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3

2022.04.01

해외펀드 판매 100조 달성한 ‘글로벌 플레이어’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의 승부사 기질, 세대교체로 성장 가속도… 국내 1위 넘어 세계무대로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2-04-0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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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간 한국 자본시장은 규모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빠른 성장을 이뤘다. 자산관리 패러다임은 저축에서 투자로,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상품에서 자산배분으로 바뀌었다. 투자 전문 기업들의 활동 무대 역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참여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자본시장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국내 최대 투자전문그룹 미래에셋은 현재 세계 15개 지역에서 34개 법인과 사무소를 운영하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등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수익 창출 극대화에 기여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2003년 홍콩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미권을 비롯해 중국, 홍콩, 대만, 브라질, 인도, 베트남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이 덕분에 미래에셋그룹은 현재 한국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유일한 투자회사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해외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위탁매매 업무 등 현지 비즈니스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공급 중이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IB(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해함으로써 종합증권사로 거듭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5년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스타펀드’를 출시해 한국에 처음 해외펀드를 소개하며 해외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2008년에는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역외펀드인 ‘시카브(SICAV)’를 룩셈부르크에 설정했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는 미래에셋펀드 50여 개를 5성 등급 펀드로 선정했다. 5성 등급은 3년 이상 운용한 펀드 중 상위 10% 우량 펀드에만 부여되는 특혜다. 미래에셋은 글로벌 펀드 평가사 리퍼(Lipper)가 주관하는 리퍼 펀드 어워즈에서도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ETF 투자 선도

    미국 뉴욕시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에 표시된 Global X ETF 신규 상장 축하 메시지. [사진 제공 · 미래에셋]

    미국 뉴욕시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에 표시된 Global X ETF 신규 상장 축하 메시지. [사진 제공 · 미래에셋]

    미래에셋은 글로벌 시장에서 ‘ETF(상장지수펀드) 맛집’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2월 말 기준 한국, 캐나다, 미국, 홍콩, 인도, 콜롬비아 등 10개국에서 414개의 ETF를 공급하고 있다. 운용 규모만 101조 원에 이른다. 미래에셋의 ETF 역사는 2006년 한국거래소에 3개 TIGER ETF 시리즈를 상장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해당 상품은 ETF 하나만으로 글로벌 자산배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미래에셋은 섹터, 테마 등 다양한 ETF를 출시했다. 2020년 12월 출시한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 ETF’는 2021년 한 해에만 순자산이 3조 원 증가하며 단숨에 한국거래소 상장 해외주식형 ETF 중 순자산 1위로 올라섰다. 그 결과 TIGER ETF 전체 순자산은 2020년 말 13조 원에서 2021년 말 26조 원으로 100% 성장했다.

    미래에셋은 2011년 캐나다 ETF 운용사 호라이즌스를 인수했다. 액티브 ETF 강자로 꼽히는 호라이즌스 ETFs는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ETF 107개를 상장했고, 총자산 규모는 20조 원에 육박한다. 호라이즌스 ETFs는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상품을 제공하며,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인버스 투자가 가능한 ‘BetaPro Inverse Bitcoin ETF’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앞서 미래에셋은 2018년 미국 ETF 운용사 Global X를 인수했다. 글로벌 ETF 시장에서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은 Global X는 2월 말 기준 약 50조 원 규모의 ETF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블록체인 사업과 연관성을 인정받아 미국 최초로 ETF 명칭에 ‘블록체인’이 들어간 ‘Global X Blockchain ETF’를 출시했다.

    연금시장의 리더

    미래에셋은 ETF 외에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1800개 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설정·판매하고 있는 펀드만 3700여 개로 자산 규모는 97조 원이 넘는다. 미래에셋은 현재 해외에서 펀드를 직접 판매해 자산을 모으는 국내 유일 금융사다.

    미래에셋은 연금시장에서도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수탁고에서 모두 업계 1위다. 지난해 12월 증권업 최초로 연금자산 24조 원을 돌파했으며,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통해 투자자에게 글로벌 분산투자가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업계 최초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마케팅본부를 신설하는 등 선제적으로 연금시장을 공략했다.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TDF(Target Date Fund)를 출시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Target Date)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자산배분 곡선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로, 미래에셋 TDF는 현재 13개 라인업을 갖췄다. 자산 규모는 2020년 말 2조1401억 원에서 2021년 말 4조7746억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현재 TDF 시장점유율 43%를 차지하며 한국 대표 TDF로 발돋움했다.

    글로벌 투자 노하우는 보험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 신계약 점유율 1위로, 일찍이 분산투자에 기반한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4년 출시한 글로벌MVP(Miraeasset Variable Portfolio)는 자산관리 전문가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점검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분기별로 자산 리밸런싱을 실시하는 등 변액보험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MVP 펀드의 선전으로 미래에셋생명은 2020년 변액보험 초회 보험료 1조6424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 1위(52.9%)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보다 많은 2조8533억 원으로 56.9%까지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성과주의, 젊은 조직 강조하는 박현주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 제공 · 미래에셋]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 제공 · 미래에셋]

    미래에셋그룹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박현주 회장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 박 회장은 “승부사 기질이 뛰어난 자수성가형 CEO(최고경영자)”로 불린다. 박 회장은 대학 시절 “자본시장의 발전 없이 자본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는 말에 이끌려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85년 스물일곱 나이에 증권투자로 모은 자금으로 자문회사 형태인 내외증권연구소를 설립했다. 1987년 ‘증권맨’으로 업계에 입문한 박 회장은 4년 6개월 만에 전국 최연소 지점장으로 발탁돼 주목받았다. 당시 그는 지점 조직을 기업분석팀, 법인영업팀, 관리팀, 일선영업팀으로 세분화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해당 지점을 약정고 1위에 이어 전국 1등 지점으로 키워냈다.

    이후 박 회장은 타고난 직관과 경험을 살려 1997년 미래에셋을 창업했다. 금융계 입문 10년 만의 일로, 당시 자산운용업 설립 규정이 자본금 100억 원으로 낮아지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세울 수 있었다. 같은 해 그는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를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이후 최초 부동산 펀드 및 PEF(사모투자펀드)를 내놓는 등 한국 금융 역사를 새로 써왔다.

    박 회장은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한 데 이어 2005년에는 SK생명을 인수해 미래에셋생명을 출범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국내 1위 증권사로 거듭났고, 미래에셋생명 역시 2017년 PCA생명을 인수함으로써 대형 생보사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사진 제공 · 미래에셋]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사진 제공 · 미래에셋]

    미래에셋의 등장은 간접투자 시장의 개막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인디펜던스펀드’와 ‘미래에셋디스커버리펀드’를 선보여 펀드를 새로운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만들었다. 올해 21년을 맞은 미래에셋인디펜던스펀드 수익률은 설정 이후 올해 2월 말까지 1098%를 기록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일화된 주식형펀드에서 탈피해 채권형, 혼합형, 부동산, PEF, SOC(사회간접자본), ETF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혁신적인 펀드를 출시해 자본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소 박 회장은 철저한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그는 미래에셋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CEO가 젊은가, 그렇지 않은가를 중요하게 본다. 젊어야 집중력이 있다. 그래서 세대교체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 인사에는 이러한 박 회장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새로 선임된 팀장, 지점장 가운데 1980년대생이 33%를 차지하는 등 조직 자체가 젊어졌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최근 주식투자를 하는 MZ세대가 급증한 만큼 고객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조직이 젊어져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며 “미래에셋은 앞으로도 도전을 넘는 혁신으로 전 세계 자산배분 역량을 강화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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