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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밖의 과학

내일도 뜬다는 태양의 46억년 비밀

그럼에도 태양은 언제나 우리의 희망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nasabolt@gmail.com

내일도 뜬다는 태양의 46억년 비밀

파커 태양탐사선. [사진제공=NASA]

파커 태양탐사선. [사진제공=NASA]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천체가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태양이다. 태양이 없는 지구는 단 하루도 상상할 수 없으며, 46억 살의 태양 덕분에 우리는 충분한 에너지를 누리며 생존한다. 별다른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어제와 다름없이 늘 하늘에 떠 있으니 고마움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인정할 건 인정하자. 

태양은 예전에 지구와 주도권 싸움을 했던 유일한 천체였다. 천동설과 지동설의 투쟁을 떠올려보라. 지구를 중심으로 하늘 전체가 돈다는 것이 바로 천동설(天動說)이며, 지구를 포함한 다른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다 같이 돈다는 것이 지동설(地動說)이다. 어디가 중심이고, 누가 도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나름 자존심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치열했던 당시의 싸움으로 돌아가 보자.


태양과 지구의 센터싸움

[GettyImage]

[GettyImage]

지금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이 워낙 널리 알려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심지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던 그 당시 사람들을 바보로 취급하는 경지까지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밟고 있는 땅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돌면서 이동하고 있다니. 이것만큼 거짓말처럼 들리는 이야기가 있었을까. 똑똑한 과학자 대부분은 지동설을 당연하게 여기고, 오직 절대자에 대한 믿음을 이유로 지구가 중심이라고 믿던 우매한 종교인만 존재했던 것처럼 오해하지는 말자.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는 하늘에서 움직이는 빛나는 것을 열심히 관측했다. 아무리 봐도 태양을 비롯한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몇 가지 문제는 있었다. 지구가 가만히 정지해있다면 우주를 배경으로 어떻게 봐도 별의 위치가 바뀔 리가 없는데, 이상하게 그 위치는 조금씩 달라졌다. 또한, 지구와 태양 사이에 있는 금성은 지구 주위를 도는 태양 때문에 초승달 혹은 그믐달 모양으로만 보여야 하는데, 별의별 모양이 다 나타나니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천동설로 실제 관측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냈으나 행성들의 궤도가 점점 복잡해질 뿐이었고, 결국 최선의 방법은 지구가 움직이는 것임을 16세기가 되서 코페르니쿠스가 알아냈다. 이후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이용해서 지동설의 증거를 관측했고, 천동설로는 설명이 어려웠던 현상들을 케플러가 지동설로 비교적 쉽게 설명해내면서 분위기는 새롭게 변했다. 



한때 태양과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자리를 놓고 싸웠다니, 이건 거의 손흥민 선수와 유소년조기축구회 후보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는 격이다. 스스로 타오르는 스타, 태양이 없었다면 현재의 태양계 역시 존재할 가능성이 전혀 없을 만큼, 지구를 비롯한 주변 행성에 태양이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태양의 종말이 지구와 태양계의 종말과 직결되는 것도 당연하다. 태양이 나이를 먹고 말도 안 되는 크기로 성장해버린다면, 지구는 그대로 태양에 휩쓸려 사라져 버릴 것이다. 

행여나 운 좋게 무시무시한 팽창을 피한다고 해도, 모든 힘을 소진한 노년의 태양은 더 이상 지구를 위한 에너지 택배를 발송할 수 없다. 태양으로부터 버려진 지구는 이윽고 서서히 식으며 몸 구석구석에 포진한 생명체의 종말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그때까지 살아남아 있는 생명체가 있다면 말이다. 우리의 삶과 시작은 태양으로부터, 죽음과 마지막도 마찬가지다.


태양의 비밀을 알기위한 노력

자신의 이름을 딴 태양탐사선 모형을 들고 있는 유진파커 [AP=뉴시스]

자신의 이름을 딴 태양탐사선 모형을 들고 있는 유진파커 [AP=뉴시스]

멀쩡한 대낮에 시선을 들어 만날 수 있는 태양은 이미 8분 20초 전 과거의 태양이다. 어느 날 태양이라는 존재가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는 적어도 8분간은 그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힘들다. 그만큼 꽤 멀리 떨어진 천체가 바로 태양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층간소음 없어 사이좋은 이웃사촌 이상이다. 

우리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대부분 받고 있다. 식물은 태양 에너지로 성장한다. 우리는 식물로부터 바로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식물을 먹고 자라는 동물도 역시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이들이 오래전 죽어서 남긴 에너지는 이미 화석연료가 됐다. 태양광이나 태양열 발전 외에도 수력발전이나 풍력발전 역시 태양으로부터 조성되는 자연적인 환경의 에너지를 이용한다. 세계 역사의 곳곳에서 인류가 태양을 신격화했던 게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안타까운 건, 이렇게 위대한 태양을 우리는 너무도 모른다. 왜 모를까? 간단하다. 너무 뜨거워서 가까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달이나 화성처럼 그나마 가볼 만한 환경이라면 어떻게든 계속 도전해볼 텐데, 표면 온도가 5500도를 넘는다니. 성난 화산에서 흘러나오는 용암 온도는 1000도, 철을 녹이는 용광로가 1500도 정도인데, 끓는 물보다 무려 55배 이상 뜨거운 무언가는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1970년대에 어렵사리 헬리오스라는 두 대의 태양 탐사선이 다녀온 이후에도 해소되지 못한 궁금증은 쌓여만 갔다. 드디어 2018년 8월, 42년 만에 인류는 다시 한번 태양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발사했다. 바로 파커 태양 탐사선이다.


