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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배반·각자도생… ‘대장동 그분’은 누구인가

‘복마전’ 화천대유와 사후뇌물… ‘덜 잃기 위한 싸움’ 시작됐다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배신·배반·각자도생… ‘대장동 그분’은 누구인가

(왼쪽부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뉴스1, 사진 제공 · 경기도,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왼쪽부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뉴스1, 사진 제공 · 경기도,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정영학 파일’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가 터지기 전인 2019년부터 녹음하고 촬영한 덕분이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해당 파일을 여러 개 만들어 지인들에게 맡기면서 “내가 잘못될 경우 활용해달라”고 했고, 그중 하나를 들고 검찰을 찾았다. 이 파일 중 하나가 야당에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은 자의적 수사를 하기 어렵다. ‘있는 것’을 건너뛰면 야당은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다”고 비난하면서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

사후뇌물

녹취록엔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 원, 성남시의회 의원에게 20억 원이 전달됐다. 실탄은 350억 원”이라고 말한 부분이 있다. 2019년은 대장동 개발이 거의 끝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정리에 들어간 시점이다. 그런데 화천대유는 2012~2014년 성남시의회 의장을 맡은 최윤길 씨를 2020년 부터 부회장으로 삼았으니 이상하다. ‘부(副)’자 직책은 일이 적은 경우가 많다. 2020년이면 업무량이 줄어든 시기인데, 화천대유는 왜 그를 부회장에 임명했을까. 급여로 뭔가를 보상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0월 14일 현재 최씨는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정영학 파일에는 최씨가 성남시의회 의원이던 2010년 8월 성남시의회에서 정 회계사 측이 원하는 대로 “대장동을 민간개발해야 한다”고 질의했다는 내용, 질문 방법까지 적시한 원고가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질의 두 달 전인 2010년 6월 최윤길 당시 의원은 성남시 빙상경기연맹 사무실에서 정 회계사를 대신한 김모 씨로부터 헌금 1억 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 그 결과 2015년 수원지방검찰청(수원지검)이 맡은 대장동 로비 사건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50억 약정설’을 말하며 7명을 거론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JTBC와 인터뷰에서 “김만배 씨가 350억 원의 로비 비용이 든다는 얘기를 했다”며 “김씨가 7명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지금 언론에 나온 분들이다”라고 말했다. 의문은 정영학 파일에서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니라는 걸 다들 알지 않느냐. 그 절반은 그분 것”이라면서 “개발이익금 중 700억 원을 별도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배분한다”고 말한 바 있어 더 증폭된다.

공교롭게도 대장동 개발이 완료된 2020년 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재직 당시 부하 직원이던 정민용 변호사와 유원홀딩스(옛 유원오가닉)를 세웠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이 회사로 35억 원을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정민용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전처 이혼 위자료와 새로 만난 여성의 집 마련에 필요하다”며 이 돈에서 11억 원을 가져갔다가, 정 변호사의 말을 듣고 회사를 상대로 ‘차용증’을 작성했다. 차용증 없이 회사 돈을 가져가면 횡령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에 따르면 김만배 씨는 400억 원을 이야기하다 이후 700억 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줘야 한다고 했다. 뇌물치고 너무 많은 금액이다. 김씨도 이것 때문에 남욱, 정영학 등과 갈등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분’이 유동규 뒤에 있는 실세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문맥으로만 보면 ‘그분’은 인허가권을 쥔 성남도개공의 사장 직무대행을 한 유 전 본부장이다. 그런데 유 전 본부장은 김만배 씨보다 어리니 그분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하다.

검찰 수사를 받은 후 김만배 씨는 그분이라고 했던 것에 대해 “구(舊) 사업자 간 갈등이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0월 14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면서는 혐의 인정 여부와 관련해 “다 부인한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천화동인 1호 지분이 ‘그분’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의혹에는 “그분은 전혀 없고, 사실 그런 말을 한 기억도 없다”면서 “천화동인 1호는 내가 주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따귀를 두 대 때리더라고요”

2018년 10월 1일 제8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공식 취임한 유동규 사장(왼쪽)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2018년 10월 1일 제8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공식 취임한 유동규 사장(왼쪽)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구 사업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공영개발을 하자는 의견이 대세일 때 움직였다. 대장동 주민 다수는 토지를 헐값에 수용당하는 공영개발에 반대했는데, 그 틈을 파고든 것이 이강길 씨다. 이씨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1억 원을 전달한 김모 씨를 대표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자문단으로, 위례개발을 주도하며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3억 원을 주고 그 돈을 찍어놓았던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 씨를 사무장으로 삼았다. 천화동인 6호 소유주 조모 변호사와 천화동인 7호 소유주 배모 기자도 합류했다.

씨세븐은 대장동 토지의 32%를 매입한다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으로 1200억 원을 지불했다. 이는 부산저축은행(1155억 원) 등 11개 저축은행으로부터 빌린 1800억 원으로 충당했다. 2010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대장동 공영개발을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당선이 유력해졌다. ‘빨간불’이 켜졌기에 당시 이강길 씨는 배 기자를 통해 김만배 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이 일을 김만배 씨의 법조기자 후배이기도 한 배 기자가 “민주당과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모두와 친한 분”이라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마크할 사람으로 김만배 씨를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남욱 변호사는 JTBC와 인터뷰에서 “2011년 배 기자 소개로 처음 김만배 씨를 만났다” “김씨가 (성남)시의회 쪽에 학교 선배들, 이런 분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도 김씨는 공영개발을 선택한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마음을 돌리는 일을 했다고 암시한 것이다. 이때 김씨의 신분은 기자였지만 남 변호사 등은 그를 ‘김 회장’으로 불렀다. 기자 직위를 이용하면서 사업을 한 셈이다.

