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1

2021.01.01

한국형 경항모에 탑재될 F-35B, 무장 능력 한계 노출 [웨펀]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0-08-2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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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계획이라는 것은 원래 틀어지라고 있는 것이다.”

    군필자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는 진리와도 같은 말이다. 군대라는 조직은 일종의 계획 사회다. 모든 일정이 반기·분기·월간·주간·일간으로 사전에 구분, 계획되고 모든 부대 운영과 예산 집행은 철저히 계획에 의해 추진된다. 그러나 인간이 하는 일에는 항상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군대 안에서 계획은 너무나도 자주 틀어지곤 한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

    2012년 시작된 3차 FX 사업을 통해 구매한 F-35A 전투기 40대는 사업 착수 만 10년이 되는 2021년에 획득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뉴시스]

    2012년 시작된 3차 FX 사업을 통해 구매한 F-35A 전투기 40대는 사업 착수 만 10년이 되는 2021년에 획득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뉴시스]

    한국군이 창군 이래 세운 군사력 건설 계획 가운데 가장 오래 끌면서 가장 많은 의사결정 변경이 있었던 사업은 단연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다. 미국의 F-15급 대형 쌍발 전투기 120대 획득을 목표로 1993년 소요가 제기된 이 사업은 사업 연기와 축소, 분할을 거듭한 끝에 1999년 사업 공개설명회를 한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사업은 처음에는 120대로 시작했다 1996년 80대, 1998년 40대로 줄어들었고, 이후 120대라는 목표치는 유지하되 예산 상황을 고려해 여러 차수로 나눠 도입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2000년 시작된 40대 도입 사업은 9년이나 지난 2009년에 끝났으며, 20대를 추가 도입해 당초 계획한 120대의 딱 절반인 60대를 확보하는 데는 13년이 걸렸다. 

    이후 나머지 60대를 확보하기 위한 3차 FX 사업은 2012년 1월 시작됐다. 문제는 군 당국이 전투기 가격 변화 예측과 이에 따른 소요 예산 산출을 엉터리로 진행해 사업이 다시 40대 도입, 20대 차후 추진으로 쪼개졌다는 것이다. 2012년 시작된 3차 FX 사업을 통해 구매한 전투기 40대는 사업 착수 만 10년이 되는 2021년에 획득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군 당국의 변덕으로 계획이 또 바뀌면서 나머지 20대는 영원히 들어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군은 8월 25일부터 일부 매체를 통해 F-35B 도입 추진 의사를 언론에 흘리기 시작했다. F-35 구매 규모를 당초 20대 추가에서 40대 추가로 확대하되, 경항공모함에 실을 F-35B 20대를 우선 도입하고 공군이 요구한 F-35A 20대는 차후 도입한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내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군 당국은 F-35 40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을 8조 원 정도로 추산했다. F-35 전투기 가격은 매년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데, 6년 전 동일 대수 계약 가격인 7조4000억 원보다 6000억 원이나 더 많은 금액이다. 언론은 대부분 “수직이착륙 버전인 F-35B가 일반 공군용 버전인 F-35A보다 좀 더 비싸기 때문”이라고 추정하지만, F-35B의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F-35B 20대를 구매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방위사업청은 2014년 F-35A 전투기 40대를 7조4000억 원에 대외군사판매(FMS) 형식으로 계약했다. FMS는 미국 국방부가 계약 주체가 돼 전투기 제작사 록히드마틴과 가격 협상을 하고 연 단위로 일정 수량을 계약한 뒤, 전체 수량에서 미국 각 군과 해외 FMS 구매자들의 물량을 조금씩 떼어주는 형태로 계약 및 납품이 이뤄진다. 

