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8

2022.12.09

“새해 주가 전망 틀릴 때가 더 많았다”

김성일 CIO “주가 변동성 커버하는 게 자산배분, 달러 강세 수혜 포트폴리오 주목”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2-12-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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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예측은 어렵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한다. 미래를 알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주식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확인 안 된 미신이 판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이자 유튜브 ‘연금술사김성일TV’를 운영하는 김성일 프리즘투자자문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정확한 예측을 하려고 힘쓰는 대신 예측이 필요 없는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갖추기를 권한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 CIO는 졸업 전 IT(정보기술) 벤처회사에 다녔고, 국책은행에서도 20여 년간 일했다. ‘마법의 돈 굴리기’와 ‘마법의 연금 굴리기’ ‘ETF 처음공부’ 등을 썼다. 최근에는 투자자가 실전에 적용하기 좋은 시기별·성향별·상황별 시나리오를 담은 ‘마법의 투자 시나리오’(다산북스)를 출간했다. 책 띠지에 쓰인 ‘현금을 주식에 몰빵한 개미들을 위한 엑시트 시나리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12월 2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김 CIO를 만나 자세한 자산배분 투자전략을 들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 김성일 프리즘투자자문 CIO(최고투자책임자). [지호영 기자]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 김성일 프리즘투자자문 CIO(최고투자책임자). [지호영 기자]

    위험을 분산하고 또 분산한 K-GAA 포트폴리오

    ‘마법의 투자 시나리오’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뤘나요.

    “막연히 아는 금융에 관한 잘못된 상식과 투자에 대한 의심이 근거 있는지를 체크했고, 잘못 알려진 것은 바로잡고 어떤 걸 알아야 하는지를 다뤘어요. 예금은 안전하다, 우량주나 대장주에 무조건 장기투자하면 된다 같은 내용들이 대표적인 오해인데요. 미국 주식에 대한 막연한 믿음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로는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대안에 대해서도 다뤘는데, ‘이게 정답이다’라기보다 이런 투자법을 연구해 실제로 저도 하고 있는 부분을 공유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거 같아요.”

    연금저축펀드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투자하면 절세에 도움이 된다. [GETTYIMAGES]

    연금저축펀드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투자하면 절세에 도움이 된다. [GETTYIMAGES]

    실제로 이렇게 투자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요.

    “매달 말 유튜브에 연금저축펀드와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 수익을 공개하고 있어요. 2019년 책을 내면서 실제로 운용한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 공개한 게 시작인데 벌써 4년이 다 돼가네요. 올해는 주식이 많이 떨어져서 포트폴리오 손실도 많이 났는데 그 부분도 공유했어요. 연금저축펀드는 최근 반등해 누적 3% 수익, 연 환산으로는 0.8% 수익이 났고, IRP 계좌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해 누적 29.9%, 연 환산 6.9% 수익이 나고 있어요. 제가 투자를 잘한다, 못한다를 얘기하려는 게 아니라 책에 쓴 대로 실천을 어떻게 해나가는지 과정을 공유하는 게 목적이에요.”



    투자자가 믿는 대표적인 미신에는 뭐가 있나요.

    “투자는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게임이 절대 아니라는 걸 꼭 알아야 해요. 연말이면 배당주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안정적이다, 노후생활에 대비하는 투자로 추천한다는 내용이 많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뚜껑을 까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미국 주식이 10년간 독주한 것을 두고 의심 없이 미국 주식에만 투자하는 분도 많은데요. 막연한 믿음으로 특정 국가에만 투자하는 것도 위험해요. 자기가 생각하는 투자 이유가 진짜 맞는 것인지, 아니면 현재 투자 포지션 때문에 그 종목이 잘 되길 바라는 것인지 확인해야 해요. 들으면 좀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죠.”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왜냐하면 기존에 내가 알던 것, 믿던 것을 반박하는 내용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데 뇌는 이런 정보를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요. 하지만 불편해도 꼭 알아야 하고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한없이 먹으면 살이 찌고 살이 너무 찌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아는 것처럼요. 투자에서도 그런 불편한 내용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책에 6040 포트폴리오부터 K-GAA 포트폴리오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나오더라고요.

    “앞에서 ‘팩폭’을 했다면, 뒤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대안을 다뤘어요. 투자는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데, 수익률이 가장 좋은 게 뭔지 생각하면 주식이 첫 번째 투자 대상이 돼요. 저는 시장의 큰 흐름에 올라타는 방법으로 패시브하게 인덱스를 사는 걸 택했죠. 주식의 단점은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건데, 그걸 상쇄하기 위한 두 번째 투자 대상이 국채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이 빠지거나 위험 사태가 있으면 글로벌 자금이 국채 매입에 나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고, 경기가 안 좋아지면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낮추는데 그러면 채권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요. 이 두 가지 현상 때문에 보완재로 국채를 가져가는 거죠. 가장 오래됐고 유명한 6040 포트폴리오는 주식과 채권을 6 대 4로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예요. 단점은 둘 다 빠질 때를 대비할 수 없다는 거죠.”

    금은 다른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고 달러와도 다르게 움직이기에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 도움이 된다. [GETTYIMAGES]

    금은 다른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고 달러와도 다르게 움직이기에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 도움이 된다. [GETTYIMAGES]

    둘 다 빠질 때를 대비해 다른 자산에 배분해야겠군요.

