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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 황장원의 클래식 산책

다양한 색깔에 친근했던 지휘자

로린 마젤 별세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다양한 색깔에 친근했던 지휘자

다양한 색깔에 친근했던 지휘자

8세에 데뷔해 72년간 지휘자로 활동한 고(故) 로린 마젤.

또 한 명의 거장이 떠났다.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을 기다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휘자 로린 마젤의 부음을 접했다.

7월 13일 미국 버지니아 주 캐슬턴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작고한 마젤은 우리나라 청중에게 특히 친숙한 지휘자였다. 정상급 지휘자 중에서는 가장 많이 국내 무대를 찾았을 것이다. 뉴욕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그가 이끌고 내한했던 악단의 면면도 다채롭다. 마젤은 또 2008년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을 지휘했는가 하면, 첼리스트 겸 지휘자인 장한나의 스승이기도 하다.

1930년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태어나 미국 피츠버그에서 성장한 마젤은 무엇보다 ‘신동 지휘자’로 유명했다. 8세에 지휘자로 데뷔했고, 11세에는 전설적인 거장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초청으로 NBC 심포니의 방송 콘서트를 지휘했으며, 15세 이전에 미국의 거의 모든 메이저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클래식 음악계에 신동은 흔하지만, 지휘계에서만큼은 예외다. 설령 나온다 하더라도 성인이 되어서까지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마젤은 야심가이자 기록의 사나이였다. 30세인 1960년 ‘바그너의 성지’인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에서 ‘로엔그린’을 지휘했다. 이 축제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의 미국 지휘자였다. 1982년엔 빈 국립 오페라극장 총감독으로 취임했다. 역시 미국인으로서는 최초였다. 84년 생애 중 프로 지휘자 경력이 72년에 달한다.

그처럼 다양한 메이저 오페라 극장과 오케스트라를 수중에 넣었던 지휘자도 찾아보기 힘들다. 1965년 베를린 독일 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을 필두로 서베를린 방송교향악단,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빈 국립 오페라극장, 피츠버그 심포니,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뉴욕 필하모닉,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필하모닉, 발렌시아 주립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거느렸다. 또 2009년에는 아내와 함께 캐슬턴 페스티벌을 창설하기도 했다.



언제나 화려한 스타 지휘자였지만 한때 시련도 겪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흥미롭게도 올 초 작고한 클라우디오 아바도와의 악연으로 얽혀 있다. 마젤은 1984년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개혁을 추진하다 시 당국과 마찰을 빚어 퇴임했다. 2년 후 그 자리를 대신한 사람이 아바도였다. 89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투표에서 아바도에게 밀렸다. 그 직후 그는 악단과의 향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겠다고 발표하여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젤은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다. 1990년대 뮌헨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첼로 협주곡, 플루트 협주곡을 발표했고,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직접 독주를 맡기도 했다. 2005년 5월엔 영국 런던 코벤트 가든에서 첫 오페라를 상연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에 기초한 ‘1984’였다. 또한 15세에 바이올리니스트로 데뷔해 대학 시절 피츠버그 심포니의 바이올린 섹션에 참여하기도 했고, 1980년부터 86년까지 빌리 보스코프스키의 뒤를 이어 빈 필 신년음악회에서 지휘봉과 바이올린을 번갈아 들고 연주에 임했다.

마젤은 300개 이상의 음반과 영상물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실연을 통해서만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이른 부음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타고난 천재성과 다재다능함을 갖추고 대학에서 철학, 언어학, 수학을 공부해 쌓은 심오한 소양을 바탕으로 남다른 지휘세계를 펼쳤던 그의 명복을 빈다.



주간동아 2014.07.21 947호 (p78~78)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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