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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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펀드 ‘특혜 환매’ 논란 재점화… ‘귀족펀드’에 ‘황제펀드’ 의혹까지

일반 상품과 달리 며칠 만에 환매… 민주당 관련 인사들에 25억 유입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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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9-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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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임 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2020년 2월 서울 중구 대신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환매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라임 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2020년 2월 서울 중구 대신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환매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우리 피해자들이 가입한 라임 펀드 가운데 이토록 자주 환매를 신청할 수 있고, 환매 대금을 빠르게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은 없었다. 일반인이 가입한 라임 펀드와는 완전히 다른 ‘귀족펀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게 특혜가 아니면 뭔가.”

    “일반인이 투자한 상품과 다른 ‘귀족펀드’”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로 다선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들이 라임 펀드와 관련해 특혜성 환매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정구집 ‘대신증권 라임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8월 3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라임 펀드 피해자로서 그간 사건 실체를 규명하는 데 매진해온 정 대표는 2021년 5월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김 총리 차녀 가족이 가입한 라임 펀드에 대해 ‘특혜성 펀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라임 펀드 사태는 조 단위 피해를 야기한 대표적인 사모펀드 의혹 사건이다. 2019년 1조6679억 원 규모의 환매 중단으로 라임이 운용하던 173개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4035명과 법인 581곳이 피해를 봤다. 라임 펀드는 투자금 모집과 운용에서 사실상 ‘폰지 사기’와 수익률 조작, 불완전판매 등 각종 불법 행위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 로비 의혹도 불거졌다.

    라임 펀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된 계기는 금감원이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금감원이 8월 24일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태스크포스(TF)’의 검사 결과를 밝히면서 라임 펀드와 관련해 지목한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2019년 10월 라임 펀드가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인 같은 해 8~9월 4개 펀드에서 일부 특혜성 환매가 이뤄졌다는 것이고, 둘째는 라임 펀드 자금이 투자된 기업 5곳에서 총 2000억 원이 횡령됐다는 것이다. 첫 번째 특혜 환매 의혹과 관련한 금감원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 대상과 규모를 이례적으로 적시했다는 것이다. ‘◯◯중앙회(200억 원), 상장회사 ◯◯㈜(50억 원), 다선 국회의원(2억 원)’ 등으로, 이들 유력 고객의 돈을 돌려주고자 라임 측이 일반 투자자에게 손실을 전가했다는 의혹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금감원이 지목한 특혜 환매 수혜자는 농협중앙회와 고려아연, 국회부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자신이 투자한 ‘라임마티니 4호 펀드’는 △국내 주식 롱숏 전략을 주로 활용하는 개방형 펀드로, 90%가량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기에 언제든 환수할 수 있고 △투자운용사인 미래에셋증권이 해당 펀드 투자자 16명 모두에게 연락해 환매해줬으며 △약 2억 원을 투자했으나 환매 당시 1억5600만 원을 돌려받아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게 김 의원의 해명이다. 농협중앙회와 고려아연 측도 “특혜성 환매는 없었으며,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가 도리어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들이 특혜성 환매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전면 재조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단성한)는 8월 31일 라임 펀드 환매 의혹과 관련해 미래에셋증권과 유안타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8월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자신을 둘러싼 라임 펀드 특혜 환매 의혹을 부인하며 금감원 측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8월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자신을 둘러싼 라임 펀드 특혜 환매 의혹을 부인하며 금감원 측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실 제공]

    김상희 의원 “특혜 없었다, 오히려 손해”

    이 같은 해명을 두고 라임 펀드 피해자 사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구집 대표는 “일반 투자자가 가입한 라임 펀드 상품은 한 달에 한 번 환매를 신청할 수 있고, 실제 대금을 돌려받는 데 영업일 기준 24일 정도가 걸리는 조건이었다”면서 “김상희 의원 등이 가입했다는 라임마티니 4호의 경우 환매 신청이 가능한 주기가 짧거니와, 환매 신청 후 실제로 대금도 금방 들어와 특혜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라임 펀드 피해자들을 대리해 판매사 대상 민사소송 1심에서 승소한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대개 한 달씩 걸리는 일반 라임 펀드 상품과 달리 환매 신청 후 며칠 만에 환매가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 상품과는 신탁계약서 내용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면서 “설령 손해를 봤다 해도 다른 피해자들이 돌려받은 금액이 0인 것과 비교하면 특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라임 펀드 재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라임 펀드가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 사모사채에 투자한 300억 원 중 약 25억 원이 민주당 관련 인사들에게 전달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법조계에서는 라임 펀드로부터 투자받은 회사의 횡령 자금이 가상자산(코인) 등 형태로 세탁돼 로비를 위한 풀(pool)로 쓰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라임 펀드 특혜성 환매에 자당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8월 28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감독원이 아닌, 금융정치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금감원이) 전혀 관계없는 사실을 정치적 목적으로 꿰어 엮은 것 같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반드시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 펀드와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은 이 사태가 세간에 알려진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민주당 기동민·이수진(비례대표) 의원, 김영춘 전 의원은 라임 펀드 전주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봉현 회장 등 라임 펀드 사태 주범들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에게 뇌물을 주고 금감원 검사 보고서를 확보하는가 하면, 현직 검사들에게 술 접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라임 펀드 사건을 맡았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돼 수사 동력이 상실됐다는 논란도 일었다.

    “투자금 손실 안 본 ‘황제펀드’ 존재 의심”

    피해자들은 검찰과 금융당국이 라임 펀드 사태의 ‘몸통’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특혜성 펀드와 그 수혜자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번 금감원 발표로 드러난 ‘귀족펀드’를 뛰어넘는 ‘황제펀드’도 있다고 의심된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김상희 의원이나 농협중앙회 등이 가입한 라임 펀드도 결과적으로는 손실을 봤다. 김부겸 전 총리 차녀 가족이 가입했다는 테티스 11호만 하더라도 수익률이 -40~-30%를 기록했다. 나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추적한 결과 ‘안타레스’ ‘폴라리스 1호’ 등 일부 라임 펀드는 투자금 손실을 보지 않았다. 환매 신청 조건도 다른 상품과 비교해 훨씬 유리하게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금감원은 이 같은 황제펀드의 실체와 그 가입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데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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