요.
영대 “아직도 못 정했냐?”라고 욕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또 하나 생각한 게 있는데, 이것도 너무 1990년대풍이라 두렵네요. ‘접속’.
현모 ㅎㅎㅎ(×10) 아, ‘현웃’ 터졌어요. PC통신 세대인 거 티내는 건가요? 근데 안~대요. 이거 우리끼리 유행어 될 거 같아요. 이제 뭐든 안 되는 건 안~대! 하여간 전 이미 흐뭇해요. 왜냐하면 지금 접근하는 방식이나 뭔가를 떠올리는 바이브가 저랑 같아요.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 김영대]
현모 설마 ‘Wi-Fi’는 아니죠?
영대 우리는 왜 생각 패턴이 닮은 사람을 ‘싱크로율’이 있다, 이러잖아요. 얼마 전에 제가 애니 ‘에반게리온’을 다시 봤는데 거기서도 자주 나와요. 싱크로율이라는 말. 그래서 말인데….
현모 잠깐! 갑자기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싱크로니시티(synchronicity)!!!
영대 싱크로니시티? 동시성이요? 코너 제목으로 쓰기엔 뭔가 어려운 단어 아니에요?
현모 가만히 보시면요, 이 단어가 하필 ‘city’로 끝나잖아요. 뭔가 서울이라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두 남녀의 핵소름 공감 토크라는 느낌도 날 거 같아요.
영대 듣고 보니 급설득. 뭔가 있어 보여요. 이 단어를 왜 그렇게 좋아해요?
현모 전 이 단어를 정말 제 인생 키워드 중 하나로 여겨요. 사실 그 뜻을 제대로 알게 된 건 2014년 인도에 명상을 배우러 갔을 때예요. 그때 ‘아, 이게 이런 단어구나’ 하고 알았어요. ‘동시성’이라고만 하면 감이 잘 안 오잖아요.
영대 인도에서 명상을 배우시다니, 그건 또 무슨 얘기예요?
현모 너무 긴 얘기예요. 그 얘기가 궁금하면 앞으로 이 섹션을 계속 구독하시면 됩니다. ㅋㅋㅋ 가끔 등장할 테니까요.
영대 와, 제목도 못 정했는데 밀당부터 하시네.
현모 좀 자세히 설명하면 머릿속에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이나 간절히 바라던 무언가를 우연히 마주치거나 겪게 되는 일이에요.
영대 이 부분에서 다시 핵소름! 저도 이 단어에 대한 추억이 있어요. 어렸을 때 라디오에서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라는 노래를 듣고 완전히 빠져가지고요. 그래서 그날로 레코드숍으로 달려가 “아저씨! 폴리스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 주세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주신 앨범이 ‘Synchronicity’!
현모 아, 대박! 그 앨범 제목이 ‘Synchronicity’였구나.
영대 이 앨범 커버를 잘 보시면요, 리더 스팅이 읽고 있는 책이 바로 카를 구스타프 융의 ‘Synchronicity’! 이 앨범 주제인 동시성에 대한 연구죠. 제가 그래서 중학교 1학년 그 어린 나이에 융의 동시성 이론까지 찾아봤다는 거예요.
폴리스의 앨범 ‘Synchronicity’. [musicstack.com 캡처]
영대 생각해보니 그게 결국 그거네요. 핵소름! 핵소름이 느껴지는 포인트가 그거잖아요. 마법 같은 우연의 일치.
현모 와, 게다가 제가 최근 ‘운을 끌어당기는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제목의 책을 선물 받아 읽었는데요. 제목이 좀 웃기기도 하고 표지에 ‘운’이 대따 크게 쓰여 있어서 이게 뭐지 했는데, 마침 여기에 ‘synchronicity’에 대한 양자역학적 설명이 친절하게 나와요! 저기, 근데 영대님 지금 어디 가셨어요? 주무시는 거 아니죠?
영대 졸고 있던 건 아니고요. 말씀하신 것을 검색 중이었어요. 양자역학 잘 몰라서….
현모 저도요! 너무 어려운 영역이라서 엄두도 안 나는데, 그래도 요새 많이 대두되는 화두더라고요.
영대 맞아요. 최근에는 아마 영화 ‘테넷’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공부를 좀 해보려던 참인데.
현모 암튼 간단히 기억나는 대로 설명하면 우리의 무의식은 다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거예요. 한마디로 큰 집합적 무의식의 세계가 있는데, 이것들이 ‘제로 포인트 필드’라는 영역에 연결돼 있고, 거기엔 우리 미래까지 다 기록돼 있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가끔 데자뷔를 느끼기도 하고, 혹은 그런 싱크로니시티가 일어나기도 하고, 신기한 일들을 겪는 거란 얘기죠!
영대 융이 말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어떤 절대적 지식이나 정보와도 같은 맥락인 것 같네요. 그것들이 무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거든요.
현모 맞!습!니!다! 암튼 저는 그런 연결성을 굉장히 잘 느끼는 편인데, 책에 자세히 설명돼 있어 좋았어요. 그리고 지금 우리의 이 대화는 책을 홍보하려는 게 아니라 ‘제로 포인트 필드’에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영대 그럼 코너 제목 나온 거 맞죠? 싱크로니시티. 안현모와 김영대의 마법 같은, 우연 같은 대화.
현모 물론 이건 단순히 우리 둘이서만 잘 통하고 잘 맞는다는 뜻이 아니에요. 우리 둘이 연결돼 있는 것처럼 모든 독자와 세상과도 연결돼 있음을 항상 상기하는 단어 같아요.
영대 우리 사이의 공감이 사실 이 대화를 보는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 그리고 그들 사이의 공감을 대신하는 대화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현모 앞으로 우리가 이야기하게 될 음악이나 영화, 혹은 정치·사회·경제 현상도 사실 단 하나의 현실 속에서 전부 연결돼 있잖아요. 이 얼마나 중요한 진실인가요.
영대 사실 공감이라는 말이 좀 남발되는 감도 있어요. 대부분은 그냥 예의나 친목을 위한 수준에 가깝죠.
현모 네, 너도 B형? 나도 B형! 너도 천칭자리? 나도 천칭자리! 이런 차원의 공감을 말하는 게 아닌 거죠.
영대 참고로 전 A형에 사수자리지만. ㅎㅎㅎ 참, 이거랑 연결되는 이야기 같은데요, 저는 현모님을 알기 전부터 이미 이 토크를 같이하기로 예정돼 있었는지도 몰라요.
현모 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