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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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우편번호 799-805 아십니까”

독도 와인 수입업체 대표 김근태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입력2012-03-19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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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 우편번호 799-805 아십니까”
    와인을 즐기는 이라면 1865를 안다. 몬테스 알파와 더불어 국내에서 인기 있는 칠레 와인이다. 1865는 이 와인을 생산하는 산페드로가 자사 설립 연도를 기념해 붙인 상표명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18홀에 65타’로 푼 골프 마케팅이 성공해 이 와인의 최대 시장은 한국이 됐다.

    숫자를 브랜드로 한 또 다른 와인이 등장했다. 799-805가 그것이다. 생산지는 미국의 나파 밸리고 생산자는 ‘독도(Dokdo) 와이너리’다. 미국 와인회사가 웬 독도 이름? 그러나 이 회사 오너와 투자자들이 재미동포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숫자 밑에는 독도 지도가 있고, 독도 위치를 알려주는 경도와 위도를 적어놓았다. 799-805는 독도 우편번호다. 이 회사 주주이자 이 와인을 수입하는 업체의 대표인 김근태 씨의 설명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시끄럽던 2006년 4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우리 땅입니다’로 시작하는, 톡톡 끊어지는 화법 때문에 더 유명해진 독도 연설을 했습니다. 2007년 일본 시마네현은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고, 방위청은 방위백서에 다케시마를 일본 영토로 표시했으며, 일본의 교과서도 일제히 다케시마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맞섰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미국에 살면서 한국으로 와인을 수출하는 우리도 뭔가 해보자고 결의했습니다.”

    이들은 미국 CBS TV가 방송해 큰 인기를 끌었던 미드(미국 TV 드라마) ‘90210’에 주목했다. 현재 한국의 한 케이블TV가 수입해 방송하는 이 미드는 비벌리힐스에 사는 틴에이저의 에피소드를 다룬 시트콤이다. 90210은 이 드라마의 무대가 된 비벌리힐스의 우편번호다. 여기에서 착안해 독도 우편번호를 그들이 생산하는 와인 브랜드로 삼자고 결정한 것.

    소비자가 숫자 뜻을 물으면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의 우편번호입니다. 독도는 이렇게 생긴 섬이고 경도와 위도는 이렇습니다”라고 설명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독도 영유권을 세계에 알리자고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2008년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숙성에 들어가 지난해 말 병당 20만~30만 원 하는 세 종류의 와인을 한국과 미국에서 각 1만 병씩 출시했다. 세 종류를 넣은 세트용 나무상자에는 East Sea(동해)와 독도를 표기한 지도를 그려 넣었다.



    799-805는 먼저 출시한 미국에서 잘 팔려나갔다. 미주 한국 언론에서 소개한 덕분인지 한인이 집중 구입해 두 달 만에 5000여 병을 소진했다. 한국에서는 2월에 출시했는데 6% 정도가 팔려나갔다. 이들은 수익의 10%를 독도포럼 등 독도 영유권을 지키려 애쓰는 시민단체에 내놓기로 했다.

    나가사키 우동이 팔릴 정도로 대한민국은 열린 사회가 됐다. 하지만 영토 주권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독도 영유권을 분명히 하려면 독도 최고봉의 높이(168.5m)를 활용한 소주를 내놓는 등 독도 편린을 이용한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것도 괜찮을 법하다. 이제 독도는 국가가 아닌 국민이 지키고 가꿔나가야 한다. 우리 곁의 독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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