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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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를 다시 결심한 이유

[돈의 심리] 안정 추구형 투자로 바뀌면서 새로운 시도 피하는 자신 발견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3-11-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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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투자 방법을 크게 둘로 나누면 가치투자와 기술적 투자가 있다. 가치투자는 매출, 이익 등으로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파악하고, 이를 현 시장 가격과 비교해 투자하는 방법이다. 현재 세계 최고 투자자로 인정받는 워런 버핏이 바로 이런 가치투자자다. 반면 기술적 투자는 기업 가치보다 매매 추세를 살핀다.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판다’ ‘단기적으로 지나치게 올랐다면 팔아야 한다’ ‘5% 떨어지면 손절매해야 한다’ 등은 기술적 투자에서 나온 말이다. 기술적 투자는 시장의 단기 움직임, 투자자의 심리 등을 중요시하는데, 이런 기술적 투자로 유명한 사람이 20세기 초에 활동한 제시 리버모어다.

    공격적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

    리버모어는 주식거래소의 일개 사환으로 시작해 주식투자만으로 백만장자가 된, 주식 역사상 최초로 주식투자만으로 갑부가 된 인물이다. 그런데 리버모어는 주식투자자의 이상적인 모델로 소개되지는 않는다. 리버모어가 결국 주식투자에 실패해 파산했고 자살까지 했기 때문이다. 한 번 파산한 것도 아니다. 무려 네 번이나 파산했다. 백만장자가 되고 파산하고, 또 백만장자가 되고 파산하고, 다시 백만장자가 되고 파산했다. 파산한 상태에서도 다시 몇 번이나 백만장자가 됐으니 천재적인 주식투자자였던 것은 맞다. 하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한 주식투자자를 사람들이 이상적인 모델로 추종하기는 어렵다.

    리버모어의 삶은 참 안타깝다. 그가 처음 백만장자가 됐을 때 더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돈을 관리하면서 살았다면 평생 풍요롭게 지냈을 것이다. 아니, 주식투자를 그만둘 필요까지도 없었다. 하지만 리버모어는 굉장히 공격적인 투자자였다. 높은 비율의 레버리지, 즉 대출을 많이 받아 투자했고, 공매도 기법을 활용했다. 이 기법을 사용하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움직일 때마다 큰 손해를 본다. 리버모어가 레버리지 투자, 공매도 투자를 더는 하지 않고 그냥 오를 주식을 사놓는 식으로 투자 방법만 바꿨더라도 평생 동안 백만장자로 살았을 것이다.

    리버모어는 백만장자가 된 후에도 계속해서 레버리지, 공매도 투자를 했다. 100억 원이 있을 때 주가가 30% 폭락하면 70억 원이 된다. 폭락해도 큰 부자다. 하지만 100억 원이 있을 때 레버리지로 200억 원을 끌어들여 300억 원으로 투자할 경우 주가가 30% 폭락하면 파산하게 된다. 리버모어는 백만장자가 된 후에도 계속 이런 방법으로 투자했고, 시장이 급변할 때마다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 위험한 투자 방법을 좀 더 안전한 투자 방법으로 바꾸기만 했어도 리버모어는 평생 부자로 살면서 주식투자의 전설, 멘토로 남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생각에 동의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리버모어는 분명 투자 방법만 바꿨어도 평생 부자로 살았을 테다. 하지만 자신이 평생 유지해온 투자 방법을 바꾼다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투자로 어느 정도 큰돈을 벌고 싶었다. 그래서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 방법을 써왔다. 안정적으로 연 6~7%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 방법들도 있다. 그런데 이 정도 수익으로는 용돈벌이에 그칠 뿐 부자가 될 수는 없었다. 10억 원 이상 투자금이 있으면 연 7% 수익률을 얻어도 7000만 원이니 괜찮다. 하지만 1억 원 투자금으로 연 7%면 700만 원이다. 이런 투자에 평생 성공해도 부자는 안 된다. 부자가 되려면 그보다 높은 수익을 목표로 해야 한다. 수익률이 높으면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부자가 될 수 있는 수익을 얻으려면 그런 것쯤은 감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비트코인 투자를 했고, 또 고수익을 바랄 수 있는 고성장주를 중심으로 주식투자를 했다. 다행히 투자에 성공해 직장을 그만둘 수 있었다. 그런데 직장을 그만둬 더는 고정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는 위험성 높은 투자를 할 수 없었다. 고정 수익이 없다면 시장 변동이 있어도 크게 잃지 않을 자산, 수익률이 낮아도 안전성이 높은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 자산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 했다. 경기 변동이 와도 수익성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 유명 식품 기업, 배당주, 채권, 안전한 ETF(상장지수펀드) 등을 추구했다. 돈을 벌려는 투자보다 돈을 관리하는 투자, 적정 이윤만 바라는 투자, 돈을 잃지 않는 투자에 초점을 뒀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 방법이 바뀌면서 생활방식,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투자법을 바꾸면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GETTYIMAGES]