파커 태양 탐사선

파커 태양 탐사선의 궤도 [그래픽제공=NASA]

파커 태양 탐사선의 궤도 [그래픽제공=NASA]

1958년,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유진 파커는 태양으로부터 전하를 띤 플라스마 상태의 입자들이 마치 바람처럼 불어올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동료 과학자들에게는 도서관에 가서 기초적인 내용부터 다시 공부하라는 조롱을 들었지만, 이제 우리는 태양풍이 반드시 존재하며, 태양계 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안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태양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과학자에 대한 예우로, 지금까지의 전통을 깨고 이례적으로 살아있는 인물의 이름을 탐사선에 붙였다. 

파커 태양 탐사선은 발사된 지 80일 만에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신기록을 세웠으며, 마치 야구의 중계플레이처럼 금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더 빠르게 날아가는 스윙바이(swingby 또는 flyby·행성의 중력장을 이용한 행성궤도 근접 통과)도 이미 두 차례나 성공했다. 파커 태양 탐사선이 불나방처럼 태양으로 뛰어들어 홀라당 타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말자. 과학자들은 궤도운동을 영리하게 활용하여 태양 주위를 크게 돌면서 탐사선을 최대한 가깝게 접근시키고 있다. 앞으로 남은 5번의 스윙바이마저 성공한다면, 아마 이 탐사선은 초속 192km로 날아가는, 인간이 개발한 가장 빠른 물체가 될 것이다. 자세히 보라. 시속이 아니라 초속이다. 초고속 슈퍼카가 1시간 동안 가는 거리를 1초 만에 주파하는 셈이다.


파커 태양탐사선을 실은 미국의 델타4호 로켓이 2018년 8월 12일 미국 케네디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AP=뉴시스]

파커 태양탐사선을 실은 미국의 델타4호 로켓이 2018년 8월 12일 미국 케네디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AP=뉴시스]

단순히 빠르게만 가는 게 아니다. 이미 태양 근처에서 보내온 첫 번째 관측데이터 분석을 통해 태양풍의 속도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태양풍의 기원에 대해서는 대강 이해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왜 빠르게 방출되는지, 그 발생지점은 어디인지, 태양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고민이 많았다. 

매우 뜨거운 가스, 플라스마로 이루어진 태양은 암석행성 지구처럼 깔끔하게 자전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장 방향에 따라 빠르게 극이 뒤바뀌는 현상이 일어난다. 수집된 자료에 따르면 이게 바로 태양풍을 가속하는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미 배달주문이 들어간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메뉴를 여러 차례 바꾸는 것처럼 극을 계속 바꿔대면, 극도로 성난 입자의 움직임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속 태양풍이 태양의 극지에 생기는 코로나(태양 표면에서 뻗어나가는 플라스마 대기)에서 나온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저속 태양풍의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번 탐사를 통해 저속 태양풍 역시 태양의 적도 근처에 위치한 코로나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태양풍은 태양의 자전방향을 따라 돌다가 직선으로 방출되는데, 가까이서 보니 회전속도가 추정치 보다 훨씬 빨랐다. 빠르게 회전하기 위해 태양으로부터 예상보다 많은 에너지를 가져오고, 그만큼 태양의 자전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낳고 있었다. 태양의 역사와 앞으로 진화 방향에 대한 미스터리가 서서히 풀리고 있는 것이다.


새해 해돋이의 환상적 이중주

사진 파커 태양 탐사선(왼쪽). 1976년 발사된 태양타맛선 헬리오스2 [사진제공=NASA]

사진 파커 태양 탐사선(왼쪽). 1976년 발사된 태양타맛선 헬리오스2 [사진제공=NASA]

태양이 인류에게 허락한 다양한 혜택이나 과학적인 발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바로 태양이라는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시작과 계속의 의미다. 지구가 스스로 도는 자전과 태양이 지구를 붙잡고 돌리는 공전이 함께 만들어내는 환상의 이중주를 우리는 신년 아침마다 구경하곤 한다. 물론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나타나진 않지만, 우리는 이 장엄한 경관을 빨갛고 노란 매우 좁은 영역의 전자기파로 직접 관측한다. 종종 특정한 일출 명소에서 바라보며, 무언가 염원을 담아 되뇌는 시간으로 쓰기도 한다. 그리고 여전히 밝게 빛나는 태양처럼, 남은 인생을 계속 버텨나갈 힘을 얻는다. 

긴 우주의 역사에서 보면, 태양이라는 천체는 굉장히 오랫동안 비슷한 움직임을 끊임없이 반복해왔다. 솔직히 새해라는 이름이 무색하긴 하다. 원래 늘 보고 있던 녀석이지, 갑자기 어딘가에서 날아온 불청객인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 일상적인 패턴의 진행 과정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나의 숫자를 더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잡는다. 작년과 올해의 태양이 마치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였던 빅터 프랭클은 이런 말을 남겼다. 삶이 의미가 있는지 묻는 대신, 매 순간 의미를 부여하는 건 우리 자신이다. 우주의 관점에서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티끌 같은 생명체가, 거대한 우주의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진정 의미 있는 존재다. 그리고 의미 있는 각자가 눈부시게 만들어나갈 2020년을 다시금 기대해본다. 비록 새로운 태양은 아니지만, 인류에겐 다시 오지 않을 새로운 해다.


궤도_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와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에서 근무했다. ‘궤도’라는 예명으로 팟캐스트 ‘과장창’, 유튜브 ‘안될과학’과 ‘투머치사이언스’를 진행 중이며, 저서로는 ‘궤도의 과학 허세’가 있다.






주간동아 2020.01.10 1222호 (p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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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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