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주인공

유명인 상징 언어가 남긴 감동, 보석 가치를 치솟게 만든다

나폴레옹 팔찌에 새겨진 이름과 날짜, 유명 세공사의 이니셜과 상징적 부호

  •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입력2019-12-24 14:34:4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쇼메]

    [쇼메]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1769~1821)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 말만큼 절대자 나폴레옹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프랑스령의 외딴섬 코르시카 출신임에도 30대 초반 프랑스 황제로 등극해 유럽의 절반을 제패한 풍운아. 20세기(1959~1969)에 잠깐 드골 전 대통령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프랑스에선 항상 위인 열전 1등 자리를 고수하는 인물이다. 

    나폴레옹은 생애 두 번 결혼했다. 첫 번째 결혼은 유명한 조세핀 황후. 그녀와 이혼한 뒤 오스트리아 공주 마리 루이즈를 황후로 맞았다. 제정(帝政)을 정착시키겠다는 야망으로 오스트리아 왕가의 공주를 배우자로 맞이한 정략결혼이었다. 그때가 1810년 4월 2일. 나폴레옹은 40세, 마리 루이즈는 18세였다. 

    22세 연하의 새 신부를 맞이하고자 나폴레옹은 많은 공을 들였다. 당시 최고 권력자인 프랑스 황제가 오스트리아 공주를 맞이했으니 예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휘황찬란한 귀한 보석이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두 번째 결혼 선물은 의외로 소박한 팔찌 3개였다. 보석 크기보다 의미를 담은 팔찌였다.

    나폴레옹(왼쪽)이 두 번째 황후 
마리 루이즈에게 선물한 ‘어크로스틱 브레이슬릿’. [쇼메]

    나폴레옹(왼쪽)이 두 번째 황후 마리 루이즈에게 선물한 ‘어크로스틱 브레이슬릿’. [쇼메]

    첫 번째 팔찌엔 나폴레옹이라는 이름과 자신의 생일인 1769년 8월 15일을 새겼다. 나폴레옹(Napoleon)이라는 글자는 ‘나트롤라이트(Natrolite), 자수정(Amethyst), 페리도트(Peridot), 오팔(Opal), 청금석(Lapis), 에메랄드(Emerald), 오닉스(Onyx)’를 조합해 세팅했다. 두 번째 팔찌에는 마리 루이즈의 이름과 그녀의 생일인 1791년 12월 12일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지막 세 번째 팔찌에는 두 사람이 콩피에뉴에서 처음 만난 날인 3월 27일과 파리에서 열린 결혼식 날짜(1810년 4월 2일)를 새겼다. 



    ‘어크로스틱 브레이슬릿’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팔찌는 영문 알파벳을 조합해 사랑의 메시지를 만든 셈이다. 팔찌는 한 편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나폴레옹의 주문을 받아 당시 프랑스 왕실 전용 보석상이던 쇼메의 창립자 마리 에티엔 니토가 만들었다. 쇼메는 1802년 나폴레옹의 전속 보석 세공사로 지정돼 현재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보석이나 주얼리의 가치로만 따지면 이 팔찌는 독보적으로 아름답거나 귀중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팔찌에 담긴 사연을 듣는 순간 완전히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팔찌를 받은 마리 루이즈 황후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세상의 어떤 이보다 나폴레옹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서로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몸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곧 연말연시다. 소중하고 감사한 이에게 줄 선물이 고민된다면 나폴레옹의 팔찌 사연을 참고할 만하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에게나 선물은 감동이 중요한 요소다. 팔찌가 아니어도 좋다. 둘만의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선물을 계획하고 있다면 눈여겨볼 만한 컬렉션을 소개한다.

    쇼메 ‘리앙 컬렉션’

    쇼메의 ‘리앙 컬렉션’. [쇼메]

    쇼메의 ‘리앙 컬렉션’. [쇼메]

    나폴레옹의 어크로스틱 브레이슬릿을 손수 만들었던 쇼메. 보석 세공사 마리 에티엔 니토가 1780년 창립한 프랑스 브랜드다. 나폴레옹 시절부터 프랑스 왕실의 전속 보석 세공사가 돼 2020년 창립 240주년을 맞는다. 쇼메의 철학은 ‘감성을 전하는 주얼러’다. 그런 쇼메의 대표적인 컬렉션이 ‘리앙 컬렉션’이다. 

    다양한 형태의 인연과 사랑을 예찬하는 리앙 컬렉션은 끊어질 수 없는 과거와 현재의 강인한 인연 및 애정을 ‘크로스 링크’로 표현했다. 끊어진 두 선과 면을 연결하는 링크를 통해 모든 유대관계를 예찬하는 개념이다. 리앙 컬렉션은 남녀 모두 데일리로 착용하기에 적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1977년 최초로 인연과 애정을 예찬하는 크로스 링크 모티프가 탄생된 이후 지속적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40여 년째 재탄생되고 있다. 가격은 소재, 디자인, 보석의 세팅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까르띠에 ‘러브 컬렉션’

    까르띠에의 ‘러브 컬렉션’. [Paul Mc Lean © Cartier]

    까르띠에의 ‘러브 컬렉션’. [Paul Mc Lean © Cartier]

