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8

2012.12.24

중산층 70% 시대 약속…경제민주화 강력한 드라이브

대선 공약으로 본 정책 과제

  • 이종훈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입력2012-12-24 0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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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층 70% 시대 약속…경제민주화 강력한 드라이브

    10월 29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협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타운홀 미팅 및 정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대선 투표일 하루 전인 12월 18일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다시 한 번 ‘잘살아보세’의 신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도성장 신화를 재현해 보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그러면서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고 중산층 70%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정치적 수사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함축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경제

    이번 대선에서 최대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박 당선인 역시 이미 4월 총선 때부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정당쇄신을 추진하며 정책적으로 경제민주화를 강력 추진할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그때 영입한 사람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김종인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었다.

    이후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드라이브는 인상적이었다. 다수당답게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재벌 총수의 경제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경제민주화 1호 법안, 재벌의 사익 편취를 원천 차단하는 2호 법안, 순환출자 의결권을 100% 제한하는 3호 법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입법화에 성큼 다가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기류가 급변했다. 박 당선인이 기존 순환출자를 기업에 맡기겠다는 발언을 한 것이 계기였다.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공약에 포함하려고 준비 중이던 김종인 위원장이 가장 먼저 놀랐다. 그 결과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후 김 위원장이 경제상황이 호전되면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선으로 견해를 정리하고, 또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실천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발언하면서 수습되긴 했지만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않다.



    그 결과, 박 당선인의 공약집에서는 경제민주화 과제의 방점을 불공정거래 개선에 찍어놓았다. 당연히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없고,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로써 박 당선인은 역시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고려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없이 이미 골목상권까지 침투한 재벌기업으로부터 중소상인을 보호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박 당선인은 또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기존 전통 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포함한 과학기술을 융합해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이고 막연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물론 대기업의 근로시간 단축과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연계하는 일자리 나눔형 근로시간 단축 프로그램 운영도 제안하긴 했다. 그러나 강도가 약하다. 2020년까지 연평균 근로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단축해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겠다는 내용이다. 2020년이면 임기를 마친 한참 뒤 일이다.

    정리해고와 관련해서도 기업에 대한 강제적 규제보다 대규모 정리해고 발생 시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정부가 특별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남북문제

    중산층 70% 시대 약속…경제민주화 강력한 드라이브

    2012년 1월 20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연평도 해병 연평부대를 방문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제기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집에서도 ‘NLL에 대한 도발 불용’을 명기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북 유화책도 내놓았다. 11월 5일 대북정책 공약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전향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당시 박 당선인은 신뢰를 쌓으려면 다양한 대화 채널이 열려 있어야 한다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북한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 말했다.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서울과 평양에 각각 설치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복지

    박 당선인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작동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보편적 복지는 퍼주기식 복지라며 반대한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선후보가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를 언급한 반면, 박 당선인은 본인부담 상한제는 환자의 소득 수준에 맞춰 50만~500만 원으로 세분화해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총 진료비도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주는 방안과 더불어 의료보험 본인부담금 납부액을 소득 수준에 따라 10등급으로 구분해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박 당선인은 소득 탈루, 세금 체납 행위에 강력 대응해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고,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해 5년간 복지정책 수행에 필요한 재원 135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종합부동산세, 부가가치세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부유세도 도입하지 않겠다고 한다.

    중산층 70% 시대 약속…경제민주화 강력한 드라이브

    12월 11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제주도 제주시 이도1동 동문재래시장에서 은갈치를 사고 있다.

    정치쇄신

    중산층 70% 시대 약속…경제민주화 강력한 드라이브

    12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박근혜 대선후보의 정치쇄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옥임 위원.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 때문에 정치권이 떠안은 부담이 있다. 정치쇄신이다. 단일화 협상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안철수 지지세력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으로 새누리당은 과감한 정치쇄신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행정 각 부 장관과 국무총리실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국정쇄신정책회의도 제안했고, 민주통합당조차 수용에 난색을 표시했던 국회의원 정수 축소 방안도 적극 수용했다. 국회의원 후보자에 대한 국민참여 경선 도입과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도 제안했다.

    더욱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다소 파격적인 일도 벌어졌다. 12월 4일 TV 토론 자리에서 문재인 후보는 “통합의 정치를 할 생각이 있다면 나와 박 후보 사이에 공통 정책이 많다. 이런 것은 이번 국회에서라도 공동으로 실천했으면 한다. 함께 공동실천선언을 합의하고 공동으로 제출할 생각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당선인은 “좋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에서 제의했다. 이미 정당개혁, 정치개혁과 관련해 같이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 부분에 대해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대선 전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문 후보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정치권이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치쇄신안을 발표할 때 박 당선인이 포함시킨 방안이 있다. 개헌이 그것이다. 박 당선인의 정치쇄신안 발표를 앞두고 개헌안을 포함시킬지가 관심으로 떠올랐을 때 캠프 주변에서 흘러나온 반응은 “분명하게 개헌은 쇄신안의 초점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정치쇄신안 발표 당일 박 당선인은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치쇄신안 가운데 관심을 끄는 또 다른 문제는 검찰개혁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검찰개혁에 성공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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