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바나 초원처럼 탁 트인 2030 놀이터.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무조건 무조건이야~ 짜짜라 짜라짜라 짠짜짜!”
13㎡(약 4평) 남짓한 트레이닝실에 어색함이 잔뜩 묻은 트로트 노랫가락이 울려 퍼졌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엠나인뮤직아카데미. 150여 명의 수강생에게 각종 장르의 노래 및 작사·작곡법을 가르치는 곳으로, 6월 트로트 강좌를 첫 개설했다. 트로트 오디션 TV프로그램 등의 흥행으로 국민 장르가 돼버린 트로트의 인기를 반영했다. 개설하자마자 수강생 몇 명이 등록하는 등 반응도 나쁘지 않다. 트로트 꿈나무들은 20대부터 40대까지, 성별은 물론 연령도 다양하다.
트로트를 동요처럼 불렀다가
7월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엠나인뮤직아카데미에서 트로트 수업을 받고 있는 기자(왼쪽)와 임영훈 보컬트레이너. [조영철 기자]
더 이상 한국에서 트로트 사각지대란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법. 마이크 울렁증이 있는 기자는 트로트를 배우기 위해 7월 29일 오후 엠나인뮤직아카데미를 찾았다. 임영훈(29) 보컬트레이너가 인사를 건네며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과 글자 하나 다르다”며 농담을 던졌다. 그는 현재 한 케이블방송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컬트레이닝을 맡고 있다. 이날 기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1시간동안 트로트 한 곡을 집중적으로 배워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이는 것. 고심 끝에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을 택했다.
“평소 실력 좀 볼 겸 편하게 불러보세요.”(임 보컬트레이너)
마이크를 손에 쥐자 잔뜩 몸이 굳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덕분에 노래방 가자는 제안을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할 만큼 음치인데…. 생애 첫 트로트를 불러봤다. 인내심을 십분 발휘하며 끝까지 경청한 임 보컬트레이너의 평가는 간결했다. “트로트보다 동요에 가깝군요.”
트로트에서 일반적인 밴딩(음을 끄는 기술)을 넣지 않고 너무나 심심하게 노래한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달려갈↘거~어↗야’로 불러야 하는데, 한 글자씩 정직하게 불렀다는 것이다. 트로트 초보자가 흔히 하는 실수라고 한다.
트로트의 기본은 호흡
카메라 앞에서 트로트를 열창하는 기자. [조영철 기자]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이날은 기본 중의 기본인 호흡법을 배우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크게 놀란 듯 급작스럽게 숨을 들이마시는 복식호흡을 연습했다. 4초 간 천천히 숨을 내뱉은 후 순식간에 숨을 들이마신다. 이때 앞으로 뻗은 엄지손가락을 재빨리 입에 넣는 동작을 반복하는데, 손가락이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 4초간 내뱉은 양과 동일한 정도의 호흡을 들이마시는 것이 포인트. 임 보컬트레이너는 “‘헉’ 하면서 깜짝 놀랄 때 손으로 입을 막는 동작과 유사하다”며 “노래 중간에 호흡 타이밍만 제대로 잡아도 훨씬 안정적으로 트로트를 부를 수 있다”며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노래를 한 소절씩 반복적으로 부르면서 밴딩과 바이브레이션을 배웠다. 임 보컬트레이너는 직접 시범을 보였다. “바이브레이션이 어려우면 가사를 된소리로 발음하라”는 팁도 줬다. 주 1~2회씩 3개월간 배우는 과정을 하루 만에 끝내려니 무리일 수밖에. 목을 쥐어짜는 소리만 나오자 임 보컬트레이너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기교를 부리지 말고 편안하게 노래하는데 초점을 맞추자. 잘 부르는 것도 좋지만, 목 건강을 지키며 즐겁게 노래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나.” 노래를 못해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뜻이리라. 남은 시간을 다시 호흡법을 익히는 데 썼다.
‘짜짜라 짜라짜라 짠짠짠~’
수강을 마치면서 카메라 앞에서 즐겁고자 노력하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다시 잡았지만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다만 마음은 좀 더 편안해졌다. 임 보컬트레이너는 “트로트라는 장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집에 돌아가서도 가르쳐 준 것을 반복해서 연습하라”는 숙제를 내줬다.
제2의 임영웅에 도전하는 사람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7월 15일 열린 MTN ‘제12회 2020방송광고페스티벌’에 참석해 손 하트를 하고 있다. [뉴스1]
임 보컬트레이너는 “수강생 중에는 미스트롯2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며 “ 결과가 어찌돼든 토익 시험 보듯이 한번 도전해보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꼭 방송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트로트를 취미로 배워보면 흥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구수하게 노래에 싣는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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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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