    “그걸 커버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을 추가해 주식, 국채, 현금성 자산으로 나누는 걸 유대인 3분법이라고 해요. 여기에 금이 들어간 게 영구 포트폴리오죠. 금은 다른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고 달러와도 많이 다르게 움직여서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돼요. 영구 포트폴리오는 미국이 기준인 게 단점이라, 한국식으로 GAA(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얘기했어요. 영구 포트폴리오에서 한국과 미국 자산을 분산해 양쪽에 다 투자하는 거예요. 누가 더 잘할지 알 수 없어 분산하는 거죠. 가장 마지막에 다룬 K-GAA는 K-팝 할 때의 K로 한국인을 위한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라는 의미인데요. GAA와 다른 건 환율을 추가한다는 점이에요. 달러 환율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 굉장히 튀어 오르는 성향이 있거든요. 한국인 투자자라면 환율 변동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죠.”

    투자 상황별, 투자자 성향별로 어떤 투자 시나리오를 짜는 게 좋을까요.

    “포트폴리오를 성장형으로 짰는데 너무 위험한 것 같다, 안정형으로 바꾸고 싶다는 질문을 많이 하세요. 이게 자기 위험 감내도를 잘 몰라서 그런 거거든요. 그건 사전에는 알기 어려워요. 자산배분 투자를 하면 10% 손실이 나더라도 90%가 남지만 너무 위험한 투자, 예를 들어 코인에 투자하면 잘못됐을 때 돌이킬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일단 처음에는 안정적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성장형이 낫냐, 안정형이 낫냐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어요. 연령대에 맞는 투자법도 틀린 이야기예요. 기본적으로는 중립형을 권하고, 중립형으로 1~2년 투자해본 다음 이 정도 시장 위험성을 견딜 수 있다면 성장형, 도저히 안 되겠다면 안정형, 그것도 안 되겠다면 초안정형 포트폴리오를 짜면 돼요.”

    내년 장이 좋으면 나아지면, 올해 이상으로 춥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마다 예측이 다른데, 내년에 시장이 오를 수도 있지만, 당연히 더 내려갈 수도 있어요. 최근 오른 것도 데드 캣 바운스(주가가 급락 후 임시로 소폭 회복된 것)라는 이야기도 있고요. 일단 가봐야 아는 거라서 오를 가능성, 내릴 가능성을 다 대비해야겠죠. 또 연말연초면 증권사마다 내년 전망 자료가 나오고 코스피 밴드가 어느 정도 되리라 예측하는데, 그것만 보고 투자 결정을 해서는 안 됩니다.”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해야

    왜죠.

    “안 맞기 때문이에요. 맞는 것도 있지만 안 맞는 게 훨씬 많아요. 책에서도 검증했는데 2018년부터 올해까지 증권사에서 내놓은 코스피 전망과 실제 움직임을 비교했더니 상당히 안 맞았어요. 증권사 전망에는 전년도 흐름이 많이 반영돼 있어서 편차가 10~20% 이상 납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해요. 특히 하락한다고 전망했는데 확 오른 게 2021년이었어요. 전망은 2200~2800이었는데 실제로는 2800~3300이었거든요. 올해 전망은 2800~3300이었지만 실제로는 2900에서 2200까지 굉장히 낮아졌죠. 전망을 보는 건 좋은데 맹목적으로 믿어선 안 됩니다.”

    연금저축펀드나 IRP 계좌로 절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팁도 알려주세요.

    “투자할 때 일반 계좌에서 매매하는 것보다 연금 계좌, IRP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활용하는 게 절세에 도움이 돼요. 시뮬레이션해보니 세금만 0.71%가량 차이가 나더라고요. 연금저축이나 IRP는 개별 투자가 안 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하죠.

    특히 내년부터 세법이 바뀌어 연금저축펀드는 세액공제 한도가 4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늘어나고, IRP와 합치면 세액공제가 7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증가합니다. 올해가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 납부 안 했거나 추가 자금 여력이 있다면 꼭 채워두길 권합니다. 통장에 있는 돈 100만 원을 내년에 쓰더라도 지금 세액공제 통장에 넣어두면 내년 연말정산 때 16.5%가 세액공제되니 그것도 꼭 챙기고요. 일단 세액공제를 받은 다음, 나중에 급하면 돈을 빼고 받은 만큼 뱉어내면 되니 나쁠 건 없죠. 연금저축과 IRP 계좌 한도가 다 찼다면 ISA에 돈을 넣고 운용하면 됩니다. 만기까지 3년인데 묶어두면 세제 혜택을 받는 거고, 중간에 돈을 빼면 세제 혜택만 못 받는 일반 계좌와 똑같아요. 그런 계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세요.”

    투자를 1년 단위로 하는 게 아니니 연말 계획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1월 1일 새로 시작하고픈 분들을 위해 한 말씀해주세요.

    “투자 수익을 결정하는 두 가지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에요. 통제할 수 없는 대표적인 게 시황이에요. 시장 움직임, 한국과 미국 주식의 움직임, 물가상승률, 미국 연준 정책 등은 고민하고 공부한다 해도 통제가 불가능한 부분이죠. 그보다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절약하는 거죠. 대출금리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생활비를 조금 줄이거나, 일반 주식계좌 대신 조금 신경 써서 절세 계좌에서 매매하는 식이에요. 실천도 중요해요. 다 생각은 하는데 실천은 안 하거든요. 연말연초라고 엄청 새롭게 달라질 건 없지만 다이어트나 금연, 독서 계획을 세우듯 의지를 다지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싶어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거든요. 사실 자신도 통제가 쉽지는 않지만요.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연말을 맞길 바랍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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