    투자법을 바꾸면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GETTYIMAGES]

    투자 방법에 따라 생활 태도 달라져

    고수익을 바라는 성장주, 기술주에 투자하려면 어떤 사고방식을 가져야 할까.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새로 등장하는 기술에 긍정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뭔가 새로운 게 없나 찾고, 그 기술로 세상이 변할 것이라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성장주, 기술주를 믿음을 갖고 살 수 있다. 반면, 고성장주를 배제한 채 안정적인 투자처만 찾으려면 어떤 사고방식을 가져야 할까. 세상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현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주도적인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 보고, 또 새로운 기술을 한때의 바람, 유행에 불과하다고 여겨야 한다. 새로운 것은 시작할 필요가 없고, 갑자기 이슈가 되고 유행을 타는 것은 사기꾼들의 농간 때문이라고 믿는다. 새로운 기술에는 긍정적이지만 안정적인 투자만 하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주식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믿으면서 단지 자신의 투자 방식 때문에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사람은 그 나름 자기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불안하고 믿을 수 없으며 한때 유행에 불과하기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세뇌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세상을 보는 시각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생활 태도도 달라진다. 미래의 성장,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는 식으로 시도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지금 있는 돈을 잘 관리만 하자고 생각한다면 이때는 새로운 일을 시작해선 안 된다. 새로운 일은 항상 돈을 더 쓰게 만든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더 잘하려고 해선 안 된다. 그러면 돈이 더 든다. 그냥 지금 하고 있는 대로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돈 관리가 잘 된다.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저축만 추구하는 사람은 소극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해야 한다. 투자하더라도 안정적인 투자만 하려는 사람은 미래 신기술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져선 곤란하다. 고수익을 바라는 투자자는 미래 신기술에 대해 긍정적이고, 시대 변화를 기대한다.

    나는 고수익-고성장을 기대하는 투자자였다. 이때는 새로운 기업, 새로운 기술, 앞으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많이 찾아 읽었다. 하지만 고수익이 아니라 현상 유지를 위한 관리 위주 투자를 생각하다 보니 그런 것을 찾지 않게 됐다. 일상생활에서도 뭔가 새로운 것을 찾지 않았다. 사고방식, 생활방식이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고방식에 맞는 투자법 찾아야

    투자 방법은 단지 투자 방법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 자신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리버모어가 몇 번이나 파산하면서도 계속 공격적인 투자 방법을 유지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돈만 목적이라면 투자 방법을 바꾸면서 돈을 관리해나가는 게 맞다. 하지만 돈보다 자기 정체성을 추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 계속 망하더라도 자기 투자 방법을 고수하게 된다.

    어쨌든 투자 방법이 나의 사고방식과 생활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서는, 그러니까 안정을 추구하는 투자 방법으로 바뀌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시도하는 일을 피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서는 원래의 투자 방법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고성장을 추구하는 투자로 돌아간 것이다. 물론 이런 투자 방법은 위험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소극적 사고방식으로 사는 것보다는 적극적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투자 방법이 절대적으로 맞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에게 맞다는 얘기다. 투자 방법은 자신의 사고방식, 생활방식과 연관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투자 방법, 자기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고방식을 찾고 그에 맞추는 것이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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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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