    2014년 한국이 주문한 F-35A는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되는 제10차 저율초도생산(Low-Rate Initial Production․LRIP) 물량에 포함됐다. 이후 약간의 조정이 있기는 했지만, 계약 당시 한국은 LRIP 10번째 생산단위(LOT 10)에 6대, LOT 11에 10대, LOT 12에 12대, LOG 13에 12대 등 총 40대를 배정받았다. LRIP LOT 10 물량의 F-35A 플라이어웨이 가격(Flyaway Cost), 즉 기체와 엔진을 합한 가격은 대당 9460만 달러(약 1121억2940만 원)였다. 이후 F-35A 가격은 점점 하락했다. LOT 11에서는 8920만 달러, LOT 12에서는 7920만 달러, LOT 13에서는 779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가격과 유지비 가장 비싼 전투기

    우리 군이 도입하려는 경항공모함과 F-35B는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를 넘어 공군력을 말아먹을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우리 군이 도입하려는 경항공모함과 F-35B는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를 넘어 공군력을 말아먹을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입찰 초기 단계부터 국제 무기거래시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절충 교역 조건을 내걸었던 한국은 제 꾀에 제가 걸려 F-35 해외 구매국 가운데 유일하게 고정가 계약을 체결해 전투기 가격 하락에 따른 환불액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현재 환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은 F-35A 1대를 플라이어웨이 가격 기준 1123억 원, 프로그램 가격(전투기+엔진+스페어 파츠+무장+지원시설+교육용 시뮬레이터 등 제반 세트 포함 총 계약 가격) 기준 1850억 원에 구매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한국이 내년에 F-35A를 주문하면 이 물량은 2025년 이후 인도되는 본 양산 물량에 포함될 것이다. 이 생산분에서 F-35A의 플라이어웨이 가격은 1대에 7700만 달러, 약 914억 원 수준이다. 2014년 최초 계약할 당시보다 209억 원가량 싼 것이다. 

    한국은 F-35A 40대를 구매하면서 지원시설과 교육용 시뮬레이터, 스페어 파츠 등도 샀기 때문에 F-35A 20대를 추가 도입한다면 프로그램 옵션 가격은 최초 계약 당시 적용된 대당 약 720억 원 수준보다 훨씬 저렴해지는 게 상식이다.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20대 추가 도입분 F-35A의 대당 프로그램 가격은 1630억 원을 넘기 어려우므로, 20대 도입 예산은 넉넉히 잡아도 3조3000억 원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군은 F-35A 20대, F-35B 20대 구성으로 총 40대 구매 예산을 8조 원으로 추산했다. F-35B 전투기 20대 구매에 4조7000억 원, 즉 대당 2350억 원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F-35B는 수직이착륙 기능을 넣기 위해 통상형인 F-35A나 F-35C에 비해 너무도 많은 것을 희생한 버전이다. 엔진도 더 크고 복잡하며 비싼 모델이 들어가는데, 이 엔진 때문에 내부 무장창이 좁아져 소형 폭탄밖에 탑재하지 못한다. 전투행동반경도 A/C형의 75% 수준에 불과하며, 중력가속도(G) 한계치도 낮아 공중 기동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전투기임에도 내장 기관포를 싣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유지비는 가장 비싸다.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이 추산한 F-35B 전투기 가격은 2350억 원가량이지만, 해외 계약 사례를 찾아보면 대당 3000억 원 정도로 생각해야 하며 이 금액은 얼마든지 더 오를 여지가 있다. 

    최근 ‘데일리메일’ 등 영국 매체들은 영국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영국군이 F-35B 구매 계획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F-35 개발 사업이던 JSF(Joint Strike Fighter) 프로그램 초기부터 파트너로 참가해 138대 구매 계획을 밝혔던 영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F-35B 구매국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영국은 11월 최대 90대의 F-35B 구매 계획을 철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이 구매 계획 철회한 까닭

    영국 국방부는 F-35B 구매를 대단히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으로 보고 있다. 일부 관계자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미 계약돼 2025년까지 인도되는 48대는 그대로 구매하지만, 나머지 90대 구매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영국이 F-35B 구매를 대폭 줄이려는 것은 F-35B 전투기의 비싼 가격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현재 개발 중인 로열 윙맨(Royal Wingman) 무인 전투기와 템페스트(Tempest) 전투기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영국 입장에서는 F-35 전투기와 연계해 동일한 무장을 투발할 수 있는 저렴한 무인 전투기가 곧 등장할 예정이고, 2035년이면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가 양산되는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5세대 전투기인 F-35B를 구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F-35B가 얼마나 비싸길래 영국이 미국과의 신의를 저버리면서까지 이런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일까. 영국은 2025년까지 인도되는 48대의 F-35B 구매 금액으로 91억 파운드, 약 14조2000억 원 예산을 책정했다. 프로그램 가격 기준으로 대당 2958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가격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F-35B 프로그램 가격의 최대 상한선일까. 그렇지 않다. F-35B 전투기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다. 

