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6

2023.02.10

전국 땅값 1년 만에 7000조 넘어선 까닭은?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부동산 가격 급등과 文 정부의 무리한 공시지가 현실화 부작용 탓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입력2023-02-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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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 밀집 지역. [뉴시스]

    서울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 밀집 지역. [뉴시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지난달 올해 적용할 표준지와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을 지난해보다 6% 정도 낮추기로 최종 확정했다. 공시가격이 내린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공시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전국 시군구는 이를 바탕으로 개별공시지가(이하 ‘개별지가’)와 개별주택 공시가격(이하 ‘개별주택가격’) 산정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는 4월 28일 공개될 예정이다. 개별지가와 개별주택가격은 재산세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의 부과 기준이 된다. 따라서 실제로 개별지가와 개별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낮아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개별지가 총액’(이하 ‘땅값’)이 사상 처음으로 70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화제다. 전년도에 처음으로 6000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1년 만에 또다시 앞자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산하 조직인 ‘한국부동산연구원(KRERI)’이 최근 누리집에 공개한 자료 ‘개별공시지가 주요통계(2011-2022)’에 담겼다. 한국부동산연구원 누리집에는 이외에도 시도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시도별 공시지가 변동률, 시도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같은 자료도 소개돼 있다. 모두 공시가격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공개하지 않는 정보여서 눈길을 끈다.

    한국부동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땅값은 7155조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개별지가 조사 대상 3501만6512필지의 가격을 모두 더해 구한 것이다. 땅값은 2011년 3536조 원에서 매년 5%가량 올라 2016년까지 4510조 원으로 완만하게 늘어났다. 그런데 2017년 이후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해 2018년(5098조 원) 5000조 원을 돌파했고, 3년 뒤인 2021년(6490조 원)에는 6000조 원 벽마저 넘었다. 그리고 1년 만에 또다시 7000조 원대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데다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의 부작용이 빚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별지가 산정 기준인 표준지 공시가격은 2021년(상승률 10.76%)과 2022년(10.25%) 연속으로 10% 이상 올랐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2300조 원으로 압도적 1위였고, 경기도가 1923조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천(381조 원)·부산(364조 원)·경남(333조 원)이 300조 원대, 충남(262조 원)·경북(255조 원)·대구(225조 원)가 200조 원대를 기록하며 뒤를 따랐다. 이 밖에 세종(67조 원)을 뺀 강원(165조 원)·전남(157조 원)·충북(149조 원)·전북(128조 원) 등 나머지 지역이 모두 100조 원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광주는 지난해 102조 원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00조 원 클럽’에 가입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땅값 비중 격차 다시 확대

    한국부동산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땅값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제주로 35조 원에서 111조 원으로 3.2배 증가했다. 이어 울산(48조→121조 원), 부산(152조→364조 원), 대구(101조→225조 원), 경남(15조→33조 원), 경북(11조→25조 원), 서울(1113조→2300조 원), 강원(82조→165조 원) 등이 모두 2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부터 공시지가가 산정된 세종의 땅값 상승률은 더욱 가파르다. 21조 원에서 지난해 67조 원으로 3.3배에 달한다.



    이러한 결과만 보면 땅값이 비교적 전국적으로 고르게 오른 것 같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전체 땅값에서 양측이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하면 양상은 다르다. 수도권 비중이 최근 들어 다시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땅값 비중은 2011년까지 66.76%에 달했지만 이듬해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2018년에는 62.91%로 내려앉았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9년(63.32%)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64.33%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개별공시지가 면적 비중이 전체의 0.6%에 불과하지만 땅값 비중은 32%를 넘는다”며 “문재인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고 정권 초기부터 무차별적인 부동산 규제를 쏟아부었지만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파트 공시지가 상승률, 연립·다세대 웃돌아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적으로 17.20% 상승했다. 국토부 발표는 여기까지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연구원 자료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다시 아파트와 연립주택, 다세대 등으로 세분화해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공시가 상승률은 18.25%로, 연립(9.15%)이나 다세대(6.10%)보다 각각 2배, 3배 높았다.

    아파트 공시가 상승률도 17개 시도별로 격차가 제법 컸다. 1위는 인천으로 32.38%나 됐다. 뒤를 이어 경기(24.61%), 제주(23.53%), 충북(20.15%) 등도 20%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전년에 70.62%라는 폭등세를 보였던 세종은 지난해 -4.60%로 오히려 떨어졌고, 전남도 5.4%로 한 자릿수 상승에 그쳤다. 이들 6개 지역을 제외한 서울(15.20%) 등 나머지 11곳은 모두 10%대에 머물렀다.

    연립주택은 아파트와 양상이 달랐다. 경기(12.39%)가 1위를 차지했고 부산(10.57%), 인천(10.49%), 서울(9.56%)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세종(3.04%)을 포함한 모든 시도가 한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저소득층이 선호하는 다세대는 전북(-0.34%), 경남(-0.34%), 제주(-0.22%)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모두 한 자릿수 상승에 그쳤다.

    단독주택의 경우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의 상승률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부분 지역이 표준주택보다 개별주택 공시가 상승률이 낮았다는 점이다. 고가주택을 표준주택에 많이 포함한 탓도 있지만, 시군구가 지역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개별주택 공시가를 낮춰 책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금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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