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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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의 구구절절

무지한 청년들이 세상을 지키러 나설 때

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

  • 채널A 문화과학부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17-08-14 14: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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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 오빠들은 스스로를 선량한 청년이라 믿었다. 자기 주변 사람은 대부분 정의롭고 선하다고 여기며 그들과 한편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요즘 여자애들이 남자의 돈이나 조건만 보는 것을 유감스러워했고, 내 여친 혹은 어머니는 예외라고 생각했다. 연약한 여성을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사내의 의무라고 외쳤지만, 접대부가 나오는 유흥업소는 필요악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것들에는 그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청년경찰’을 보다 흠칫 놀랐다. 청춘스타 박서준과 강하늘이 연기한 주인공 캐릭터들이 너무 구태의연해서다. ‘청년경찰’의 주인공은 20대 청년, 이른바 요즘 뜨는 오빠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현재 30대 중반(에서 후반을 향해 달리는 중)인 내가 20대 시절 목격했던 과거의 오빠들과 꽤 닮았다. 자신과 자기 편을 의심 없이 사회의 ‘선’으로 생각할 만큼 단순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무지하다. 세월이 지난 요즘 내가 아는 과거의 오빠들은 ‘아재’로 통칭되고, 그중 좀 더 무식하거나 무례한 이는 ‘개저씨’라며 욕먹는다.

    줄거리는 이렇다. 경찰대 2학년인 두 청년이 여자친구를 사귀려고 외출을 나온 와중에, 우연히 길에서 한 여성의 납치 사건을 목격한다. 이들은 다른 일로 너무 바쁜 현직 경찰을 대신해 이 사건을 직접 처리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 사건이 조선족 인신매매, 난자 불법 매매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과정을 그린다.

    영화 장르는 코미디다. 시사회 후 반응은 갈렸다. ‘군함도’ ‘택시운전사’ 등 무거운 소재 일색인 요즘 극장가에서 가볍게 즐기기에 딱이라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풋풋한 청춘의 성장담을 보며 유쾌하게 웃을 수 있길 기대하던 나 같은 관객은 상영시간 내내 ‘이런 장면에서 과연 이렇게 웃어도 될까’ 갈등했다. 영화 속에서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허술한 반면, 난자 채취 과정 등 여성의 신체 훼손에 대한 묘사는 꽤 자극적이다. 정의로운 남성이 어린 여성을 구출하는 내용이라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가해자가 된 듯 불편한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정의로운 주인공들이 싸우는 대상, 영화의 주요 악인이 조선족이라는 설정 역시 불편함을 더한다. 언젠가부터 한국 영화에서 조선족 차별은 드러내놓고 행해지는 소재가 됐는데, 이 영화는 그 맥락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없다. 당연하다는 듯 조선족 거주지를 범죄 소굴로, 조선족 노동자를 없애야 할 걸림돌로 그린다.

    가볍게 즐기려고 만든 오락영화에 정색하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  PC)을 들이대는 건 민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대기업 자본을 등에 업고, 올여름 스크린대전에서 이른바 ‘다크호스’로 떠오른 영화라면 특정 대상과 소재를 대하는 방식에 최소한의 윤리는 필요하다. 세상은 갈수록 높은 수준의 인권 감수성을 요구하는데 일부 대중영화가 보여주는 태도는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아쉽다. 잘생기고 해맑은 ‘청년경찰’ 속 하이틴 스타의 모습에, 이제는 아재가 된 그 시절 오빠가 자꾸만 오버랩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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