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오일과 송로버섯으로 맛을 낸 타야린. 치즈와 달걀노른자를 얹어 뜨거울 때 버무려 먹는다.
파스타는 실온 보관이 가능한 건조 파스타와 칼국수나 수제비처럼 바로 만들어 먹는 생 파스타로 나뉜다. 대형마트에 가면 스파게티, 링귀네, 페투치네, 라자냐, 마카로니, 파르팔레, 펜네, 푸질리 등 다양한 건조 파스타를 구할 수 있다. 요즘에는 수많은 종류의 건조 파스타가 만들어지지만 예전에는 나폴리와 제노바 같은 이탈리아 해안 마을이 주 생산지였다. 강렬한 태양과 바닷바람에 딱딱하게 마른 파스타는 먼 길 떠나는 여행객과 뱃사람들의 든든한 식량이었다. 아직도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 가면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파스타를 빚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같은 반죽 다른 모양의 다양한 생 파스타.
반면 생 파스타는 거친 세몰리나 대신 밀가루에 올리브 오일과 달걀을 넣어 반죽하는 것이라 ‘달걀 파스타’라고도 한다. 그중 달걀노른자가 유난히 많이 들어가는 ‘타야린(Tajarin)’은 생 파스타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촉촉하고 끈기가 있으나 탄력은 없는 독특한 식감과 배릿할 정도로 진한 달걀향이 나는 샛노랑의 파스타다. 노란 반죽 덩어리를 밀고, 접고, 다시 납작하게 밀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색이 골고루 배면서 가루가 보이지 않고 약간의 탄력이 생기면 그제야 칼국수처럼 썬다. 면발 폭은 만드는 사람 맘인데, 칼국수보다는 좁아야 맛있다. 타야린의 풍성하면서도 독특한 맛을 살리려면 소스는 간결할수록 좋다. ‘버터와 세이지’ 또는 ‘올리브 오일과 송로버섯’이라는 조합을 많이 쓴다. 두 가지 소스 모두 정갈하고 향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먹기 전에는 곱게 간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듬뿍 올려 버무려 먹는다. 달걀노른자를 얹으면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생 파스타가 매력적인 이유는 타야린처럼 저마다 개성이 또렷하고, 만드는 사람의 디자인에 따라 맛과 모양이 다채로워지는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길쭉한 면발은 원료에 따라 굵기와 색이 달라지고, ‘라비올리’처럼 소를 넣는 파스타 역시 크기, 모양, 색감의 변주가 다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