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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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앙드레 김 빌딩’

내츄럴엔도텍에 팔린 뒤 폐가 신세…7개월 만에 다시 매물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5-08-10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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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 잃은 ‘앙드레 김 빌딩’
    눈처럼 하얗던 외벽은 색이 바랬다. 주인 이름이 크게 쓰여 있던 간판은 곳곳이 부서졌고, 입구에는 수신인을 찾지 못한 우편물이 나뒹굴고 있었다. 8월 초 방문한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의 이른바 ‘앙드레 김 빌딩’(사진) 풍경이다.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이 건물은 2010년 8월 눈을 감은 패션디자이너 고(故) 앙드레 김 소유였다. 고인이 의상을 디자인하고 제작, 전시, 판매하던 곳이다. 벽면과 바닥까지 모두 순백색으로 칠해진 데다 건물 두 개 층을 덮을 만큼 거대한 간판에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의상 사진이 담겨 있어 누가 봐도 한눈에 ‘앙드레 김의 것’임을 알 수 있다.

    1962년 의상실 ‘살롱 드 앙드레’를 열면서 패션계에 진출한 앙드레 김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높은 명성과 인기를 누렸지만, 2004년에야 비로소 본인 명의로 이 건물을 샀다. 당시 ‘디자이너 생활 40년의 결실’이라며 인테리어 소품까지 직접 챙길 만큼 즐거워했다고 한다.

    그의 생전에 이 건물은 한국 대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상징이었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통했다. 그런데 지금은 폐가를 연상케 하는 흉물러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앙드레 김 사망 후 발생한 소유권 변동이 있다. 애초 이 건물은 고인의 외아들과 오랫동안 앙드레 김을 보좌해온 비서 임모 씨에게 각각 50%씩 상속됐다. ‘앙드레 김 디자인 아뜨리에’를 경영하고 있는 두 사람은 이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사업을 이어오다 지난해 11월 이 건물을 매각해 상속세 등 남은 문제를 정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 나온 ‘앙드레 김 빌딩’을 180억 원에 인수한 곳이 당시 백수오 제품 판매로 성가를 높이고 있던 건강기능식품 기업 (주)내츄럴엔도텍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 건물에는 ‘앙드레 김 디자인 아뜨리에’ 외에 연예기획사가 한 곳 입주해 있었다. 내츄럴엔도텍은 4월 이 기획사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면 노후한 건물을 헐고 지상 12층 규모의 신사옥을 지어 입주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세입자가 건물 철거에 반대하며 계약 연장을 요구해 차일피일 철거가 미뤄졌고, 그 와중에 ‘가짜 백수오’ 사태가 발생하면서 기업 경영에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사옥 건축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매각 후에도 한동안 월세 형태로 이 건물에 입주해 있던 ‘앙드레 김 디자인 아뜨리에’는 올봄 도보로 5분 거리에 새 사옥을 마련했다. 결국 앙드레 김 없는 ‘앙드레 김 빌딩’은 돌보는 이 없이 방치됐고, 6월 말 다시 매물로 시장에 나온 상태다.

    내츄럴엔도텍은 최근 검찰에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및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받았지만 건물 매각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하철 압구정역 및 신사역과 가까운 데다 대지 면적이 541.50㎡(약 164평)에 달해 성형외과의원 같은 병원이나 의류회사, 중견기업 등이 관심이 많다. 조만간 내츄럴엔도텍이 구매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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