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 [사진 제공 · 후크엔터테인먼트]
스무 살에 데뷔해 54년간 스쳐지나가는 뒷모습까지도 목숨 걸고 연기해온 윤여정. 그녀가 2021년 인생 최고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일흔네 살 그녀에게 지금이 인생 클라이맥스라고 얘기하는 것은 비단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전미비평가위원회와 미국 여성영화기자협회, 골드리스트 시상식, 선셋필름서클어워즈 등 미국 연기상 20관왕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긋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윤여정이 구사하는 투덜거리듯 당당한 말투, Z세대도 울고 갈 위트 넘치는 영어 스킬, 시대를 초월하는 감각적 패션 스타일까지 ‘윤여정’이라는 브랜드가 세대를 넘어 영감의 원천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혼 후 돈 벌려고 단역부터 연기
윤여정이 영화 ‘화녀’(1971)에서 쥐꼬리를 잡고 흔들고 있다. [동아DB]
2009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서 윤여정은 이혼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돈 벌기 위해 단역도, 보조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때 김기영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던 윤여정이 MBC ‘전원일기’에 단역으로 출연한 이유다. 다시 시작한 연기 생활은 혹독했다. ‘전원일기’에서 밥 먹는 장면을 연기하던 그녀에게 일용엄니 역의 김수미는 “여기서는 그렇게 밥을 끼적끼적 먹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는데, 이 말이 연기 인생의 거름이 된다. 윤여정은 이후 밤을 새워 토씨 하나 틀리지 않도록 연기 연습을 했고 지금의 배우 윤여정으로 살아남았다.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1995)에서 철부지 며느리 역으로 인기를 끈 윤여정(아래 맨 오른쪽). [동아DB]
탐욕스러운 재벌가 안주인 금옥으로 출연한 영화 ‘돈의 맛’(2012). [동아DB]
위트 넘치는 영어도 화제
박카스 할머니 역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죽여주는 여자’(2016). [사진 제공 · 카파플러스]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어.”
“60이 돼도 몰라요, 나도 67세가 처음이야.”
거친 목소리로 엄마가 아들에게 말하듯 시크하게 내뱉은 이 말들에 사람들은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 현재 방송 중인 tvN ‘윤스테이’에서는 위트 넘치는 윤여정의 영어가 화제다. 당당한 한국식 발음으로 유머와 감동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녀의 영어 표현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를 넘어 ‘윤여정’이라는 대체불가 브랜드가 된 윤여정. 그녀는 지금 영화 ‘미나리’의 사랑스러운 순자할머니로 우리 앞에 서 있다. 2월 3일(현지시각)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후보 발표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이 불발됐다.
4월 25일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오스카는 윤여정의 위트 넘치는 수강 소감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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