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센트럴 오타고의 깨끗한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지속가능 프로그램에 따라 운영되는 포도밭. 뉴질랜드 말버러산 소비뇽 블랑 와인 클라우디 베이와 센트럴 오타고산 피노 누아르 와인 마투아(왼쪽부터).
뉴질랜드는 금주 문화가 유난히 발달한 나라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오후 6시면 술집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5시에 퇴근해 냅다 술집으로 뛰어간다 해서 ‘Six o’clock swill’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그런 뉴질랜드가 와인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60년대 후반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이었다. 육류와 유제품의 영국 수출이 막히자, 와인을 돌파구로 찾은 것이다.
뉴질랜드는 자신들의 청정한 이미지를 내걸고 ’친환경‘을 와인의 경쟁력으로 삼았다. 가장 가까운 대륙과 1600km나 떨어진 남태평양 외딴섬, 핵발전소가 없고 에너지의 70%를 자연에서 얻는 곳, 인구는 450만 명인데 양은 3900만 마리나 되는 나라….
실제 뉴질랜드 포도밭의 94%가 지속가능 프로그램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화학비료 대신 피복작물을 길러 땅에 양분을 공급하고, 제초제를 쓰지 않는 대신 가축에게 잡초를 뜯어 먹게 한다. 와이너리들은 태양열과 지열을 최대한 활용하고, 부산물도 재활용과 재사용을 극대화한다. 와인병과 레이블도 가급적 재활용품을 사용한다. 자연 보전이야말로 와인의 품질과 직결된다고 믿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뉴질랜드 포도밭에서는 제초제를 쓰지 않는 대신 양들에게 잡초를 뜯어 먹게 한다.
피노 누아르는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산이 주목할 만하다. 센트럴 오타고는 미국 오리건(Oregon)과 함께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의 아성에 도전하는 명품 피노 누아르 산지로 떠오르는 곳이다. 뉴질랜드는 나라 전체가 해양성기후지만, 남섬 최남단 와인 산지인 센트럴 오타고만은 일교차가 큰 대륙성기후여서 피노 누아르를 기르기에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그래서인지 이곳 피노 누아르 와인은 체리, 자두 같은 붉은 과일과 후추의 매콤함이 어울려 향미가 매력적이고 구조감도 탄탄하다.
뉴질랜드 와인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아무리 싸도 병당 3만 원 정도는 한다. 하지만 뉴질랜드 와인이 주는 ‘순수함’을 맛볼 때면 그 값이 결코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뉴질랜드가 지금처럼 깨끗한 자연을 담은 와인을 생산하는 한 그 가격은 충분히 정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