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재난안전포털의 자연재난상황통계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8명. 지난 8년간 발생한 호우 사망 사고가 최근 일주일 사이 일어난 셈이다.
산사태로 이틀간 10명 사망
3일 경기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팬션 매몰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올해 호우로 발생한 사망자 17명 중 10명이 산사태로 인한 토사 매몰로 숨졌다. 2일 경기 안성시 일죽면에 위치한 한 양계장이 토사에 매몰되면서 최모(58)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충북 제천시와 충주시에서도 산사태로 3명이 숨졌다. 다음날 경기 가평군과 평택시에서도 토사가 펜션과 공장을 덮치는 비극이 발생하면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끝날 줄 모르는 장마가 산사태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산사태는 짧은 시간 강우가 집중될 때보다 장기간에 걸쳐 강우가 지속될 때 더 쉽게 발생한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는 단순히 단기간 많은 비가 내린다고 발생한다기보다 오랜 시간 연속 강우량이 높게 나올 때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과거 우면산 산사태의 경우도 3일간 연이어 비가 내린 탓에 산이 물을 머금으며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장마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6월 24일 시작돼 7일까지 이어졌다. 45일 연속 강우다. 이러다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장 장마 기록(2013년 49일)도 갈아 치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강우량 예측 실패 후 산사태 대비 태세 낮아져”
행정안전부의 예측 실패가 재난에 대한 경각심과 대비 수준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행안부는 장마시작일(6월 24일) 1주일 후인 지난달 1일 ‘재난안전 상황분석 결과 및 중점관리 대상 재난안전사고’를 발표하며 ‘최근 국지성 집중 호우가 늘면서 산사태 위험도 높아지는데,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것보다는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내리는 경우 더욱 위험’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긴 했다. 하지만 강수량 예측에 실패하며 산사태 위험도를 낮게 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행안부는 같은 자료에서 7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고, 8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1년부터 2010까지 장마기간 평균 강수량은 중부지방 기준 366.4mm. 기상청 역시 올해 5월 ‘올여름 기상 전망’에서 올여름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8월 2일 기준 올해 장마 평균 강수량이 중부지방 기준 494.7mm를 기록해 큰 차이를 보였다.늦장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에서는 갑자기 저수지 점검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장마 기간 정인 3, 4월에 미리 했어야 했다. 아울러 산에 나무가 밀집될 경우 뿌리가 깊게 들어가지 못해 산사태가 더욱 쉽게 발생한다. 나무를 솎아주는 간벌 작업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오보와 예측 실패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온난화와 블로킹(저지고기압)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기압계에 영향을 미쳐 날씨 예측이 어려웠다”며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 계속 나타날 것이고,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패턴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 당국자들이 기상청의 반복적인 예측 실패를 예상하고 이번 재해에 대비했다면 지난 8년간 합친 사망자가 올해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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