이듬해 초 부산저축은행을 필두로 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태가 일어났다. 저축은행들은 영업정지를 당하고 예금자들은 돈을 찾지 못하게 된 것.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수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끌던 대검찰청 중수2과에 배당됐다. 중수2과는 이강길 씨가 부산저축은행 박모 회장의 인척인 A씨에게 불법 대출 알선 명목으로 10억3000만 원을 준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2015년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에서 뇌물 공여와 횡령 등 혐의로 3년형을 확정받았다.

대장동 민간개발사업권은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이어받았고, 정재창 씨는 위례개발로 옮겨갔다. 그리고 큰 변화가 일어났다.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을 하며 성남시장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를 적극 지원해 성남도개공(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이 된 유동규 씨가 2012년 ‘매일경제’와 ‘한겨레’를 통해 민관 합작을 주장한 것.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봉변까지 당했다. 정재창 씨가 주도한 위례개발에 참여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 전 본부장에게 얻어맞은 것. 남 변호사는 “유 본부장이 술집을 찾아와 다짜고짜 ‘너희는 배신자야’ 이러더니 정영학 회계사의 따귀를 두 대 때리더라. 나도 한 대 맞았고…”라고 말했다.

2015년 성남도개공은 김만배 씨가 만든 화천대유를 중심으로 한 성남의뜰을 민간 파트너로 선정했다. 화천대유에 주주로 참여하지 못한 두 사람은 각각 천화동인 4호(남욱), 5호(정영학) 대표가 됐다. 이후 터진 것이 2010년 씨세븐이 LH를 밀어내기 위해 한 대장동 로비 사건에 대한 수원지검의 수사였다. 수원지검은 남 변호사가 씨세븐으로부터 받은 8억3000만 원을 국회 로비 자금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이강길 → 남욱·정영학 → 김만배·유동규

남욱 변호사는 이 돈을 받은 뒤 법률자문료라는 영수증을 발행했기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남 변호사는 JTBC와 인터뷰에서 “2015년 이후 이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며 “수사 과정(2015년 대장동 로비 사건)부터는 김씨가 얼씬도 못 하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영학 파일에 따르면 성남도개공은 화천대유 측에 대장동 땅 두 필지를 수의계약으로 주고 시행도 하게 했다. 민간이 거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을 없앤 데 이어 또 특혜를 준 것이다.

이 사업으로 화천대유는 3000억 원 매출을 추가로 올렸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겠으나 박영수 전 특검의 딸, ‘좌(左)진상-우(右)동규’ 소리를 들었던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정영학 회계사의 여동생,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 변호사 시절 이재명의 사무장이던 장형철 경기연구원 경영부원장은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직원이던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에게 50억 원을 준 것 외에도 해산을 앞둔 화천대유는 그간 인건비 명목으로 280억 원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아파트 잔치’ ‘돈 잔치’를 한 셈이다.

그런데 유동규 전 본부장이 700억 원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영학 파일대로라면 김만배 씨는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에게 분담을 요구했다. 남 변호사는 이 일을 “2019년에 비용 문제로 나와 김만배 회장, 정영학 회계사가 다투기 시작한 때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이때부터 일이 잘못돼간다고 보고 녹음과 촬영을 시작했다고 했다. 위례개발을 맡은 정재창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준 돈을 촬영한 것을 따라 한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기 정재창 씨가 위례개발 문제를 놓고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와 대립했다는 사실이다. 정영학 파일에 따르면 정재창 씨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준 3억 원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150억 원을 요구해 두 사람이 60억 원씩 지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재창 씨는 “정영학은 30억 원을 더 내놔야 한다”며 정 회계사를 상대로 7월 소송을 제기했다. 정재창 씨가 돈을 요구한 이유와 3억 원을 받은 유 전 본부장이 아닌 두 사람이 돈을 준 이유는 수사에서 밝혀질 부분이다.

대장동 민간개발사업권은 이강길 씨로부터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에게로 왔다 한순간에 김만배 씨,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넘어갔다. 민관 합작으로 변모했기에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기득권을 주장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관을 대표한 유 전 본부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대로라면 화천대유에 거듭해 특혜를 준 유 전 본부장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끝내면서 사후뇌물 형식으로 대가를 요구한 셈이다. 그런데 정영학 회계사는 녹취 파일을 검찰에 넘겼다. 유 전 본부장에게는 ‘이재명 측근’이라는 약점이 있으니 ‘덜 잃기 위한 싸움’에 나섰다는 해석도 해볼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9월 29일 경기 성남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품을 버스에 싣고 있다. [동아DB]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9월 29일 경기 성남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품을 버스에 싣고 있다. [동아DB]

선거전은 물론 대선 이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2일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 것은 특검으로 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튿날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결과를 수용했다. 1원도 부정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재명 대선후보의 말대로라면 수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과 성남시 및 성남도개공 관계자 수뢰 선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검찰은 묵시적 청탁 명목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최순실 씨와 경제공동체로 묶어 기소한 전력이 있다. 이재명 대선후보와 유동규 전 본부장을 두고도 비슷한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이 주장은 특검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이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민주당이 내홍에 빠질 수도 있다. 대장동 게이트는 대선전은 물론이고, 그 후에도 화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간동아 1310호 (p4~7)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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