    F-35B는 미 해병대가 353대, 영국 공군과 해군이 138대, 터키가 40대, 이탈리아가 30대, 일본이 42대 등 약 600대 물량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미 해병대를 비롯해 주요 도입 예정국이 축소 또는 이탈하면서 물량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우선 미 해병대는 최근 해병대 개혁 계획을 발표하며 전투공격비행대 편제를 기존 16대에서 10대로 줄인다고 했다. 모든 비행대의 편제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스케줄에 기종 교체가 예정돼 있던 9개의 전투공격비행대가 축소되면서 여기서만 최소 54대 물량 감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영국이 90대 도입 취소 의사를 밝혔고, 40대를 사려던 터키는 미국의 제재로 F-35 구매 자격이 박탈됐다. 이 3개 나라에서만 최소 180대 이상, 거의 3분의 1에 가까운 물량이 증발했다. 

    양산 수량 감소는 단가 상승, 그리고 후속 군수 지원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영국의 F-35B 프로그램 가격 2958억 원을 적용해 20대 도입을 가정하면 5조9160억 원이 필요하고, 물량 감소에 의한 비용 상승을 고려하면 전체 비용은 6조 원을 넘어 7조 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형 경항공모함 계획의 총사업비는 선체 건조 비용과 전투기, 헬기 획득 예산까지 포함해 10조 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이 돈이면 F-35C를 운용하는 정규 항모를 도입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군은 경항공모함과 F-35B에 집착하고 있다. 

    군대의 모든 계획은 틀어지라고 존재한다. 우리 국민은 이미 지난 3차 FX 사업 때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전투기의 가격 예측조차 못 해 사업 규모 자체를 줄여버린 촌극을, KF-16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떤 부품을 어떤 업자를 통해 통합 작업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1000억 원을 날리고 3000억 넘는 추가 예산을 편성한 군의 사업 관리 능력을 목도한 바 있다. F-35B라고 다를 바 없다. 

    물론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 정부가 예산을 대폭 늘려주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군은 다른 전력 증강 사업들과 우선순위를 비교해 타 사업을 취소하거나 축소, 연기한다. 군이 F-35B 도입 기간으로 설정한 2025년을 전후해 3년간은 F-35A 20대 추가 도입 사업(3조3000억 원), 조기경보기 추가 사업(1조3000억 원), KF-16 성능 개량 사업(2조979억 원), F-15K 성능 개량 사업(3조 원), 한국형 전투기 양산(8조 원) 등 많은 전력 사업이 잡혀 있다. 이 가운데 어떤 사업이 날아가거나 연기될지 모른다. 갑자기 끼어든 F-35B 도입 사업 때문에 2020년대 후반 공군력 건설 계획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말이다.

    성능 부족으로 반쪽짜리 F-35

    F-35B는 성능이 부족해 그 어떤 전략적 임무도 수행하기 어려운 ‘반쪽짜리 F-35’다. 이런 전투기를 고작 12대 싣는 경항공모함은 주변국에 대한 억지력 발휘는커녕 그들의 먹음직스러운 표적함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피 같은 혈세를 10조 원이나 들이는 데도 이런 저질 무기가 나올 판인데, 정권은 안보 치적으로 삼을 수단으로, 해군은 사업을 편하게 가겠다고 미리 결론을 내놓은 채 경항공모함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항공모함과 F-35B의 조합은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하는 차원을 넘어 2030년대 대한민국 공군력을 말아먹을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정책 결정자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없다면 국민의 한 사람이자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 사업 계획서를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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