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과 인공섬 문제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정면대결하고 있다. 특히 주요 국제 현안에서 무력 행사를 주저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건설 중인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해 이례적으로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 라센호가 10월 27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 있는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 베트남명 다쑤비)의 12해리(약 22.2km) 이내로 항해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은 그동안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면서 남중국해에 있는 암초와 산호초 매립 작업을 통해 인공섬을 건설해왔다. 현재 인공섬이 건설된 곳은 수비 환초를 비롯해 모두 7개다. 수비 환초에는 활주로와 항구 및 각종 군사시설이 설치됐으며, 인민해방군 200여 명도 배치돼 있다.
수비 환초처럼 활주로가 건설된 인공섬은 피어리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 베트남명 다쯔텁)와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 베트남명 다빈깐) 등 3개다. 등대가 건설된 인공섬은 사우스 존슨 산호초(중국명 츠과자오, 베트남명 다각마)와 쿠아테론 산호초(중국명 화양자오, 필리핀명 칼데론) 등 2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들을 건설한 이후 미 해군 함정이 이들 인공섬 인근 12해리 이내에 진입하기는 당시가 처음이었다.
‘커다란 몽둥이’호의 중국해 순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11월 5일 핵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 탑승해 남중국해 일대를 3시간 동안 순시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9월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모든 국가는 항해와 항행의 자유, 방해받지 않을 상업 활동의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어디에서든 항해하고 비행하며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카터 장관이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를 탄 것은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카터 장관은 또 11월 8일 캘리포니아 주 로널드 레이건 기념 도서관에서 열린 국방포럼에 참석해 “미국은 중국의 인공섬 군사기지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남중국해에서 항모에 탑승한 것은 수십 년간 태평양 일부로 있었던 미국의 존재를 각인케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터 장관이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 탑승한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경고를 의미한다. 일종의 무력시위를 한 셈이다.
미국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는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힘의 논리에 충실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그는 처음으로 태평양을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정의했으며, 해군력 강화를 통해 미국의 패권 구축을 강조한 바 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말은 부드럽게 하되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다녀야 한다(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면서 이른바 ‘몽둥이 외교’를 주창한 바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별명이 ‘커다란 몽둥이(A Big Stick)’라는 점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볼 수 있다. 미국의 의도는 국제법에 규정된 공해상 항행의 자유를 행사함으로써 중국의 남중국해와 인공섬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남중국해가 미국 국익에 매우 긴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중국해가 전략요충지인 만큼 중국이 영유권을 행사할 경우 자유항행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군사적으로도 불리하기 때문에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처지다.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상 상업 물동량의 절반이 통과하는 바다이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다. 미국은 또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할 경우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와는 물론 아시아·태평양(아·태)지역 국가들과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
이렇듯 인공섬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미국은 앞으로 분기별로 최소 2회 이상 해군 함정의 남중국해 정기 항해를 계속할 계획이다. 물론 필리핀을 비롯해 일본, 호주, 말레이시아 등과 합동군사훈련도 실시할 방침이다. 미 해군 일각에선 항모 전단을 아예 남중국해에 고정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 측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력하게 맞받아치고 있다. 시 주석은 베트남(11월 5~6일)과 싱가포르(11월 6~7일)를 첫 국빈 방문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이 중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은 과거 전쟁까지 벌였던 베트남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대규모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의 지원은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따른 반중(反中) 감정을 무마하고 베트남이 적극적으로 미국 편에 서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어지는 정상회의 격전장 될 듯
중국은 이와 함께 남중국해에서 남해 함대를 중심으로 각종 훈련을 실시하는 등 무력시위를 계속 벌일 계획이다. 중국 군부는 2013년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처럼 남중국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예 인공섬에 전투기를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개연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외교전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11월 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공동선언문 채택이 사상 처음 무산된 것을 들 수 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모두 18개국 국방부 장관이 참석했던 이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였다. 미국은 일본, 필리핀 등 일부 아세안 국가와 합세해 자유항행을 강조한 문구를 공동선언문에 포함시켜 중국의 인공섬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강한 반발과 몇몇 아세안 국가가 암묵적으로 중국을 지지하면서 공동선언문 서명식이 아예 취소됐다.
