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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알려진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차성안 판사는 최근 “법관의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관선변호’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신성한 재판’이라는 ‘프로파간다(propaganda)’ 뒤에 숨어 있는 추한 재판의 모습을 드러내자는 것이었다.
관선변호는 일종의 법조계 은어로, 경제 사정이 어려운 형사피고인을 위해 나라에서 선임해주는 ‘국선변호’에 빗대어 나온 말이다. 즉 법원 내부에서 판사가 다른 판사에게 재판을 청탁하는 것을 뜻한다.
필자의 법조 경험과 차 판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판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강도 순으로 나열해보고자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의 말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판의 결론을 왜곡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가진 곳은 바로 법원행정처다. 권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나 정치권은 관심 있는 재판에 대해 사법행정의 중추기관인 법원행정처 측에 ‘부탁’을 하곤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법원행정처는 법원행정처 차장이 ‘카운터파트’를 이뤄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다.
부탁을 받은 법원행정처는 일선의 법원장에게 전달하고, 법원장은 담당 재판장을 법원장실로 조용히 불러 의견을 말한다. 재판장은 대선배이자 인사권자인 법원장의 말을 무시하기 어렵다. 더욱이 대법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청탁에 대한 심리적 저항력이 상실되기 일쑤다.
일반적인 관선변호는 다음의 경우를 가리킨다. 법원의 선배 또는 동료 판사가 재판에 관해 넌지시 하는 청탁은 그 수가 적잖고, ‘전관예우’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전관’은 조직을 떠난 사람이고, 전관보다 지금 조직에 몸담고 있는 ‘현관’이 힘을 더 행사하리라는 것은 상식일 터다. 차 판사의 제안대로 적절한 조사를 거쳐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틀림없이 국민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재판을 왜곡하는 또 다른 힘은 바로 ‘전관예우’다. 법원을 떠난 판사 출신 변호사가 법원의 재판에 말발이 먹히고, 검찰의 경우 검사 출신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에 비해 더 간명하고 유리한 결과를 창출한다. 재판부나 담당 검사와 ‘가까웠던’ 전관을 선임하려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보며 두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법원의 재판이라는 것이 신성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기득권자에게 영합하는 식으로 변질돼왔다고 강하게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재판의 왜곡을 막고 진정으로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지난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