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한국 응원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선수의 팬클럽 회원들이 같은 옷을 입고 18홀 내내 따라다니며 일방적인 응원을 펼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어색하지가 않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골프 팬은 비교적 점잖은 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도 노골적으로 응원하는 팬은 드물다. 친척이나 친구들이 같은 옷을 입고 몰려와 한바탕 떠들며 응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박성현 팬들처럼 조직적으로 응원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 듯싶다.
박성현 팬클럽 회원은 대부분 한국에 산다. 큰 대회가 열리면 서로 돌아가면서 수백만 원의 자비를 들여 원정 응원에 나선다. 선수가 티오프 타임 두어 시간 전 몸을 풀려고 골프장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들도 벌써 골프장에 나와 있다. 이들은 박성현의 인생 모토인 ‘남달라’가 새겨진 검은색 티셔츠를 똑같이 입고 있다. 박성현의 우승을 전제로 한국에서 미리 만들어온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는 나흘 내내 18홀을 모두 따라다니며 응원한다. 최근에는 외국인 팬도 응원단에 합류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나흘 내내 쫓아다니며 응원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이들은 로밍한 휴대전화로 박성현의 경기 상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인터넷 팬 카페에 올린다. US여자오픈챔피언십 때 만난 한 아주머니 팬은 “TV로 경기가 중계되긴 하지만 ‘우리’ 박성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 홀의 경기 상황을 팬 카페에 즉시 올린다”고 말했다. 박성현의 일거수일투족을 팬들이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열성 팬들의 응원 덕분이었을까. 박성현은 루키 해인 올해 굵직한 대회 2개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LPGA 투어에서 가장 ‘핫’한 선수로 떠올랐다. 시즌 초반에는 우승이 없어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LPGA 투어보다 우승하기가 더 힘들다는 KLPGA 투어를 평정하고 태평양을 건넜기 때문에 초반부터 그는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 조바심이 날 만큼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전까지 우승이 없었다. 성적은 나쁘진 않았다. US여자오픈 전까지 12개 대회(매치플레이 제외)에 나서 준우승 1회, ‘톱 5’ 4회를 기록했고, 컷에 걸려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우승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기준으로 봐서는 스스로나 팬들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한 뒤 박성현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당시 라운드를 마치고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뒤 바로 TV 중계를 위한 실내 시상식에 참석하느라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 박성현은 어머니를 계속 찾았고, 18번 홀 그린에서 열린 공식 시상식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모녀는 진하게 포옹하면서 반년 이상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자신의 목표, 팬의 기대, 스폰서의 바람 등에 미치지 못했던 자신과 함께 고생한 어머니를 보자마자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잘했다’는 말을 아껴가며 딸보다 더 무뚝뚝하게 지내온 어머니도 그날만큼은 달랐다.
박성현은 이번 캐네디언퍼시픽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에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도 곁에 없었다. 캐네디언퍼시픽여자오픈은 규모 면에서는 US여자오픈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캐나다 최고 여자골프대회다. 대회를 마친 뒤 박성현은 얼떨떨하고 우승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여유가 생긴 것이다.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시즌 초반 우승이 없어 불안했던 마음이 싹 씻기면서 찾아온 여유다.
이 여유가 무섭다. 박성현은 한국에서도 10승을 거두며 KLPGA 투어를 평정했다. 그 저력이 US여오픈에서 꿈틀댔고, 이번 캐네디언퍼시픽여자오픈에서 터졌다. 상금규모가 큰 대회에서 2승을 거둬 박성현은 단숨에 상금랭킹 선두에 올랐다. US여자오픈 90만 달러에 이번 대회 33만7500달러. 두 대회서만 123만7500달러(약 13억9000만 원)를 벌었다. 시즌 상금은 187만8615달러로 176만9650달러인 유소연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여기에 롤렉스 신인왕 레이스에서는 독보적인 선두다.
올 시즌 루키 중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박성현밖에 없다. 올해의 선수 레이스에서도 130포인트로 150포인트인 유소연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실력을 가늠케 하는 평균 타수에서는 69타로 68.983의 렉시 톰프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최다 버디도 에리야 쭈타누깐(312개)에 이어 287개로 역시 2위다. 이 밖에 평균 비거리 271.72야드(약 248m)로 7위, 그린 적중률 76.17%로 7위, 언더파 라운드 47회로 7위, 60대 타수 라운드 34회로 4위에 올라 있다.
미국 골프채널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로 박성현의 완벽한 스윙은 정점에 다다른 듯하다. 매 대회마다 코스에 적응하느라 애먹었던 것도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코스 매니지먼트가 달라졌다. 시즌 초반 함께했던 캐디 콜린 칸과 헤어지고 만난 새 캐디 데이비드 존스와 궁합도 이젠 무르익었다. 아무래도 꼼꼼한 성격의 칸보다는 믿고 따라주는 존스와 호흡이 더 맞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현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루키인 만큼 1승만 거두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이미 2승을 거둔 그는 목표를 수정할 때가 됐다고 했다.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을 비롯해 11개 대회가 남아 박성현이 승수를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특히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지난해 박성현은 LPGA 투어 멤버가 되기 전 이 대회에 출전해 전인지에 이어 유소연과 함께 공동 2위에 오르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올해 자신의 메인 스폰서가 주최하는,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투어인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노릴 것이 분명하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골프 팬은 비교적 점잖은 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도 노골적으로 응원하는 팬은 드물다. 친척이나 친구들이 같은 옷을 입고 몰려와 한바탕 떠들며 응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박성현 팬들처럼 조직적으로 응원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 듯싶다.