    파리의 한 보석상 숙련공이던 루이 프랑수아 까르띠에. 그는 1847년 보석 아틀리에를 인수받아 ‘까르띠에’를 창업했다. 이보다 한 해 앞서 루이 프랑수아 까르띠에는 하트와 마름모꼴로 둘러싸인 그의 이니셜 L과 C를 장인(匠人) 마크로 등록한다. 이것이 바로 까르띠에 하우스의 탄생이자 172년 역사를 지닌 전설적인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까르띠에의 대표적인 컬렉션 중 하나는 ‘LOVE(러브)’다. 중세의 전사가 아내에게 매단 정조대에서 힌트를 얻어 작은 전용 드라이버로 나사를 죈다는 획기적인 콘셉트를 내세웠고 이것이 큰 인기를 끌었다. 

    1969년 미국 뉴욕에서 디자이너 알도 치풀로에 의해 탄생한 이 팔찌는 특별히 제작된 스크루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여 착용한다. 특히 브레이슬릿에 새겨 넣은 나사 모양은 일종의 사랑의 각인이다. 연인의 소중한 감정을 봉인하고 결합한다는 의미와 함께 영원한 사랑의 순회, 맹세를 상징한다. 당시엔 단순한 주얼리 이상의 예술적 의미를 담은 혁신적인 존재로 대접받았다. 평생 동안 연인의 팔목을 휘감는 팔찌….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러브 팔찌는 ‘가장 순수한 욕망’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녀 모두가 즐겨 착용하는 러브 브레이슬릿은 시계와도 어울릴 수 있다. 러브 컬렉션은 클래식한 모델부터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화려한 버전, 그리고 목걸이, 귀걸이, 반지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가격대로 구성된다.


    디올 ‘위(Oui) 컬렉션’

    디올의 ‘위(Oui) 컬렉션’. [디올 파인주얼리]

    디올의 ‘위(Oui) 컬렉션’. [디올 파인주얼리]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1947년 창립한 럭셔리 패션 하우스 디올. 1998년 디올에 입성한 아트 디렉터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은 보수적인 기존 브랜드에선 볼 수 없던 독창적인 스타일의 주얼리로 디올 파인 주얼리의 명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는 창립자인 무슈 디올이 사랑한 정원, 드레스, 건축물 등에서 영감을 받아 디올 주얼리들을 디자인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예술 정신에 찬사를 보내며 빅투아르는 위(Oui)라는 단어의 철자로 손가락 주위에 얽혀 있는 금실 디자인의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무슈 디올의 언어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 컬렉션이다. 디오르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Oui’는 ‘예스’를 의미한다. 주얼리를 완성하는 글자인 ‘Je t’aime’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Toi Moi’는 ‘당신과 나’를 뜻한다. 

    금실로 수놓고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컬렉션 Oui를 구성하는 3개의 문자는 ‘사랑의 승낙’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유쾌한 메시지는 골드 밴드에 다이아몬드 포인트로 강조돼 있어 행복한 메시지를 더욱 빛나게 한다.

    티파니 ‘키 컬렉션’

    티파니의 ‘키 컬렉션’. [티파니 홈페이지]

    티파니의 ‘키 컬렉션’. [티파니 홈페이지]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이른 새벽 뉴욕 5번가 티파니 매장 앞에 서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들고 쇼윈도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을 통해 ‘티파니’라는 브랜드가 전 세계 여성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1837년 창립한 미국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 티파니의 대표 베스트셀러 중 하나가 2009년 첫선을 보인 ‘키(key) 컬렉션’이다. 키 컬렉션은 본사에 소장된 초창기 티파니 주얼리 스케치 중 1880년대의 열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키 컬렉션은 ‘밝은 미래와 꿈을 향한 문을 여는 열쇠’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연다’는 로맨틱한 뜻도 갖고 있어 연인을 위한 선물로도 인기다. 키 컬렉션은 다양한 소재의 펜던트와 체인으로 출시되며, 펜던트와 체인이 분리돼 개인 취향에 따라 여러 개를 레이어링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가격은 디자인, 소재, 보석 세팅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주얼리는 담고 있는 의미가 중요하다. 나폴레옹이 어크로스틱 브레이슬릿에 자신의 생일과 아내의 생일, 처음 만난 날, 결혼한 날 등을 다양한 보석으로 표현한 것처럼 다양한 컬렉션이 여러 가지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나폴레옹의 어크로스틱 브레이슬릿은 지금 나폴레옹이나 마리 루이즈 황후의 후손이 아닌 쇼메가 소장하고 있다. 파리 메종에 있는 쇼메 박물관에는 어크로스틱 브레이슬릿이 진열돼 있다. 지금은 쇼메 메종의 리노베이션 공사로 인해 이 기간에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신 파리의 생제르맹가 등 파리의 예술가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사랑을 받았던 역사적 장소에서 다양한 전시에 참여 중이다. 

    나폴레옹이 아내에게 ‘보석으로 쓴 편지’가 어크로스틱 브레이슬릿이다. 이런 마음의 선물을 받는다면 누구나 감동하지 않을까.



    댓글 0
    닫기