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9월 1일 공개한 북한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의 로켓 발사장 위성사진.
한 군사전문가가 박근혜 정부가 맞이했던 두 차례 안보 위기국면을 비교해 설명한 촌평이다. 같은 잣대를 10월 10일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이해 평양이 거듭 천명한 로켓 발사와 연결해보면 어떨까. 생각보다 답은 간단하다. 본질적으로 이번 게임은 미국과의 싸움이라는 게 평양 측 시각이라는 것이다.
2012년 말 장거리 로켓 발사로 시작된 위기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과 그에 맞선 이듬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10월 10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경우 벌어질 일들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장은 평양이 4차 핵실험을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로켓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핑계 삼아 다음 카드로 삼을 공산은 충분하다는 것.
기억해야 할 것은 북한이 로켓 발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미사일 기술 관련 실익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항공우주 분야 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의 존 실링 연구원은 9월 28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이미 KN-08처럼 기동성이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완성했다면, 은하3호처럼 크고 둔중한 장거리 미사일을 추가로 날리는 건 기술 발전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굳이 따지자면 한 번도 실험해본 적 없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하는 정도라는 것.
한국 측 시각으로 보면 이는 한층 더 명확하다. 노동 등 이미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이 즐비한 상황에서 비행거리가 1만km를 넘는 장거리 로켓은 한국을 타깃으로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 실링 연구원의 설명처럼 기술적 개선과는 사실상 무관하다면 더욱더 그렇다. 로켓 발사와 관련한 남측 정부의 언급에 평양이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과의 싸움인데 왜 네가 끼어드느냐’는 것이다.
8월 한 달간 이어진 위기국면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뜻한 만큼 ‘산뜻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미국과의 ‘본게임’을 통해 만회를 노릴 개연성은 충분하다. 악화된 경제 사정과 외교적 고립 등으로 수세에 몰린 김 제1비서의 처지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전문가 대부분이 10월 10일 이후 평양의 로켓 발사가 기정사실에 가깝다고 판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는 것은 미국의 대응 수위. 로켓이 미국 본토에 닿을 만한 거리를 날아갈 경우, 2013년 경우처럼 워싱턴의 행보는 다양한 군사적 수단을 포함한 강도 높은 압박이 될 공산이 크다. 역설적인 부분은 미국 자신을 겨누는 위협과 남한을 상대로 한 국지도발에 대한 대응에서 온도 차가 심해질수록 ‘동맹의 약한 고리’에 대한 의구심도 한층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바로 이 대목이야말로 김정은이 노리는 로켓 발사의 최대 효과일지도 모를 일이다. ‘워싱턴 불바다’와 ‘서울 불바다’에 대한 백악관의 대응은 다를 수 있다는 의구심의 증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