박성현 팬클럽 회원은 대부분 한국에 산다. 큰 대회가 열리면 서로 돌아가면서 수백만 원의 자비를 들여 원정 응원에 나선다. 선수가 티오프 타임 두어 시간 전 몸을 풀려고 골프장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들도 벌써 골프장에 나와 있다. 이들은 박성현의 인생 모토인 ‘남달라’가 새겨진 검은색 티셔츠를 똑같이 입고 있다. 박성현의 우승을 전제로 한국에서 미리 만들어온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는 나흘 내내 18홀을 모두 따라다니며 응원한다. 최근에는 외국인 팬도 응원단에 합류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나흘 내내 쫓아다니며 응원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이들은 로밍한 휴대전화로 박성현의 경기 상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인터넷 팬 카페에 올린다. US여자오픈챔피언십 때 만난 한 아주머니 팬은 “TV로 경기가 중계되긴 하지만 ‘우리’ 박성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 홀의 경기 상황을 팬 카페에 즉시 올린다”고 말했다. 박성현의 일거수일투족을 팬들이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열성 팬들의 응원 덕분이었을까. 박성현은 루키 해인 올해 굵직한 대회 2개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LPGA 투어에서 가장 ‘핫’한 선수로 떠올랐다. 시즌 초반에는 우승이 없어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LPGA 투어보다 우승하기가 더 힘들다는 KLPGA 투어를 평정하고 태평양을 건넜기 때문에 초반부터 그는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 조바심이 날 만큼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전까지 우승이 없었다. 성적은 나쁘진 않았다. US여자오픈 전까지 12개 대회(매치플레이 제외)에 나서 준우승 1회, ‘톱 5’ 4회를 기록했고, 컷에 걸려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우승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기준으로 봐서는 스스로나 팬들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한 뒤 박성현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당시 라운드를 마치고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뒤 바로 TV 중계를 위한 실내 시상식에 참석하느라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 박성현은 어머니를 계속 찾았고, 18번 홀 그린에서 열린 공식 시상식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모녀는 진하게 포옹하면서 반년 이상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자신의 목표, 팬의 기대, 스폰서의 바람 등에 미치지 못했던 자신과 함께 고생한 어머니를 보자마자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잘했다’는 말을 아껴가며 딸보다 더 무뚝뚝하게 지내온 어머니도 그날만큼은 달랐다.
박성현은 이번 캐네디언퍼시픽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에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도 곁에 없었다. 캐네디언퍼시픽여자오픈은 규모 면에서는 US여자오픈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캐나다 최고 여자골프대회다. 대회를 마친 뒤 박성현은 얼떨떨하고 우승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여유가 생긴 것이다.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시즌 초반 우승이 없어 불안했던 마음이 싹 씻기면서 찾아온 여유다.
이 여유가 무섭다. 박성현은 한국에서도 10승을 거두며 KLPGA 투어를 평정했다. 그 저력이 US여오픈에서 꿈틀댔고, 이번 캐네디언퍼시픽여자오픈에서 터졌다. 상금규모가 큰 대회에서 2승을 거둬 박성현은 단숨에 상금랭킹 선두에 올랐다. US여자오픈 90만 달러에 이번 대회 33만7500달러. 두 대회서만 123만7500달러(약 13억9000만 원)를 벌었다. 시즌 상금은 187만8615달러로 176만9650달러인 유소연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여기에 롤렉스 신인왕 레이스에서는 독보적인 선두다.
올 시즌 루키 중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박성현밖에 없다. 올해의 선수 레이스에서도 130포인트로 150포인트인 유소연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실력을 가늠케 하는 평균 타수에서는 69타로 68.983의 렉시 톰프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최다 버디도 에리야 쭈타누깐(312개)에 이어 287개로 역시 2위다. 이 밖에 평균 비거리 271.72야드(약 248m)로 7위, 그린 적중률 76.17%로 7위, 언더파 라운드 47회로 7위, 60대 타수 라운드 34회로 4위에 올라 있다.
미국 골프채널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로 박성현의 완벽한 스윙은 정점에 다다른 듯하다. 매 대회마다 코스에 적응하느라 애먹었던 것도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코스 매니지먼트가 달라졌다. 시즌 초반 함께했던 캐디 콜린 칸과 헤어지고 만난 새 캐디 데이비드 존스와 궁합도 이젠 무르익었다. 아무래도 꼼꼼한 성격의 칸보다는 믿고 따라주는 존스와 호흡이 더 맞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현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루키인 만큼 1승만 거두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이미 2승을 거둔 그는 목표를 수정할 때가 됐다고 했다.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을 비롯해 11개 대회가 남아 박성현이 승수를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특히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지난해 박성현은 LPGA 투어 멤버가 되기 전 이 대회에 출전해 전인지에 이어 유소연과 함께 공동 2위에 오르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올해 자신의 메인 스폰서가 주최하는,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투어인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노릴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