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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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컬래버 ‘사과 로고’ 전기차 나온다면?

애프터 테슬라 ‘배터리 데이’…일론 머스크의 나비효과

  • 조진혁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에디터 radioplayer@naver.com

    입력2021-01-2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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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건물과 애플 로고.  [뉴시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건물과 애플 로고. [뉴시스]

    어떤 물건이든 ‘사과 로고’가 붙으면 잘 팔린다는 말이 있다. 애플 이야기다. 실제로 애플이 내놓은 제품은 성능을 떠나서도 특유의 디자인과 감성 덕에 마니아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왔다. 그렇다면 그 대상이 자동차가 된다면 어떨까. 

    애플이 자동차를 만들 것이라는 추측은 오래전부터 들려왔다. 애플카는 아직 실체가 없지만 2024년 출시될 예정이라거나, 기아차 미국 공장이 애플카를 생산할 것이라는 소문은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 측에 애플이 전기차 공동개발을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나와 주식시장에서 현대차 주가가 들썩였다. 현대차는 아직 논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애플의 공동개발이 성사되면 과연 전기차산업 강자인 테슬라를 넘어설 수 있을까. 

    아직 전기차산업에서 화제몰이를 하는 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꿈같은 소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결국에는 꿈을 실현하고 만다. 머스크가 선사할 혁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과 각국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난해 9월 22일 개최된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2020’을 지켜봤을 것이다. 소문으로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전고체 배터리)나, 주행 거리가 100만 마일(약 161만km)에 달하는 배터리 등 혁신적 기술이 공개될 것으로 예측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충격적 혁신은 없었다. 배터리 성능을 향상하고 직접 생산해 원가 절감을 이루겠다는 계획만 있었다. 테슬라 주가는 이후 10% 넘게 떨어지며 시가총액 23조 원가량이 증발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기차 시장과 배터리 제조사들을 긴장시킬 만한 내용이었다.




    테슬라 배터리 데이가 남긴 의문

    테슬라 ‘배터리 데이’ 진행 모습(왼쪽)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동아DB, 뉴시스]

    테슬라 ‘배터리 데이’ 진행 모습(왼쪽)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동아DB, 뉴시스]

    배터리 데이 2020에서 발표한 탭을 제거한 새로운 배터리는 혁신적 공법으로 평가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개발을 통한 원가 절감이다.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하고 직접 생산하면 제조 원가를 56% 절감할 수 있다”고 머스크는 말했다. 제조 공정 개선으로 18%, 전극 개선으로 17%, 새로운 배터리 규격으로 14%, 배터리 셀투팩 기술로 7%를 줄이는 것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40%에 이를 만큼 비중이 크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터리 수급을 두고 경쟁하는 시기에 머스크의 반값 배터리 전략이 성공한다면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테다. 테슬라는 2023년 이내에 2000만 원대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을까. 

    테슬라를 만들 때부터 머스크는 2만5000달러짜리 전기차를 꿈꿔왔다고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건 단연 배터리 문제다. 

    머스크는 기존보다 2배 가까이 큰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탭이 제거된 4860 원통형 배터리는 생산 비용이 14% 적고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크며, 주행 가능 거리는 16% 길다. 수치만으로도 기존 전기차보다 월등한 성능이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의 화두, 배터리

    테슬러는 새로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려 한다. 2022년 100기가와트(GWh) 배터리를 생산하고, 2030년까지 3테라와트(T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것. 지금은 상상조차 어렵다. 테슬라의 목표치인 100GWh는 전 세계 배터리 1위 기업인 LG화학의 한 해 배터리 생산 규모를 넘어서는 수치다. 테슬라가 반값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밝힌 이후 관련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다. 

    테슬라가 앞으로 사용하려는, 니켈 함량을 높이고 코발트를 줄인 배터리는 LG화학과 삼성SDI, 파나소닉, CATL 등에서 이미 개발 중이다. 머스크가 제시한 실리콘을 활용한 배터리 기술도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삼성SDI는 ‘실리콘 카본 나노복합소재’라는 기술을 이용해 더 긴 수명의 배터리를 개발했다. SK이노베이션 또한 실리콘을 활용해 급속 충전과 더 높은 전력을 가진 전기차용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의 배터리 생산 계획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와 배터리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만드는 현대차를 비롯해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도 영향권이다.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포스코와 롯데도 있다. 테슬라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후 상황은 장담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해 다른 완성차업체들과 어떻게 협업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는 테슬라만이 아니다. 머스크가 말했듯 3년 뒤에는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린다. 시장을 선점하려면 기존 업체들이 테슬라보다 더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아야 한다. 새로운 배터리 기술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기존 업체 간 ‘연합군’ 형성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군이 내놓는 차가 어떤 껍데기에 어떤 로고를 달고 대중을 만나게 될까. 그리고 그 차는 테슬라 전기차를 추월할 수 있을까. 1880년대 후반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의 전류 전쟁에서 승리한 건 테슬라였다. 전기차 연합군과 테슬라의 배터리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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