아세안 회원국은 물론 아·태지역 국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외교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1월 14~23일 주요 20개국(G20·터키)과 아·태경제협력체(APEC·필리핀),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말레이시아)에 각각 참석해 공방전을 벌일 예정이다. 남중국해 영유권과 인공섬 문제가 당분간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 전체에서 가장 뜨거운 현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은 그동안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면서 남중국해에 있는 암초와 산호초 매립 작업을 통해 인공섬을 건설해왔다. 현재 인공섬이 건설된 곳은 수비 환초를 비롯해 모두 7개다. 수비 환초에는 활주로와 항구 및 각종 군사시설이 설치됐으며, 인민해방군 200여 명도 배치돼 있다.
수비 환초처럼 활주로가 건설된 인공섬은 피어리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 베트남명 다쯔텁)와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 베트남명 다빈깐) 등 3개다. 등대가 건설된 인공섬은 사우스 존슨 산호초(중국명 츠과자오, 베트남명 다각마)와 쿠아테론 산호초(중국명 화양자오, 필리핀명 칼데론) 등 2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들을 건설한 이후 미 해군 함정이 이들 인공섬 인근 12해리 이내에 진입하기는 당시가 처음이었다.
‘커다란 몽둥이’호의 중국해 순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11월 5일 핵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 탑승해 남중국해 일대를 3시간 동안 순시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9월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모든 국가는 항해와 항행의 자유, 방해받지 않을 상업 활동의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어디에서든 항해하고 비행하며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카터 장관이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를 탄 것은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카터 장관은 또 11월 8일 캘리포니아 주 로널드 레이건 기념 도서관에서 열린 국방포럼에 참석해 “미국은 중국의 인공섬 군사기지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남중국해에서 항모에 탑승한 것은 수십 년간 태평양 일부로 있었던 미국의 존재를 각인케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터 장관이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 탑승한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경고를 의미한다. 일종의 무력시위를 한 셈이다.
미국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는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힘의 논리에 충실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그는 처음으로 태평양을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정의했으며, 해군력 강화를 통해 미국의 패권 구축을 강조한 바 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말은 부드럽게 하되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다녀야 한다(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면서 이른바 ‘몽둥이 외교’를 주창한 바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별명이 ‘커다란 몽둥이(A Big Stick)’라는 점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볼 수 있다. 미국의 의도는 국제법에 규정된 공해상 항행의 자유를 행사함으로써 중국의 남중국해와 인공섬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남중국해가 미국 국익에 매우 긴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중국해가 전략요충지인 만큼 중국이 영유권을 행사할 경우 자유항행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군사적으로도 불리하기 때문에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처지다.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상 상업 물동량의 절반이 통과하는 바다이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다. 미국은 또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할 경우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와는 물론 아시아·태평양(아·태)지역 국가들과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
이렇듯 인공섬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미국은 앞으로 분기별로 최소 2회 이상 해군 함정의 남중국해 정기 항해를 계속할 계획이다. 물론 필리핀을 비롯해 일본, 호주, 말레이시아 등과 합동군사훈련도 실시할 방침이다. 미 해군 일각에선 항모 전단을 아예 남중국해에 고정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 측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력하게 맞받아치고 있다. 시 주석은 베트남(11월 5~6일)과 싱가포르(11월 6~7일)를 첫 국빈 방문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이 중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은 과거 전쟁까지 벌였던 베트남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대규모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의 지원은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따른 반중(反中) 감정을 무마하고 베트남이 적극적으로 미국 편에 서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어지는 정상회의 격전장 될 듯
중국은 이와 함께 남중국해에서 남해 함대를 중심으로 각종 훈련을 실시하는 등 무력시위를 계속 벌일 계획이다. 중국 군부는 2013년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처럼 남중국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예 인공섬에 전투기를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개연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외교전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11월 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공동선언문 채택이 사상 처음 무산된 것을 들 수 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모두 18개국 국방부 장관이 참석했던 이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였다. 미국은 일본, 필리핀 등 일부 아세안 국가와 합세해 자유항행을 강조한 문구를 공동선언문에 포함시켜 중국의 인공섬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강한 반발과 몇몇 아세안 국가가 암묵적으로 중국을 지지하면서 공동선언문 서명식이 아예 취소됐다.
아세안 회원국은 물론 아·태지역 국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외교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1월 14~23일 주요 20개국(G20·터키)과 아·태경제협력체(APEC·필리핀),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말레이시아)에 각각 참석해 공방전을 벌일 예정이다. 남중국해 영유권과 인공섬 문제가 당분간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 전체에서 가장 뜨거운 현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