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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BAR 생존법

[명욱의 술기로운 생활] 칵테일 재미 더한 붕어빵, 청양고추 마가리타, 피나콜라다 젤리…

  • 명욱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코로나 시대, BAR 생존법

낮에는 바에서 
칵테일과 함께 
붕어빵을 파는 ‘장생건강원’. [사진 제공 · 명욱]

낮에는 바에서 칵테일과 함께 붕어빵을 파는 ‘장생건강원’. [사진 제공 · 명욱]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되면서 요식업 시장은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다. 모임이나 회식은 물론, 가족 외식조차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배달 및 포장 판매에 특화된 매장은 그나마 선전했지만 전체 시장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그중에서도 바(bar) 시장은 더더욱 힘들다. 배달도 어렵고 포장 판매도 거의 없다. 게다가 밤 9시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해 새벽에 주로 매출을 올리는 업종 특성상 현 거리두기 단계는 그야말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실제로 수많은 업체가 폐업 또는 휴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 영동시장의 ‘장생건강원’, 청담동의 ‘믹솔로지’, 서촌의 ‘바 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어떻게 이 참혹한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고 있을까.


칵테일 대신 붕어빵

바에서 붕어빵을 판다고? 서울지하철 7호선 논현역 영동시장에 위치한 ‘장생건강원’ 이야기다. 상호가 ‘장생건강원’인 것은 여기가 예전에 흑염소 진액을 판매하던 곳이기 때문. 업종은 바꿨지만 영동시장 문화를 그대로 살리고자 옛 이름을 그대로 쓰는 독특한 곳이다. 

이곳의 오픈 시간은 원래 오후 6시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 이후 오전 10시로 바뀌었다. 오전 11시부터 붕어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장생건강원이 술을 즐기는 특정 고객을 위한 장소였다면,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붕어빵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장생건강원은 바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던 방식을 붕어빵에 그대로 적용했다. 붕어빵 반죽에 다양한 허브를 첨가하고, 뿌리 팥과 일반 팥을 블렌딩한 특제 팥 소스에 슈크림, 고구마, 직접 만든 피자 소스까지 넣어 서민적인 메뉴지만 다양하게 고르는 맛을 고객에게 전한다. 오후 5시부터는 프리미엄 붕어빵을 선보인다. 바로 크루아상 반죽으로 만든 붕어빵. 콸라만시로 불리는 이 메뉴에는 이곳만의 시그니처 칵테일까지 들어간다. 

점심 장사를 위한 식사 메뉴도 개발했다. 직접 끓인 닭고기 육수에 라면을 넣은 ‘장생건강 라면과 하이볼 세트’, 술 마신 속을 풀어주는 ‘어묵 세트와 잔치국수’다. 시장 상인들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들기름 가게와 제휴해 ‘들기름’ 칵테일을 탄생시켰고, 정감 가는 시장의 느낌을 살리고자 ‘청양고추 마가리타’도 만들었다. 떡볶이 가게와 공동으로 개발한 떡볶이 육수에 레몬, 튀김을 올려 만든 ‘양양 불떡볶이 칵테일’도 이곳만의 메뉴다. 

이곳의 대표는 JW 메리어트 호텔 수석 바텐더 출신 서정현 씨. 전통주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힘든 시기에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해 직원들과 함께 극복하고 싶다. 마침 영동시장 상인들도 적극 협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논알코올 칵테일 젤리

논알코올 젤리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믹솔로지’. [사진 제공 · 명욱]

논알코올 젤리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믹솔로지’. [사진 제공 · 명욱]

‘젤리’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는 곳도 있다. 청담동의 유명 바 ‘믹솔로지’다. 이곳의 콘셉트는 믹스(mix). 대표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도 출연했던 김봉하 씨로, 고객 요청에 따라 칵테일이나 음료를 만드는 바텐더를 넘어 혼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믹솔로지스트를 지향한다. 

이곳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냈다. 바로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는 칵테일 젤리를 만든 것. 일반 주류는 온라인 판매가 안 되지만, 이곳에서 만든 알코올 도수 1% 미만의 논(non)알코올 칵테일 젤리는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다. 

제작 과정은 험난했다. 우선 맛과 향을 잡기 위해 수백 번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칵테일 콘셉트를 살린 디자인을 완성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결국 투명하고 단단한 얼음, 보드판 위로 해맑게 굴리던 주사위, 거리두기로 비워놓은 테이블 등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현상을 담아 디자인을 완성했다. 

젤리에 함유된 칵테일은 1980, 90년대 칵테일 붐이 불던 시절 인기를 모은 피나콜라다, 올드패션드 같은 클래식 칵테일부터 MZ세대(1980~2004년생)가 즐길 만한 니그로니, 허브 김렛 등 시그니처 칵테일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구성으로 기획됐다.


담금주 세트와 통삼겹 베이컨

유럽식 담금주 세트를 제작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바 참’. [사진 제공 · 명욱]

유럽식 담금주 세트를 제작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바 참’. [사진 제공 · 명욱]

수제 통삼겹 베이컨과 담금주 세트로 위기를 극복하는 곳도 있다. 아시아 베스트 바 50위에도 들어간 서촌의 명소 ‘바 참’이다. 한옥을 개조해 바로 만들었으며, 모두 참나무로 꾸몄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2015년 세계 최대 규모 바텐더 대회인 ‘월드 클래스’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임병진 대표가 운영 중인 이곳에서는 국내산 통삼겹을 직접 로스팅해 베이컨을 만든다. 또한 코디얼(cordial)이라는 유럽식 담금주를 논알코올(알코올 도수 1% 미만)의 선물세트로 제작해 온라인으로도 팔고 있다. 여기에 집에서도 술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인스타그램 동영상을 통해 다양한 설명도 곁들인다. 

MZ세대로 구성된 대학생 칵테일 연합 동아리 코콕의 최수현 회장은 “한국 바는 이제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닌, 다양한 문화를 누리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며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는 바의 모습은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익과 상관없이 주류 인문학 콘텐츠로 유튜브 방송을 하는 곳도 있다. ‘탄산바’ ‘믹솔로지’ ‘르챔버’ 등 유명 바의 대표들이 모여 시작한 ‘주품격(酒품격)’이라는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1만 명이 넘는다. 서울 신촌 ‘바코드’는 영업이 끝난 9시 이후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홈술 꿀팁을 전한다. 

바 종사자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에게 다양한 술 정보를 꾸준히 주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는 그날이 오면 이들이 자연스럽게 다시 찾아오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어서다.





주간동아 1274호 (p56~58)

명욱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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